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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 하세요’ 소리 듣지 않으려면

비난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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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균형감이다. 상대가 업무에 들였을 노력이나 나름의 장점까지 깎아 내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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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오늘 아침도 9시 10분.

지각하지 말자 다짐해도 좀처럼 이 10분의 벽이 깨지질 않는다. 어제는 알람도 30분 당겨 맞춰놨는데 오늘은 길이 워낙 막혔더랬다. 휑한 회사 로비를 통과해 자리로 와 조용히 컴퓨터를 켠다. 득달같이 뜨는 메시지창. 최 과장이다.

 

‘나도 이런 소리 하는 거 싫은데 자기를 아끼니까 조언하나 할게. 10분 만 일찍 일어나. 내 경험상 지각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면 아무리 일 잘해도 손해라고.’

 

지각이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이건 좀 오버 아닌가? 일이 많아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도, 작년 팀의 성과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것도 나였다. 당신이 나를 얼마나 안다고? ‘조언 감사합니다’ 한 줄 적고 메시지 창을 닫아버린다. 내일부터 일찍 출근하리라 다짐했던 마음도 식어버렸다.

 

동료의 습관적인 지각에 조언을 건넨 최 과장은 잘못이 없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사각지대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다. 내게 꼭 필요한 조언이라도 내가 가진 자아상에 상처를 입히는 이야기라면 우리 뇌는 이를 공격으로 인지해 경고음을 울린다. 상대의 진심은 휘발되고 부정적인 내용만 머리에 맴돈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인데...’ 마음이 앞서 섣불리 입을 열었다가는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면 몇 가지만 점검한 후 조언을 건네자.


너나 잘 하세요


조언은 입에 쓴 약이라 ‘이거 내 몸에 좋은 거다’ 눈 딱 감고 삼킬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통한다. 서로의 진심을 의심치 않는 가까운 관계이거나, 절친까지는 아니어도 동료로서 상호 신뢰가 쌓인 사이가 그렇다.

 

물론 당신이 조직 내에서 탁월한 영향력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후배들은 알아서 피드백을 달라고 청할 것이다. 나를 믿고 팀을 위해 뛰는 상사, 나보다 더 헌신적으로 일하는 동료일 경우에도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면 사람들은 그를 까다롭고 억지스럽고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저항에 맞닥뜨린다. 일 안하고 뺀질대는 상사가 평가만 하려 들 때 아무리 좋은 피드백도 공중 분해되는 이유다.

 
나도 안 해 본 거, 잘 모르는 거, 실천하기 어려운 거에 대해선 일단 입을 닫는 게 좋다. ‘너나 잘 하세요’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비난 샌드위치


친한 사이도 아니고 나도 내 앞가림 잘 못하지만 일이 굴러가려면 따끔하게 피드백을 해줘야 할 때가 있다. 보고서가 매번 산으로 간다거나 마감시간을 습관적으로 어길 때, 일처리가 야무지지 않아 누군가가 늘 추가확인을 해야 하는 경우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균형감이다. 상대가 업무에 들였을 노력이나 나름의 장점까지 깎아 내리지 말아야 한다. 화장품 기업 메리 케이를 창업한 메리 케이 애시는 상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작과 끝은 긍정적이고 상대를 북돋는 코멘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걸 '비난 샌드위치‘라고 불렀다. 두 개의 빵(긍정 코멘트) 속에 비판을 고기 패티처럼 숨겨서 상대가 자기도 모르게 꿀꺽 삼키게 하라는 조언이다. 상대가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해야 자기방어에 집착하지 않는다. 진실을 슈거코팅 하라는 말이 아니다. 짚어줘야 할 것들은 사실에 기반해 정확히 짚어주되 상대가 업무에 쏟았을 노력이나 신선한 시도 등을 언급해준다면 조언은 훨씬 더 쉽게 파고들 것이다.
 
조언은 문제해결로 이어져야 한다


설익은 조언을 하기 전에 상대의 반론이나 상황 설명을 충분히 듣자. “지각하지 마”보다는 상대가 지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잦은 야근, 통근 상황)에 대해 먼저 묻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게 효과적이다. 보고서가 매번 산으로 간다면 왜 자꾸 지시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지 시작부터 짚어가며 피드백을 주는 게 좋다. 조언이 훈계로만 들리는 것은 그것이 구체적인 문제해결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 경험과 시각 안에 갇힐 때 그렇게 된다.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상대를 관찰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먼저다.

 

 

* 그동안 <김남인의 직장언어 탐구생활>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장 생활의 꿀팁을 얻으셨기를 바라며, 김남인 작가님의 신작도 기대해주세요.

 

* <김남인의 직장언어 탐구생활> 한 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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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남인(<회사의언어> 저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경찰기자, 교육 이슈를 다루는 교육기자로 일했으며 문화부에서는 서평을 쓰며 많은 책과 함께했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찾아 2013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HR Communication을 담당하다 현재 SK 주식회사에서 브랜드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과장을 시작으로 차장, 부장을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그 사이 한 번의 이직까지 겪으며 다양한 장르와 층위의 ‘내부자의 시선’을 장착할 수 있었다. 기자였다면 들을 수 없었던,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가 일하고 관계 맺고 좌절하고 성취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책『회사의 언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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