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다시 날리는 어퍼컷 한 방 -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은 아니야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두 사람은 고통과 절망 역시 희망으로 이겨내고자 마음 먹는다. (2019. 01. 10)

재생.png

 


경기가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니까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지만, 가끔은 정말 원망스러울 정도로 잔인한 사건들이 한 번에 다가오곤 한다. 지금 여기 있는 한 소년의 인생이 그렇다. 국가대표 복싱선수로 발탁되었지만 그 경기에서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소년. 링 위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 있음을 느꼈지만, 이제 피가 생성되지 않는 재생 불량 빈혈이라는 혈액암에 걸려 무균실에 입원하게 된 소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고 세상과 소통을 거부 하는 이 소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조차 조심스럽다.

 

뮤지컬  <재생불량 소년> 은 절망과 좌절에 빠진 고등학교 복싱 선수 반석을 통해 희망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관객들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내가 공연장을 온 게 맞나? 복싱 경기장 아니야?” 실제 복싱경기가 이루어져도 손색 없을 링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 객석의 옆에는 샌드백이 매달려 있거나 복싱 체육관의 사물함이 놓여져 있고, 배우들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구성 된 공연장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뮤지컬  <재생불량 소년> 은 독특하고 기발한 무대로 시작 전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젊은 청춘들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통통 튀는 작품이다.

 

2016년 설립된 아웃스포큰이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이후 새롭게 선 보인 작품이다. 지난 2016년에는 동명의 제목으로 연극으로 첫 선을 보였으나, 2년만에 다시 돌아온 작품은 뮤지컬로 탈바꿈했다. 2016년 초연 당시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첫 선을 보이며, 9.9 점의 관객 평을 기록한 바 있다. 뮤지컬로 돌아온 이번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주인공 반석은 별다른 꿈 없이 살던, 그저 까불거리고 장난기 많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러다 우연히 절친 승민으로 인해 복싱을 시작하게 되고, 국가대표 복싱 선수가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는 승민을 보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복싱에 열정을 쏟으며 변해가는 반석과 그런 반석을 응원하는 승민.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청춘을 보낸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두 사람이 맞붙게 되고, 그날의 기억은 반석에서 영원한 상처로 남게 된다.

 

상처로 인해 마음을 닫은 반석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병까지 얻게 된다.친구도, 복싱도 모든 것도 잃은 반석은 예전처럼 생기 넘치는 모습이 아니다. 그런 반석과 같은 병실을 쓰는 백혈병 환자 성균은, 오랜만에 만난 또래가 반갑기만 할 뿐. 성균의 끈질긴(?) 치근덕 거림에 반석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성균에게 복싱까지 알려주며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간다.

 

 

재생2.jpg

 

 

<재생 불량 소년> 은 반석과 승민의 이야기, 반석과 성균의 이야기를 과거 회상의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가는 반석과 성균의 모습을 그려낸다. 남들은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라면도 그들에겐 꿈 같은 일이고, 남들은 익숙한 한강의 풍경도 그들에게는 신비롭고 새로운 일이다. 그 모든 일을 하려면, 힘들어도 아파도 참고 버텨내야 하기에, 그래야 두 눈으로 보고 두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에, 두 사람은 고통과 절망 역시 희망으로 이겨내고자 마음 먹는다.

 

사실  <재생 불량 소년> 의 스토리는 다소 평범하고 사건들 역시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전달해주는 메시지 또한 조금은 진부하다. 하지만 그 진부함을 개성 넘치는 넘버들, 독특한 무대 구성 등 젊은 창작 집단의 아이디가 돋보이는 요소들이 채워나간다. 나쁜 사람 한 명 없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만 나오는 작품이 주는 따뜻한 메시지는, 가슴에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오는 1월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