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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잘 키우는 방법

『초보육아 거뜬히 이겨내기』에서 찾은 육아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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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해야 합니다. 사실 이게 상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아빠들의 분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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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경험이 무엇일까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자라는 과정일 것입니다. 아기의 눈동자를 처음 들여다 볼 때, 옹알이를 들을 때, 작은 손으로 엄마 아빠의 손가락을 꼭 잡을 때, 부모를 알아보고 미소 지을 때, 뒤집고 일어서고 걸을 때. 하나같이 눈물이 핑 돌만큼 아름답고 벅찬 경험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아기와 눈을 맞추며 다짐합니다. 너 하나만큼은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키우겠노라고… 하지만 ‘잘 키운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유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 빅토리아 맥키보이(Victoria McEvoy) 박사는 저서 『초보육아 거뜬히 이겨내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잘 키운다는 게 뭘까요? 부모는 물론 온 세상이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일까요? 물론 아기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들은 왕자나 공주처럼 떠받들 때보다 가족이라는 팀의 일원으로 대접받을 때 훨씬 훌륭한 존재로 자라납니다. 모든 일을 아기 중심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우리는 아기를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아기를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합니다. 아기를 위해서라면 산후 건강과 자신의 경력과 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도 뒷전입니다. 노후를 저당 잡히고 사교육과 입시상담에 귀중한 돈을 쏟아 부으며, 심지어 몇 년씩 기러기 생활을 하다 가정이 깨지기도 합니다. 밖에 나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기가 죽을까 봐’ 공공장소에서 아무리 떠들고 뛰어다녀도 말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키우면 훌륭하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불구나 괴물이 됩니다. 친구를 왕따 시키고 잘못한 줄도 모르는 아이, 면접시험장까지 부모가 따라가줘야 하는 아이는 불구입니다. 유명 스타가 되어도 애국지사와 침략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성폭력을 일삼거나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작품에 자기 이름을 넣어 팔고도 궤변을 늘어놓는 아이도 불구입니다. 의사, 법관, 교수,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심지어 대통령이 된다 해도 사회와 약자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하고 남을 못살게 굴고 자기 배만 채우는 아이는 괴물입니다. 자식이 아무리 출세를 한들 불구나 괴물로 키우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초보 엄마 아빠에게 들려주는 멕키보이 박사의 조언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 ‘모성’, 즉 엄마가 중요합니다. 아기를 낳은 첫해에 엄마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습니다. 물론 아빠도 그렇지만 엄마와 비교할 수는 없지요. 아기만 바라보다 엄마의 건강을 해치거나, 부부 간에 문제가 생기면 아기를 올바로 키울 수도 없습니다. 아기를 돌보면서도 엄마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챙기고, 부부 사이의 친밀함과 사회적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직장 복귀 등 자아를 실현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출산 후 우울증을 비롯하여 빈혈, 치질 등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물론 몸매 관리, 운동, 부부관계의 시작 등 엄마의 행복에 관련된 사항들을 챙기고, 정보를 얻고,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평등’입니다. 부모 노릇을 하다 보면 삶의 새로운 의미와 기쁨을 느끼는 순간도 많지만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밤중에도 일어나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우는 아기를 달래는 건 대개 엄마입니다. 전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일은 엄마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는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남녀의 역할이나 각 가족이 처한 상황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어떤 틀에 얽매어있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생각해보세요. 똑같이 직장에 나가 일하고 들어와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기 목욕시키고, 한밤중에 일어나 아기를 돌보는 일까지 엄마가 해야 한다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해야 합니다. 사실 이게 상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아빠들의 분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세 번째는 ‘팀 플레이’입니다. 엄마와 아빠와 아기는 한 팀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현재의 상태와 앞으로 다가올 일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사실 아기는 엄마, 아빠, 아기로 이루어진 팀의 일원일 뿐입니다. 시야를 확장시키면 똑같이 소중한 아기들로 구성된 사회의 일원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아이의 가치가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한때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지요.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압니다. 지구는 엄청나게 큰 우주에서, 무수히 많은 은하계 중 하나에 불과한 우리 은하계 중에서, 하고 많은 붙박이별 중 그저 그런 존재에 불과한 태양 주위를 돌며 곁불을 얻어 쬐는 9개의 떠돌이별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구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지구는 우주의 별만큼 많은 생명체의 어머니이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딱 그렇습니다.

 

본 칼럼의 2회에 엉덩이 주사를 맞지 말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엉덩이 주사를 거부해야 할 이유가 또 생긴 셈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어떤 병이든 엉덩이 주사를 맞지 않아도 낫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더 빨리 낫지도 않습니다. 엉덩이 주사를 거부하고, 그래도 주려는 병원은 피하세요. 단, 백신은 예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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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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