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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울면 일어나는 일들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되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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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껴지면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되묻자.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럼 지금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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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바른정당의 원내대표로 누구를 내느냐의 문제가 있었는데 1순위, 2순위 분들이 왜 안 하려고 하는지 속사정을 들어보니까 나경원 의원이 와서 계속 울면서 본인이 하겠다고... (나 의원은) 늘 많이 울어요.”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이 신당 창당 관련해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했다는 말이 10년도 넘은 기억을 소환했다. 1월 초 인사철이었다. 한 마디 상의 없이 나를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낸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말씀해주세요. 납득이 안되서 그럽니다.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요!” 직장생활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인사 발령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왜 울었을까?

 

 


울어도 좋다. 단 혼자서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니콜 슈타우딩거는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에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엘리베이터와 같다. 우리 머리 제일 꼭대기에는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이 살고 있다. 지하실에는 제일 단순한 해결책이 산다. (중략) 우리 뇌는 스트레스에 빠지면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실에 당도한다.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한, 심지어 어린 시절에 자주 활용하던 해결책들이 보관된 곳으로 말이다.”(160쪽) 당시 내 뇌가 찾아낸 해결책 (울며 따지기) 역시 지하실에 보관된 것들이었다.


학교라면 친구들이 달려와 등을 토닥여주겠지만 직장은 어른들이 모여 경쟁하고 협력하는 곳이다. 상대가 너무 감정적이거나 난관을 감당 못한다고 생각되면 약한 선수라 생각해 점차 자신들의 리그에서 빼버린다. 취약함을 파고들어 공격하거나 낙인을 찍기도 하는데 이혜훈 의원의 “(나 의원은) 늘 많이 울어요” 발언이 그 예다. 울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우는 것이 공개적인 울보가 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눈물은 고립에서 온다


직장에서 자꾸 울컥한다면 나의 ‘고립 지수’를 확인해보자. 평소 동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가? 직장 내 소식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가? 죽어라 일만 할 뿐 고립 지수가 높으면 내게 닥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 난관 앞에 무너지기 쉽다.


상사가 “네 머리는 장식이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치자. 우는 대신 비판의 근거가 무엇이고 혹시라도 불필요하게 상처를 입히려는 의도는 없는지 살피자. 상사가 화낼만하다면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부당하다면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상사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릴 수도, 한번은 굽히되 조용히 복수의 칼을 갈 수도 있다. 이런 판단은 조직의 상식은 무엇이고 상사는 어떤 사람인지, 남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는지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평소 사람들을 통해 축적해야 할 정보다.


원하는 것을 얻는 최후의 수단으로 눈물을 선택한다면 그 소문은 발 없이도 천리를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당신이 저지른 반칙에 분노한다.(“나는 울 줄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아나?”) 승진, 부서 이동, 허가 등 직장 생활에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눈물 말고 다양한 협상과 설득의 방법을 찾아보자. 이 역시 사내 정보가 있어야, 필요하다면 동료들과 손을 잡아야 훨씬 쉬워지는 일이다.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되묻자

 

울기 직전 사람들은 신호를 보낸다. 얼굴이 벌개지며 말을 쏟아낸다거나 그 반대로 잔뜩 움츠러들어 눈을 내리깐다. 싸움닭 혹은 꼬리 내린 강아지 같은 이런 모습은 스스로의 감정을 더 자극해 상황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갖다 바치게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껴지면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되묻자.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럼 지금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시는 건가요?”, “제가 정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도 될까요?” 질문하는 쪽이 대부분의 경우 대화의 주도권을 쥔다. 상대는 질문 안에서 답하게 되기 때문이다.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다룬 『회사생활에 대한 위험한 착각』은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 중 쓸만한 건 받아들여 나를 단련시키되 상대의 비난이 나의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는 걸 알라는 것이다. 직장에서 우는 사람들은 남의 인정과 평가에 휘둘리는 성향이 강하다. 상대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나한테 어떻게 저래?’ ‘나는 실패했어’ 같은 감정에 휩싸이지 말고 내 힘을 되찾아 승리할 (최소한 비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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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남인(<회사의언어> 저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경찰기자, 교육 이슈를 다루는 교육기자로 일했으며 문화부에서는 서평을 쓰며 많은 책과 함께했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찾아 2013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HR Communication을 담당하다 현재 SK 주식회사에서 브랜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과장을 시작으로 차장, 부장을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그 사이 한 번의 이직까지 겪으며 다양한 장르와 층위의 ‘내부자의 시선’을 장착할 수 있었다. 기자였다면 들을 수 없었던,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가 일하고 관계 맺고 좌절하고 성취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책『회사의 언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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