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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시도한 메디신(Medicine) 의 새 앨범 발매

약간의 변화, 하지만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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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문제가 드러나나, 창작욕 너머에 재기가 도사린다는 사실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한다.


메디신(Medicine) < Home Everywhere >

 

전작 < To The Happy Few >와는 조금 다르다. 마이 블러디 발 렌타인 식의 노이즈 록, 슈게이징, 드림 팝의 스타일이 직전까지의 음악을 온전히 채웠다면 < Home Everywhere >에는 조금 더 나아가 테임 임팔라나 힘을 뺀 엠지엠티 느낌의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특징을 보탠다. 골자는 비슷하나 약간의 변화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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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크게 나쁘지 않다. 댄서블한 리듬 위에 노이즈 섞인 리프를 조합하는 기존의 작법과 새 작품에 이르러 활용도를 넓힌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괜찮은 상승효과를 보인다. 음반의 첫 트랙 「The reclaimed girls」가 혼합의 지점을 잘 설명한다. 거친 질감과 높은 공간감으로 귀를 자극하는 곡의 스타일이 이번 음반의 주된 방식까지도 예견한다. 그리 멀지 않은 부분에 작품의 하이라이트도 있다. 하이 햇을 강조한 댄스 비트의 「Tuning」서부터 리프와 솔로잉이 멋지게 들어간 「Move along-down the road」, 근래의 신스 팝 사운드가 밴 「Don't be slow」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매력 넘치는 펀치들의 연속이라 할만하다. 어쿠스틱하게 뽑아낸 「They will not die」나 캐치한 선율에 변칙의 연출까지 더한 「Cold life」, 「The people」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다소 산재한 듯 하는 음반의 형상이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각개의 스타일로 퍼진 곡들은 다채로움을 넘어 산만함까지 조성한다. 「The reclaimed girls」로 시작하는 초반부의 네 트랙이야 업 템포의 분위기로 시선을 나름 잡아끈다지만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중후반부서부터는 이도저도 아닌 장면들조차 등장한다. 특히,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8분짜리 대곡 「Home everywhere」에 문제들이 집합해 있다. 짙게 깔린 몽롱한 공기와 각양의 사운드로 쌓아올린 노이즈, 앞선 트랙들에서도 보여준 여러 시도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끌어가는 긴 시간 동안 감흥이 잡힐 포인트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약점이다.

 

어느 정도 문제가 드러나나, 창작욕 너머에 재기가 도사린다는 사실은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한다. 다양한 사운드를 만드는 데 능한 본래의 재능과 전과 다른 스타일을 견인해오는 시각, 필요한 시점에서는 확실하게 선율감을 조성하는 역량이 작품 안에서 잘 맞물렸다. 어지럽다 할지라도 천차만별 트랙 리스팅의 이면에는 이들의 높은 감각이 자리하는 셈이다. 큰 걸림돌은 아니라는 말이다. 시야를 넓게 두고 보자면 이번 음반도 별 무리 없이 성공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1990년대 초부터 줄곧 해온 슈게이징, 노이즈 록, 드림 팝의 문법 위에 최근 대두하는 네오 사이키델리아의 표현법을 얹으며 자신들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동일한 흐름 위에 밴드의 행보가 오른다면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될 작품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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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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