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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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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더 나빠지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가득한 세계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살아볼 만하고,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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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똑똑, 의정님.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의정 : 어제는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만,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습니다.


지혜 : 앗, 어제는 뭔 일이 있었나요?


의정 : 어제는 미국 선거가 있었죠 후…후후…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지혜 : 흑흑. 또르르. 눈물 핑. (본론으로 들어가) 금주에 재밌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의정 : 이번 주, 선택은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 입니다. 국민 모두가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미국 (곧 전) 대통령의 말도 생각나서 골라보았습니다. 지혜 님은 무슨 책을 고르셨나요?


지혜 : 오홋, 저도 궁금했던, 그 책이군요. 책 제목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요. 저 역시 뭔가 비슷한 느낌의 책인데요. 사회학자 오찬호의 신작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입니다.


의정 : 대통령 세 글자가 요새는 참 슬프네요…ㅋㅋ. 오찬호 저자는 저도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 믿고 보는 느낌?

 

지혜 : 그렇군요. 전작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진격의 대학교』가 화제작이었죠? 술술 잘 읽히는 사회학 책을 많이 쓰고 계세요. 그런데 갑자기 궁금하네요. 의정 님은 어릴 적 대통령을 꿈꾼 적이 있나요? 저는 없어서 궁금하네요.


의정 : 한 번도 없습니다. 일곱 살 때는 피아니스트가 꿈이었고, 그 이후에 모자에서 토끼 꺼내는 게 좋아 보여서 마술사가 되고 싶었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던 것 같은데요?


지혜 : 와, 그렇군요. 왠지 저도 과거를 밝혀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저는 초등학교 때 PD를 꿈꿨는데 당시 여자 PD가 EBS에 딱 1명 있다고 해서 접었고요. 광고를 좋아해서 CF감독, 카피라이터를 꿈꿨는데, 광고인의 수명이 무척 짧다고 해서 또 접었어요. 제가 포기가 좀 빠른 편이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어쩜 제 주변 어른들은 현실만 이야기했나 몰라요. 이래서 제가 이토록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만. 쩝.


의정 : 그렇군요. 하지만 오찬호 저자라고 하니, 이런 말을 하려고 책을 쓰진 않았을 것 같네요. 그래서 아이들은 어디로 간 건가요?


지혜 : 9급 공무원 학원이요. 책 카피가 '믿을 건 9급 공무원뿐인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어느 정도 취준생, 대학생들의 현실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휴, 정말 심각하더군요. 이건 부모,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고요. 의정 님 책도 궁금하네요.


의정 :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는 일을 하는 사람, 곧 일을 할 사람, 일을 쉬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조라고 하면 모두가 무섭게 생긴 조끼와 머리띠, 귀족노조를 떠올리거나 특별한 사람들만 필요하다고 생각할 텐데요. 책에서는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한 사람뿐 아니라 이제까지 노조에 대해 모르다가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에 들어간 사람들의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만화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풀어서 쉽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오늘의 권유 지수는 95점!


지혜 : 최고 점수 나온 건가요? 저는 그 책이 만화라서 마음에 들어요. 독자의 폭을 넓힌 느낌이들어서요. 그나저나 의정 님은 요즘, 할 말이 많아 보입니다. 인터뷰하느라, 질문만 해서, 할 이야기를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세상사에 쌓인 게 많아서? ^^ 가끔 옆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을 볼 때, 제가 살짝 쫍니다. 눈에서 레이저도 가끔 봤고요. 뿌지직, 푹푹. 그래서 말인데 (굽신 굽신), 제 책, 소개해도 되나요?


의정 : 제가 요새 좀…그렇죠? 소개해주세요, 궁금합니다.


지혜 : 인정하셔서 다행이고요. ㅋㅋ 사회학자의 책인 만큼 저자가 발로 뛰었습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이 되고픈 사람들을 직접 만났어요. 밀착 취재했죠. 저자의 대학 강의를 들었던 취준생 이야기도 실렸고요. 다큐멘터리를 쫙 읽는 느낌이랄까요? 그나저나 '진보정당 서포터즈 활동'이 취업에서는 자살 행위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의정 : 진보적 활동을 하고 취직에 뛰어들면 대개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듯 자신의 활동을 부인해야 취직이 되는 경향이 있죠. 제 책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요, 면접을 볼 때 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다고 합니다. 예스라고 답하면 취직시켜 주지 않겠다는 의미겠죠?


지혜 : 그렇군요. 혹시 그 책에 웹툰 『송곳』 이야기가 나옵니까?


의정 : 네, 『송곳』은 좋은 작품이었지만 노조가 너무 심각하게 나온 것 같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어요. 물론 노동조합을 만들고 사용자와 노동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래도 일하는 사람끼리 같이 모여 경험을 나누는 데서 오는 즐거움과 행복이 있다고 하시네요.


지혜 : 그렇죠. 최근 MBC 노조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 마음이 아프더군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200명 가운데, 본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109명이라고 합니다. 한숨이 나오네요. 아, 그 책의 저자는 누군가요? 궁금합니다.


의정 : 사회진보연대에서 일하는 김유미 님입니다. 노동운동 같은 건 다른 세상 일이라 생각하며 살다 대학교 때 여성 비정규적 노동자들의 싸움을 접하고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하네요.


지혜 : 앗, 젊은 분 같군요.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에도 노조 이야기가 나옵니다. 취준생들의 면접 준비에 관한 에피소드인데요. "노조를 긍정하는 것이 무슨 문제라도 된단 말인가? 폭력을 당했는데 그럼 이를 외부에 알리지 어디에 알려야 하는 걸까? 회사 안에 경찰서라도 있단 말인가? 은정이는 의아해 했지만 갑의 워낙 우렁차고 단호한 목소리를 듣자 하니 을이 말해야 할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했다." 너무 잘 아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뼈가 아픕니다.


의정 : 그러게요. 지혜 님 요새 '할말하않'이라는 신조어를 아시는지. 저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말 대신 책을 보세요 여러분.


지혜 : 띠루리. 털석….. ㅠㅜ 죄송. 제가 신조어에 약합니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를 읽으면서 제가 느낀 점은요. 저도 취업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취업 공부를 아예 안 했고,   학점도 얼추 나와서 별 걱정을 안 하기도 했지만요. 그냥 평범하게 졸업해서 어렵지 않게 취업했던 10년 전에 태어난 분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지금은 그러니까 16학번이죠? 10학번 이후의 학생들이 취준생일 텐데,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수치, 팩트를 눈으로 보고 있으니, 아.... 나는 정말 그들한테 아무 말을 할 수 없구나, 싶었어요. 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 취준생과 중고등학생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에요.


의정 : 그러게요. 학교의 학생들이 당당하게 꿈을 대통령이라고 적어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지혜 : 아, 그런데 '공딩족'은 아세요?


의정 :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요?


지혜 :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고등학생"입니다. 수능 대신 공시 택하는 학생들이 계속 급증하고 있답니다. 공무원 하려고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을 온다고 하니 참. 그런데 저도, 과거에 공무원이라고 하면 끔찍했거든요? ‘이 지루한 업무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해?’ 싶었는데 지금은 시켜만 준다면 30분 정도 일찍 출근할 자신이 있어요. 의정 님은요?


의정 :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여전히 하지 않을 것 같네요. 물론 공무원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지만, 각자가 어울리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직장이 있겠죠? 저는 <채널예스>를 조금 더 해보렵니다.ㅋㅋ

 

지혜 : 저도 불과 1년 전만 해도 싫었습니다만 애 엄마가 되고 보니 고민할 문제가 아니더군요. 그럼에도 저 역시 <채널예스>를 조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왜 너는 이 책을?>을 장수 코너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즘은 끝까지 하는 사람이 살아남더라고요. 버텨야 합니다.

 

의정 : 네, 저희 목표는 일단 길게 하는 걸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독자 여러분도 즐겁게 '내 일'을 찾으셨으면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내일 읽을 책’은 저희가 추천한 책으로! 기승전 추천!


지혜 : 오늘도 영업력은 지치지 않으시군요. 존경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주에 한 권의 책을 5일 내내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요. 한 쪽도 못 읽었어요. 정치 사회 뉴스를 읽다 보면 정말 책을 읽을 시간, 여유, 체력이 없어요. 출판사 사장님들, 편집자 분들, 마케터 분들, 서점 주인 분들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의정 : 정치소설 쓰시는 분들이 좌절하고 계시다더군요. 아무리 상상해도 이제는 현실을 따라갈 수 없다고요.


지혜 : 현실이 더 악하니까요. 할 말이 없죠. 저는 강수돌 선생님의 추천사로 오늘 토크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한국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는 초등학생조차 ‘연금이 나오니까’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고, 대학생조차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보다 나 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에 몰두한다. 이 책에서도 말하듯, 이는 누구의 탓도 아니다. 경쟁과 이윤이라는 원리 위에서 움직이는 이 시스템이 문제다. 그러나 이 시스템 또한 사람이 움직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책임성 있게 사는 것일까? - 강수돌 (고려대학교 교수, 『팔꿈치 사회』 저자)


시스템 또한 사람이 움직입니다. 인공지능 시대라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이 발달시키죠.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어요. ‘촛불’이 시스템을 만드는 힘이 됐으면 합니다. 책에 나오는 문장인데요.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 되는 시대다." 시국이 이럴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고 싶네요.


의정 : 저는 그럼 ‘머리말’로 토크를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난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더 이상 남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또 동료들과 함께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한다. (중략) 모든 게 더 나빠지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가득한 세계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살아볼 만하고,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6쪽)


그리고 저자는 그들에게 받았던 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니까요. 모두들 파이팅!


지혜 : 감동입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네요. 오늘은 저희가 할 말이 좀 많았네요. 끄응. 독자 분들이 부디 지겹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의 끝인사는 준비하셨나요?


의정 : 이미지 시대니까, 손 흔드는 사진으로 대신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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