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정통파 포크 싱어송라이터 이영훈의 대망의 정규 2집!

이영훈 < 내가 부른 그림 2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적당히 힘을 준 화성과 울림이 풍부한 오르간이 앨범의 콘셉트를 완성시킨 주역. 그 위에 오색찬란한 기타와 왠지 피아노곡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착한 음색까지 얹어 '이영훈'을 '이영훈'답게 한다. 시처럼 정갈한 노랫말들은 그저 읽기만 해도 좋다.

이영훈 < 내가 부른 그림 2 >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해보니 동명이인 중 세 번째에 위치해있는 그는 홍대의 모던 록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9년차인, 나일론 기타를 조곤조곤 연주하며, 천천히 서정을 읊어가는 싱어송라이터다. 십센치, 옥상달빛 등이 소속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의 만남으로 2012년 1월에 데뷔작 < 내가 부른 그림 >을 발표했었던 그 이영훈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선이 굵은 연필로 글자의 획을 선명하게 그어 쓴 연애편지다. 열 개의 고백 안에서 그의 목소리는 단 한 글자도 무심히 흘리는 법이 없다. 오직 바라던 별에 도달하기 위해 가꾸어낸 우주선은 그 목적 하나에 맞는 화법으로 성실하게 여로를 그린다.

 

L (5).jpg

 

골조의 계보도 - 심지어 동명이기까지 한 선배 작곡가도 - 존재하고, 권영찬이나 정준일 같은 동년배 뮤지션들과의 교차점도 보이지만, 이영훈은 단순히 유재하 한 스푼에 루시드폴 두 스푼 넣어 만들어진 아티스트는 아니다. 그의 세계는 '지혜를 좇는 어린왕자'처럼 더 순진해서 아프다.

 

좁은 음역의 멜로디로 너른 우주를 이루어냈다. 적당히 힘을 준 화성과 울림이 풍부한 오르간이 앨범의 콘셉트를 완성시킨 주역. 그 위에 오색찬란한 기타와 왠지 피아노곡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착한 음색까지 얹어 '이영훈'을 '이영훈'답게 한다. 시처럼 정갈한 노랫말들은 그저 읽기만 해도 좋다.

 

그러나 현명한 사랑에 대한 완벽주의적인 동경은 그 자신을 서툴게 한다. 수록곡으로서의 소속감이 과하게 드러나 다소 작위적으로 들리는 몇몇 편곡이 아쉽다. 공간적인 소리를 추구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일종의 고백」 같은 트랙에서는 좀 더 느슨하게 풀어줬어도 충분히 예뻤을 것이다. 이를테면 꽉 찬 스트링 대신 첼로 한 대.

 

뒤따르는 수많은 어린왕자들을 '위로'하는 그의 밤에는 아직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물감이 반짝인다. 끊임없는 자기 관찰과 슬픔을 머금은 사랑의 기억들이 맑은 먹빛 되어, 그가 부른 그림을 촉촉이 적신다. 결국, 사랑. 다시, 사랑.

 

 

 

 

2015/02 홍은솔(kyrie1750@naver.com)

 

 


 

[관련 기사]

- 씨스타, 더운 여름엔 신나는 댄스곡!
- 아시안체어샷 “음악은 멤버들 간의 화학작용” 
-핫펠트 예은,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을까?
-빈지노, 한국 힙합의 이슈메이커
-제이슨 므라즈,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