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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려면 틀린 믿음부터 고쳐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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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나 자신 세칭 공부에 있어서만은 어디서 명함은 내밀만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한국의 교육현실은 한마디로 비정상적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잘못되었다. 그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부정을 하고 비판을 하지만 자기 아이만은 공부를 잘하기를 바란다. 이 뒤틀린 시스템안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란다.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나 또한 솔직히 공부잘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나 그런 종류의 강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기술을 가르칠 뿐이고,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굳이 모두 지금같이 미친 듯이 공부만 해야하고, 또 그중에서도 극히 적은 일부만 성공을 하는 ‘낙타가 바늘귀를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운’ 현실은 비정상적이니, 이 안에서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덜 다칠 수 있나‘를 알려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나 자신 세칭 공부에 있어서만은 어디서 명함은 내밀 만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당장 한 번에 이 시스템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해야할 공부, 사서 고생은 안할 수 있다면 그게 차라리 현실적인 얘기가 되리라는 마음에 이 책을 소개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다음에 제시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부에 대한 생각 중 맞는 것과 틀린 것에 각각 O와 X를 쳐보기 바란다. 

 

1)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 힘들지만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다.   (   )
2) 교사가 잘 가르치고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했다면 시험으로 등급을 매길 필요 없다.  (  )
3) 한 가지를 익힐 때에는 하루 날을 잡아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  (   )
4) 한 종류를 한 번에 충분히 하는 것이 여러 과목을 섞어서 공부하는 것보다 낫다. (   )
5) 공부를 하기 전에 자기만의 학습유형 테스트를 받은 후 거기에 맞춰서 학습방법을 택한다. (   )
6) 에듀테인먼트가 대세다. 쉽게 배울 수 있으면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   )
7) 학생에게는 자존감이 중요하다. 잘 하고, 잘 알고 있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   )
8) 타고난 천재가 있다. 뇌의 능력과 IQ는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거기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   )
9) IQ는 학습능력의 핵심을 잘 반영한다. (   )
10) 틀린 것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다. (  )


이 글의 맨 말미에 정답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아마 최소한 반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수십년 동안 인지심리학, 교육학, 학습이론 분야에서 다양하 종류의 연구와 실험을 종합하여 그중 가장 신뢰할 만큼 반복되어 검증된 결과들만 모아서 검토를 한 결과를 저자들은 제시하며 우리가 평소 갖고 있는 공부에 대한 믿음이 오해라는 것을 낱낱이 밝힌다. 나도 읽으면서 ‘어 그랬어?’라면서 의아한 것이 여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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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와 과거급제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사법고시제도가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반복해서 읽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고 힘들지만 최고의 공부법이라 믿는다. 머리 좋은 사람보다는 엉덩이 무거운 우직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저자들은 반복해서 읽기는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1. 시간이 많이 걸린다.
2. 배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3. 익숙해지면서 완전히 통달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한 번 읽고 시간차를 두고 한 번 다시 읽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여러 번 읽게 되면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충분히 노력했다’는 일종의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짧게 여러 번 시험을 보기를 권한다. 수 십번 읽는 것으로 머릿속에 우겨넣는 것보다는 결국 중요한 것은 머리 밖으로 꺼내는 ‘인출’인데, 이때 가장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시험이다. 약간 어렵게 노력을 들여서 인출을 해보는 것은 이후에 오랫동안 장기기억으로 남기는 제일 확실한 방법이 된다. 저자는 여러번 쪽지시험을 보면 강의 내용이 누적되어 학습도 복리누적된다고 한다. 

 

틀린 답에 대해서 즉각적 피드백보다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 주는 피드백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피드백 자체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즉각적 피드백은 먼저 지식의 통합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흐름속에서 주어지는 정보를 모으고, 반복훈련하면서 자기 지식체계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초기에 필요한데 즉각적 피드백이 그걸 방해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자전거 보조바퀴와 같다. 즉, 학습자는 교정상황에 의지하게 되어 혼자 자립을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교차 학습의 중요성도 있다. 체육 시간에 여덟 살짜리 아이들이 바구니에 콩 주머니 던져넣기 연습을 했다. 그중 반은 바구니에서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를 던졌다. 나머지 반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번갈아 주머니를 던졌다. 나중에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콩 주머니 던져넣기 시험을 보았을 때,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를 오가며 연습하고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한 번도 연습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신기하게도 다양한 형태를 뒤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실력을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이러한 학습 방식은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어 실제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할 때 그것을 끄집어내는 데에도 더 유리하다. 실제로 수학의 도형 문제에서 여러 유형을 뒤섞어 공부한 학생이 배울 때에는 애를 먹지만, 이후 테스트에서는 훨씬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 가지만 반복하는 것보다 실제 응용에는 처음부터 복잡하고 싫을 수 있지만 여러가지를 섞어서 익히는 것이 훨씬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쉽고 재미있고 편한 공부’는 없다고 단언한다. 적절한 수준의 어려움이 수반될때 최고의 공부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 학생들이 적절한 수준이상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고, 더욱이 비효율적인 효과적이지 못한 단순반복작업만을 하는 일이 많다.

 

정리하자면 혼자서라도 시험을 봐서 인출을 해보고, 시간간격을 두고 되새기고, 다양한 유형을 섞어서 공부하고, 혼자 문제를 풀어보고 표현해보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스스로 질문이나 시험문제를 만들어보고, 뭘 모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

 

이 책은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들이나 아이의 교육을 옆에서 보는 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들도 자기가 하던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싶어하는데 많은 방법들이 틀렸다기보다 사실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밝혀져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해야할 공부라면 가능하면 그 효과가 검증된 좋은 방식으로 해야하지 않겠는가.

 

평가지의 답: 모두 X다. 정답의 해설의 반은 위에 있고, 나머지 반은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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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할 것인가헨리 뢰디거?마크,맥대니얼?피터 브라운 저/김아영 역 | 와이즈베리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공부할 때 가장 효과가 높다는 학습유형의 신화는 결코 증명된 적이 없다. 지식과 기술을 더 잘 배우고 더 오래 기억하고 필요할 때 즉각 떠올리게 하는 최고의 학습법은 무엇인가? 독보적 실력의 신경외과의사, 미식축구 챔피언 팀 코치, 꼴찌에서 일등이 된 의대생, 농업 기술을 독학으로 익힌 정원사, 88세의 피아니스트와 기억력 대회 우승자까지, 생생한 사례와 함께 과학적으로 검증된 학습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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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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