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 시의 제목은 아마도 가족이 되리라

나는 상상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작가와 부모의 이야기가 이 시 ‘소설’처럼 두 권 일종의 책으로 나오는 모습을, 작가는 과학을, 부모는 정원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두 권의 책이 서로 등을 마주대고 어느 서점의 가판대에 나란히 기대 서 놓인 모습을. (2019. 05. 22)

KakaoTalk_20190521_232206445-1.jpg

 

 

대학을 졸업한 직후 잠시 기자 생활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마감을 해야 하는 치의학신문이었다. 대학에서 문창과를 전공하긴 했지만 기사 쓰는 법을 배우지는 않았다 보니, 제대로 자료 조사를 하거나 취재를 하지 않고 적당히 문장을 구겨 넣는 기분으로 기사를 적다가 늘 혼이 났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그럭저럭 해내는 건 인터뷰였다. 치의학 관련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기사로 적는 것은 취재 없이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라, 잔머리 굴리기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조차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채널예스>에 연재 중인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를 보자니 이때의 일이 떠올랐다. ‘아, 나도 저건 그럭저럭 할 줄 아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인터뷰 자리를 만들었다.

 

 

800x0.jpg

                                                              

 

 

 

지난 4월 25일, 봄비가 오던 날의 일이다. 카페 홈즈로 작가 조진호를 초청했다. 작가는 과학만화,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픽 노블을 그린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  『게놈 익스프레스』 에 이어 『아톰 익스프레스』  까지, 말 그대로 중력과 유전자와 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첫 장면부터 사로잡는 그림과 글로 솜씨 좋게 풀어낸다.

 

시리즈를 시작할 무렵 작가는 아직 교사였다. 원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주말이면 단골 커피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조금씩 펜을 놀려 그림을 그린 것이 익스프레스 시리즈가 되었다. 그 전에 작가는 게임을 만들었다. 작가가 대학시절 개발한 게임은 누구나 들으면 “아, 그거.” 하는 리니지다.

 

게임을 개발하다가, 원주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돌연 만화가가 되었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히 인터뷰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이상을, 정확히 말하자면 그보다 더 놀라운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KakaoTalk_20190521_232339432-1.jpg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다. 이건 작가의 부모에게 들어맞는 말이다. 작가의 부모는 은퇴 후 충북 단양으로 귀촌해 600평의 땅을 가꿔 정원으로 꾸몄다. 봄이면 꽃이 여름이면 온통 매미가 가을이면 단풍이 지고 겨울이면 설원이 펼쳐지는 정원을 배경으로 작가의 부모는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까지 개최했다. (이 모든 기록은 작가의 부모가 운영하는 블로그 ‘꽃피는 집’ //blog.naver.com/daria720 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작가와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보자니 언젠가 새벽에 지은 시 ‘소설’이 떠올랐다.

 

소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그 생을 고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이의 서재에서 길이길이 남을 한 권의 삶을 고를란다.
그이에게 죽을 때까지 사랑받다,
함께 묻힐란다.
그러고도 우리에게 신이 내생을 약속한다면,
우리에게 그 생을 고르라 한다면,
한 권으로 다 못할 이야기를 상하 두 권으로 풀어내는 소설이 좋겠다.
서로 등을 부대끼고 평생을 살,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너와 나는,
그런 두 권의 일종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KakaoTalk_20190521_232449361-1.jpg

 

 

나는 상상한다. 작가와 부모의 이야기가 이 시 ‘소설’처럼 두 권 일종의 책으로 나오는 모습을, 작가는 과학을, 부모는 정원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두 권의 책이 서로 등을 마주대고 어느 서점의 가판대에 나란히 기대 서 놓인 모습을. 그런 모습을 본다면 나는 또 한 편의 시를 지을 지도 모르겠다. 그 시의 제목은 아마도 가족이 되리라.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조영주(소설가)

별명은 성덕(성공한 덕후). 소설가보다 만화가 딸내미로 산 세월이 더 길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