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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 자신에게 집중한 앨범

아리아나 그란데 『thank u,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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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NASA」의 도입부처럼, "One small step for woman, One giant leap for womankind!" (2019.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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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끈 올려 묶은 포니테일의 인상은 강렬했다. 그 뚜렷한 이미지는 한동안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적?인격적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의 음악에서 인간 아리아나 그란데를 읽고 있다. <thank u, next>는 그 길에 놓인 중요한 첫 포석이다. 비슷한 방향에 있을 전작 <Sweetener>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Sweetener>가 주변 현실에 대한 가수의 반응에 가까웠다면, <thank u, next>의 시선은 그 현실이 바꾸어놓은 가수 자신을 향한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는 뜻은 타이틀에서부터 드러난다. 몽환적이고도 달콤한 키보드 위로 자신의 전 애인들을 나열하는 「thank u, next」에서 두 명의 주인공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곡의 유일한 주인공은 떠난 이들을 향한 분노나 매달림 없이, 그저 그들 각각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돌아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OST를 음산하게 뒤튼 싱잉 랩으로 "내가 원하면, 난 가져(I want it, I got it)"를 연발하는 「7 rings」의 이질성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가수 본인의 감정을 첫머리에 놓은 덕에, 팝 음악의 주 문법인 사랑 노래의 표현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사랑에 빠진 설렘을 노래하는 단출한 「needy」부터 도발적인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능글맞은 언어유희로 유혹하는 「make up」까지 자연스럽게 가수와 녹아든다. 한편 전에는 자주 보여주지 않던 우울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전 애인 맥 밀러를 향한 그리움을 처연하게 노래한 발라드 「ghostin」은 흘려들어선 안 될 트랙이며, 1960년대 소울 가수 웬디 르네의 「After laugter(comes tears)」를 샘플링한 「fake smile」도 아리아나의 그늘을 그대로 담았다. 밝은 곡조로 아릿한 내용을 노래하는 「imagine」도 씁쓸한 감상을 남긴다.

 

고음을 자제한 보컬, 귀를 때리는 전자음의 부재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아리아나는 1990년대 알앤비와 자신의 초기작을 조금씩 닮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로듀서 토미 브라운(Tommy Brown)과 맥스 마틴(Max Martin), 싱어송라이터 빅토리아 모넷(Victoria Mon?t) 등 초기작을 함께한 동료들이 만든 무대다. 여유로운 공간감 덕에 음색과 언어가 한껏 강조되고, 그 매력은 적당한 음압을 유지하는 「needy」나 「thank u, next」같은 곡에서 유감없이 나타난다.

 

잘 들리는 음악으로 넓은 공감을 얻어야 하는 팝 앨범의 의무와 아리아나 그란데 자신의 이야기. <thank u, next>는 그 두 영역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그건, 같은 사랑 노래를 하면서도 ‘누군가의 여자’를 넘어 자신에게 집중한 이 앨범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복잡한 절차 없이) 남자 래퍼처럼 곡을 내고 싶다"며 「thank u, next」를 기습발매해버린 것과도 얼마간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NASA「의 도입부처럼, "One small step for woman, One giant leap for woman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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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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