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벤, 기교 없이 잘 부르는 노래

벤 『Recip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과잉 없는 목소리로 일상의 틈바구니에 조용히 스며드는 음색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2018. 07. 11)

2.jpg

 

 

햇빛 들어오는 깔끔한 방에서 늦은 점심을 요리할 때의 나른한 사운드트랙, 또는 평일 오후 3시 한산한 카페의 배경음악, 벤의 첫 정규앨범 <Recipe>는 그런 은은한 감성을 정확히 파고든다. 무해한 음악이다. 모서리가 뭉툭한 사운드는 일정 볼륨 이상으로 오르지 않고, 청아한 보컬은 곡의 절정에 이르러서도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과잉 없는 목소리로 일상의 틈바구니에 조용히 스며드는 음색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Love recipe」의 편안한 기타 반주는 벤의 맑은 목소리를 강조하고, 계단처럼 올라가는 선율이 기분 좋은 긴장을 준다. 사운드의 빈 공간과 예쁜 멜로디의 이 만남이 <Recipe>의 강점이다. 여기에 벤의 여리고 섬세한 보컬이 음악에 일상성을 입히며 잔잔한 호소력을 더한다. 카페의 소리를 그대로 담은 통통 튀는 「Iced coffee」, 어쿠스틱 밴드의 라이브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 감성적인 「Blank」에서 일상성의 매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다른 곡들에 비해 힘이 들어간 타이틀곡 「열애중」에서도 벤의 보컬은 듣는 이의 감상을 침해하지 않는 선을 유지한다. 뛰어난 가창력과 맑은 음색의 이 배합은 그동안의 여러 OST 작업으로 다진 노련함일 것이다. 곡 자체는 다소 전형적인 구성이지만 투명한 가창 덕분에 기승전결이 뚜렷한 선율이 깔끔하게 전해진다. 고음 위주로 감정을 마음껏 터트리는 「BAT」에서도 절묘한 거리감으로 곡의 맛깔을 충분히 살린다.

 

감상을 강요하는 농도 짙은 정념이나 귀를 현혹하는 복잡한 기교, 그런 장치 없이도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음을 벤은 항상 보여 왔다. 벤의 그 장기가 잘 드러난 <Recipe>는 적당히 떨어져 가만히 이야기를 풀어내며 듣는 이의 마음에 젖어든다. 그러나 앨범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정규앨범에 벤 자신이 드러나지 않은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말갛게 애절한 그 음색에 담아낸 인간 이은영(본명)의 매력을 조만간 만날 수 있길.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