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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의 선언

여성 솔로의 성공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 일을 청하는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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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하나 없다. (2019.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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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H 엔터테인먼트 제공

 

 

청하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하나 없다. 2016년 <프로듀스 101> 시즌1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청하의 데뷔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중 7회에 방송된 <Bang Bang> 무대까지 본 사람이라면 청하의 성공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무대를 기점으로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뒤이은 시리즈의 성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청하는 이변 없이 순조롭게 데뷔했고, 당시 가장 주목받는 걸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청하를 포함해 프로듀스 101의 상위권 멤버로 구성을 마친 그룹 ‘아이오아이’는 출발에서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데뷔곡 <Dream Girls>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노래였고, 콘셉트는 의도를 따로 짚어낼 수 없을 정도로 따분했다. 그나마 7인조로 활동한 <Whatta Man>에서 이전의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했고, 이어 <너무 너무 너무>까지 히트시켰기에 체면치레는 할 수 있었다. 짧은 활동 기간만큼 더 큰 폭발력을 보여줘야 했건만, 아이오아이의 프로모션과 성적은 여러모로 시작할 때의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그룹 구성원이 각자의 소속사에 돌아가 본래의 활동을 펼치는 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2016년 이후 프로듀스 101 멤버가 포함된 채 데뷔한 걸그룹 중 대중적 성공에까지 닿은 그룹은 거의 없다. ‘구구단’, ‘프리스틴’, ‘다이아’ ‘위키미키’는 여전히 유망주에 가깝다. <프로듀스 101> 시즌1이 종영되고 2년이 지나 방송된 ‘MAMA 2018’에서 아이오아이 출신은 단 두 명이 무대에 설 수 있었는데, 하나는 ‘우주소녀’의 유연정이었다. 우주소녀는 쇼의 앞부분에 ‘오마이걸’과 공동 무대를 짧게 소화하고 긴 시간 선배 동료들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손뼉을 쳐야 했다.

 

그날 아이오아이의 멤버 중 유일하게 트로피를 받은 가수가 청하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보이 그룹에 치우쳐 있는 방송 분량도 청하에게는 선배 여성 솔로 선미와 더불어 상당 시간 할애되었다. 무대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았음은 물론인데, 청하는 영리하게도 무대 말미에 후속곡 <벌써 12시>를 아주 잠깐 들려준다. 한 해를 정리하되 다가올 시즌의 기대치 또한 올려놓는 것, 청하와 그의 소속사는 연말 시상식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줄 아는 것이다. 예상대로 <벌써 12시>는 2019년 1월 2일에 발매되어 단박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례적인 화제를 모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린 연습생을 걸그룹의 일원으로 데뷔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7명, 9명, 11명 혹은 더 많은 숫자의 그룹에서 개중 조금이라도 얼굴이 알려진 멤버는 센터 역할을 맡아 팀을 더 알려야 한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의 시대이고 그것의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솔로 가수에 대한 수요와 시장은 그만큼 위축된 시간이 길다. 특히 무대를 꽉 채울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솔로 댄스 가수는 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 청하는 누가 봐도 혼자서도 충분히 빛이 나는 댄서이자 보컬이었지만, 그가 솔로로 데뷔한 것은 그래서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 가요계는 청하의 성공은 확신할 수 있지만, 여성 솔로의 성공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 일을 청하는 해냈다.

 

청하는 (마미손이 악당으로 지칭한) 넉살과 함께 부른 <Why Don't You Know>으로 시동을 걸어 이듬해인 2018년에는 <롤러코스터>, <Love U>를 연달아 히트시킨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싱글 <Wow Thing>에 참여해 슬기, 소연, 신비와 함께 여성 아티스트의 강력함을 보여주었다. 청하의 무대는 빈틈이 없다. 퍼포먼스형 여성 솔로 가수에게 유독 가혹하던 가창력 논란도 오랜 연습 기간으로 다져진 이 K-POP 아이돌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퍼포먼스는 싱글과 앨범을 낼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는데, <벌써 12시>에 이르러서는 벌써 다 채운 것 같아 되레 그게 걱정이다. 걱정이라 쓰고 설렘으로 읽어도 좋겠다.

 

우리에게는 김완선에서부터 시작된 퍼포먼스형 여성 아티스트의 역사가 있다. 사람들은 섹시함이니 청순함이니 하는 것들로 그들을 정의 내리려 하였으나, 오래 살아남은 아티스트들은 그런 것들로 쉬이 범주화할 수 없는, 그저 ‘멋짐’과 ‘훌륭함’의 영역에 있었고 그 영역을 확장해 왔다. 보아와 이효리가 그랬고 최근의 선미가 그러하며 청하 또한 오래도록 그러할 것이다. 청하가 이어갈 역사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12시를 가리키는 시침과 초침을 나타내듯 청하는 두 손을 얼굴 쪽으로 기도하듯 모았다 박자에 맞춰 비튼다. 그러곤 입술을 슬쩍 깨물며 특유의 그루브한 몸짓으로 스텝을 밟아 무대 전면으로 나온다. 나는 이 무대의 퍼포먼스가 통금 시간 때문에 괴로운 소녀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판을 쪼개고 접수해버리겠다는 마녀의 선언처럼 보여서 짜릿하고 새롭다. 트위터에서 발견한 어느 문장으로 청하의 선언에 이렇게 응답해도 좋겠다. “언니, 저는 통금 없어요.”


 

 

청하 - 미니앨범 3집 : Blooming Blue청하 노래 | Stone Music Entertainment / MNH엔터테인먼트
제목이 암시하듯 이번 앨범은 활짝 피어나 짙어진 푸른색처럼 더욱 성장한 청하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더욱 견고해진 청하의 목소리를 더해 전작을 잇는 완벽한 여름날의 찬가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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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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