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왜 너는 이 책을] 일상을 함께하는 소품 이야기

『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궁극의 문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도라에몽이 되고 싶었다고 해요. 누구라도 한 번쯤 도라에몽의 편리한 도구가 담겨 있는 마술 주머니를 갖고 싶어했었죠.

너는-왜-이책을.jpg

 

 

지혜: 의정님,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의정: 네, 이번 주는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흘렀네요. 지난주 ‘왜 이 책’으로 이야기한 게 두 시간 전 같은데 말이죠.


지혜: 그러니까요. 이번 주는 특히 그러네요. 어제 제가 반차를 쓰고 영화 <자백>을 봤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의정: 오 권석천 기자님 칼럼(//ch.yes24.com/Article/View/31914)으로 영업 당하신 건가요. 참 세상이 뒤숭숭하기도 하죠.


지혜: 안 볼 수가 없었어요. 아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괴롭고 그랬네요.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고요. 얼마 있으면 막을 내릴 것 같은데, <자백>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진심 진심.


의정: 그러게요. 이럴 때일수록 생활의 사소함을 챙기는 건 중요합니다. 그나저나 지혜 님이 고르신 책, 저도 읽어봤어요.


지혜: 앗, 정말요? 그럼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어떠셨는지요?


의정: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만, 저랑은 안 맞습니다 후후.


지혜: 하하하! 역시 오늘도 주관을 잃지 않으십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읽을까 말까' 했던 책인데요. 만듦새가 좋더라고요. 책을 넘길 때 느낌도 좋고 자꾸 눈길이 갔어요. 호불호가 좀 있을 책인데요. 카페 사장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카페에 비치해 놓으면 손님들이 좋아할 책이에요. 그런데 그릇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요? 왜 책이 안 맞았는지 궁금하네요.


의정: 그릇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남자친구와 남동생의 에피소드를 다룬 「남자의 주방」 편에서 남자친구 집에 플라스틱 숟가락만 있다고 충격 받고 싸운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좋은 그릇, 좋은 도구 물론 좋아하지만 저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지혜: 핫, 그렇군요. 그 부분은 저도 살짝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의정 님은 왜 『궁극의 문구』를 택하셨는지요? 꽤 입소문이 났던 책이더라고요. 2쇄도 금방 찍은 것 같고요.


의정: 그릇보다는 문구류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무엇이 저한테 제일 잘 맞을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서 정보를 찾는 쇼핑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좋은 걸 추천해주는 책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남의 시선을 참고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궁극의 문구』는 고급 만년필이나 가격이 비싼 문구를 소개하기보다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장 평범한 문구를 색다르고 세밀한 시선으로 추려서 좋습니다.


지혜: 그랬군요. 작년에 비슷한 책이 하나 나왔죠? 꽤 화제가 됐던 『문구의 모험』도 생각나네요. 저도 문구를 좋아합니다. 학창시절에 팬시점 가는 것, 정말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매년 초, 아트박스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필통을 샀죠. 그런데 요즘은 잘 안 삽니다. 육아 물품 사는 것도 바빠서요. 예전에는 카페에 가서 예쁜 그릇을 보면, 어떤 나라에서 건너온 그릇인지 꼭 확인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안 봅니다. ㅎㅎ 컵을 들어올릴 힘이 좀 없고. 아,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여유가 없는 것 같기도, 삶의 관심사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네요. 『궁극의 문구』 권유 지수는 50이네요?


의정: 좀 낮게 줬는데요. 너무나 소유해야 하고 선택할 게 많은 세상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를 주는 게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결코 나쁜 책이 아닙니다. 문구 덕후 여러분들에게는 권유 지수 1000!


지혜: 문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보지도 않을 거고, 볼 필요도 없지요. 선택지를 준다라는 것보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의정 님이 이 책을 소개한다고 해서 리뷰를 좀 살펴봤어요. 꽤 많더라고요. 아, 정말 문구 덕후가 많구나 싶었어요.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의정: 아무래도 일본 저자가 쓴 책이라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거나 생소한 제품 소개도 있고요, 문구란 게 금방 단종되기도 하니 실생활 쇼핑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문구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소장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아쉬운 점을 말하면서 동시에 좋은 점 말하기 ㅋㅋ)


지혜: 하핫, 노련하십니다. 『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이야기를 하자면, 저자 김율희 씨는 홈쇼핑 MD, 방송사 편성 PD로 일했고 현재 혼자 살이 10년차라고 합니다. 스스로를 '나를 위한 한 끼 식사'를 제법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표현했어요. 저 역시, 혼자 대충 먹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두고 ‘혼밥’을 즐기거든요. 이 책의 매력은 '그릇' 이야기만 한정 짓지 않고, 저자의 일상과 단편적인 생각이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 아닐까 싶어요. 2030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정: 저도 저자가 한 끼 식사를 늘 정갈하게 챙기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그릇 사진은 정말 예쁘더라고요.


지혜: 저자는 직장생활을 31세 때 그만뒀다고 해요. 이유가 "그러나 덜 행복할까 봐 무서워 행복하지 않은 현재를 이어간다는 건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다. 미래의 행복만큼이나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고 미래는 어차피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행복하지 않은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했다."(40쪽) 평소 제 신조와 좀 비슷하거든요. “미래가 중요하지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 뭐 이런. 사진이 많을 것 같은 책인데, 글밥이 생각보다 많아서 읽는 맛이 있어요. 분홍색 표지가 요즘 지겨운데, 그래도 책장에는 꼽고 싶더라고요. 촉감이 좋은 책이에요.


의정: 저도 『궁극의 문구』 에필로그가 제가 기존에 생각했던 바와 비슷해서 마음에 남았는데요.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도라에몽이 되고 싶었다고 해요. 누구라도 한 번쯤 도라에몽의 편리한 도구가 담겨 있는 마술 주머니를 갖고 싶어했었죠. 현실에 도라에몽은 없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에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 도와주거나, 주머니에서 꿈과 놀라움을 꺼내 모두를 즐겁게 하는 일은 미래의 도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중략) 나는 여전히 꿈을 좇고 있다. 꿈과 희망이 튀어나오는 주머니를 아직도 진심으로 찾고 있다.” (134쪽)는 문구가 인상 깊었어요.


지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감동입니다. 눈물 주르륵.


의정: 독자 여러분도 여러분께 맞는 그릇과 문구, 도구로 평범한 생활을 조금 더 꿈에 가깝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법인카드로 사무용품 좀 사면 안될까요? 펜이 안 나와요.


지혜: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제가 가끔 요 두 표현을 함께 쓸 때가 있습니다. 내일 같이 회사 앞 문구점을 들러볼까요? 저도 칼심을 갈아야 합니다. 많이 녹슬었어요.


의정: 팀장님, 저희는 회사 돈을 축내는 게 아닙니다. 인적 자원의 효율 증진을 위한 워크툴 개선 프로젝트라고나 할까요?


지혜: 고수십니다. 하핫, 그럼 끝으로 지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의정: 권유 50, 재미 85, 지력 40입니다. 훌훌 훑어봐도 재밌는 문구들이 많아요. ‘끝부분까지 제대로 마감한 칼날과 손에 착 감기는 손잡이의 최상급 사용감’이라는 문장을 읽고 있으면 저도 이 가위를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익숙한 물건을 새롭게 보는 맛도 있습니다.


지혜: 전 권유는 80, 재미는 70, 지력 40입니다. 그릇의 역사나 정보도 쏠쏠한데요. 호불호는 확실히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어서 재밌어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그릇 이야기를 더 읽고 싶어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네요.


의정: 저희 모두 지력은 그렇게 높지 않은 책을 골랐네요. 아무래도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지혜: 다음 회는 지력을 좀 요하는 책을 골라볼까요? 머리나 마음이 몹시 아픈 시국입니다만.


의정: 과연, 다음주는 무슨 책이 소개될지.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머리가 아플 테니, 저희는 이만 물러날까요?


지혜: 그럽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나요?


의정: 음,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미지가 반팔이라 바꿔 보았습니다. 앞으로 따봉! 을 외칠만한 책을 더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지혜: 따봉, ㅎㅎ 오랜만에 듣네요. 그럼 담주엔 좀 더 색다른 책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오지요. 오늘은 어떤 버전으로 끝인사를 할까요? 성시경 어떤가요? "잘자요~"


의정: 헉. 구 남친의 새벽 2시 ‘자니' 문자가 생각나네요. 독자 여러분, 자니? <채널예스> 보고 있니?


지혜: ㅋㅋ 저는 이만 총총!


의정: 총총. 금요일에 만나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오늘의 책

김기태라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

2024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김기태 소설가의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 작품성을 입증받은 그가 비관과 희망의 느슨한 사이에서 2020년대 세태의 윤리와 사랑, 개인과 사회를 세심하게 풀어냈다. 오늘날의 한국소설을 말할 때, 항상 거론될 이름과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은 주인공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인간 관계는 수단이자 전략이라며 늘 땅만 보고 걷던 율이 '진짜 친구'의 눈을 바라보기까지. 율의 성장은 외로웠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데서 시작한다.

돈 없는 대한민국의 초상

GDP 10위권,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는 대한민국에 돈이 없다고? 사실이다. 돈이 없어 안정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누구 탓일까? 우리가 만들어온 구조다.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능력주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선진국에 비해 유독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왜 대한민국 식당의 절반은 3년 안에 폐업할까? 잘 되는 가게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장사 콘텐츠 조회수 1위 유튜버 장사 권프로가 알려주는 잘 되는 장사의 모든 것. 장사의 기본부터 실천법까지 저자만의 장사 노하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