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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내 맘 같지 않네

‘뒤에 나옵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게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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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첫 페이지부터 딱딱 짚어줘야 해요. 페이지 당 정보가 적당해서 느슨해지거나 비약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상대를 내 박자에 맞춰 같은 페이지에 묶어두는 것, 그게 보고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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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중요한 보고가 있는 날, 드라이클리닝 후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정장을 꺼내 입었다. 지난주 내내 작성한 보고서는 여러 번 읽어 꿈에서까지 나올 정도고 동생 붙잡고 예행연습까지 한 덕에 자신감도 붙었다.

 

“올해 신상품 브랜드 관리 전략 보고 드리겠습니다.”

 

또박또박 밝은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한지 10분쯤 지났을까, 마주 앉은 임원이 다양한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확인하질 않나, 몇 장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보고서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훌훌 넘기질 않나... 더는 못 참겠는지 보고를 끊고 던진 한 마디.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준비도 완벽하고 연습도 충분했다. 뭐가 잘못 됐을까?

 

‘뒤에 나옵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게임 끝

 

조직의 갈수록 시간이 없다. 어서 결론을 듣고자 하는 상사에게 A부터 Z까지 설명하거나 장황하게 방법론(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을 늘어놓는 것은 시간낭비다. 상사는 핵심만 간결히 파악해 자기 할 일(의사결정)을 해치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길 원한다. 보고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결론을 채근하는 상사에게 ‘그 내용은 뒤에 나옵니다’ 답하는 순간 게임 끝. 우선순위가 뒤섞인 보고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보고 전, 상사는 어디까지 알고 있고 뭘 알고자 하는지 파악해 불필요한 정보는 솎아내야 한다. 상사가 잘 아는 내용이나 자잘한 디테일은 혹시라도 물어볼 수 있으니 준비는 하되 굳이 보고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핵심만 간단히 그리고 신속히‘ 듣고자 하는 욕구는 정보가 폭증하는 최근 더 강화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패트릭 G. 라일리는 책 『The One Page Proposal』에서 아무리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라도 의사결정자 책상 위에는 한 장의 보고서로 놓여야 한다고까지 했다. 중언부언하는 보고는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주거나 내용 자체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린다.

 

허락을 구하지 말고 선택하게 하라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여러 선택지를 늘어놓거나 ‘이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건 이렇게 할까요?’ 허락을 구하는 듯한 보고는 당신을 일할 줄도 모르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보고는 내 생각을 상사에게 세일즈하고, 상사가 내준 문제를 해결해 설득하는 방법이다. 수많은 이슈를 굴리고 있는 상사일수록 담당자만큼 사안에 대해 깊이 알 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매번 허락을 받는 듯한 보고 태도는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상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복수의 안을 준비하는 것은 좋지만, 그 중 가장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고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이러이러하게 진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부장님 의견 주시면 반영 하겠습니다”라 말해보자. 
 
안심시켜라


상사를 설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세세하고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야 안심하는 상사라면 기본적인 수치는 외워서 그의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게 하고, 상대가 리스크를 꺼린다면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옆 팀은 어떻게 했는지 같은 정보를 곁들여 마음을 가볍게 만들라. 무엇보다 당신이 제안한 보고내용이 팀이나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우리 조직(혹은 상사)은 무슨 이득을 볼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내 제안이 다 들어맞을 수는 없다.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언급하되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두면 좋다.

 

기자 시절, 국내 한 성공한 CEO는 수많은 보고를 하고 듣기도 했다면서 이런 팁을 들려줬다. “보고서 첫 장부터 질문을 해온다, 혹은 나는 1페이지 읽고 있는데 상대는 벌써 뒷 장으로 넘어갔다... 이러면 망한 보고입니다. 상대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첫 페이지부터 딱딱 짚어줘야 해요. 페이지 당 정보가 적당해서 느슨해지거나 비약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상대를 내 박자에 맞춰 같은 페이지에 묶어두는 것, 그게 보고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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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남인(<회사의언어> 저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경찰기자, 교육 이슈를 다루는 교육기자로 일했으며 문화부에서는 서평을 쓰며 많은 책과 함께했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찾아 2013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HR Communication을 담당하다 현재 SK 주식회사에서 브랜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과장을 시작으로 차장, 부장을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그 사이 한 번의 이직까지 겪으며 다양한 장르와 층위의 ‘내부자의 시선’을 장착할 수 있었다. 기자였다면 들을 수 없었던,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가 일하고 관계 맺고 좌절하고 성취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책『회사의 언어』에 담았다.

THE ONE PAGE PROPOSAL

<패트릭 G. 라일리> 저/<안진환> 역7,200원(10% + 5%)

국제적인 기업의 사장인 패트릭 G. 라일리는 시대착오적인 오류로 사장되는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이 책을 내놓았다. 그가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은 One Page Proposal이다. 저자는 전통적인 기획서의 장황한 형식을 버리고, 한 장 안에 완벽한 내용을 담아 내는 새로운 형식의 기획서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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