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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전환점, 제주 백약이오름

제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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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전혀 없는 초원의 오름이라서 360도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압도적이다. 정상에 서서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일출을 기다렸다. (201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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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의 일출

 

 

내 인생을 바꾼 사람, 내 인생을 바꾼 직장, 내 인생을 바꾼 여행. 내 인생을 바꾼 존재는 무수히 많다. 내게는 독특한 존재가 하나 있는데 제주의 368개 오름 중의 하나인 ‘백약이오름’이다. 제주 동쪽을 가로지르는 금백조로를 종종 지나가며 언젠가는 백약이오름 정상에 서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다음 날 아침 날씨가 화창하다는 예보를 접하고, 옆집에 사는 친한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내일 새벽에 오름 가시겠습니까?”


“새벽에? 해뜨기 전에? 어느 오름에 가게?”


“네! 오늘 일몰 보니까 내일 일출도 환상적일 것 같습니다. 백약이오름으로 가시죠!”

 

“그래, 가자! 아내랑 아이들도 함께 갈게.”


“좋습니다. 내일 새벽 6시쯤 해가 뜨니까 늦어도 4시 30분에는 집에서 출발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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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에는 방목 중인 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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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산책로를 걷기도 한다

 

 

그렇게 백약이오름 일출 트레킹을 전날 밤에 뚝딱 준비했다. 약속대로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서로 전화로 깨워주고, 각자의 차량을 몰고 조심스럽게 새벽길을 나섰다. 제주의 산간도로는 가로등이 없어서 자칫 노루나 고양이 등 야생동물과 부딪히기에 십상이다. 따라서 최대한 전방을 집중하며 갑자기 도로에 동물이 나타나지 않을까 주의하면서 운전해야 한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더 소요되어 백약이오름 입구에 주차했다. 아직 아무도 없었다. 형님도 도착 전이었다. 완벽한 어둠에 갇힌 주차장을 벗어나 오름 입구를 지나 산책로에 들어서자 저 멀리 성산일출봉 부근으로 불그스레한 여명이 보였다. 잠시 후면 해가 지평선 위로 올라올 태세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10여 분을 혼자서 오르다가 수많은 반딧불이를 만났다. 그들은 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라 사방으로 도망갔다. 헤드랜턴을 끄고 잠시 시간이 흐르자 반딧불이의 존재는 더욱 뚜렷해졌다. 여름에만 반딧불이가 사는 줄 알았는데 이 가을에도 오름에는 반딧불이가 넘쳐난다. 이때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어딥니까?”


“아무래도 우리 입구를 잘못 들어온 거 같아. 계속 평지 길만 나오네.”


“아! 주차장에서 왼쪽 길로 들어가셨죠? 다시 돌아오세요. 주차장 우측에 작은 통로가 있습니다. 그 길로 들어와서 계단을 천천히 올라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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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을 오르는 중에 만난 주변 풍경

 

 

한낮에는 백약이오름을 찾아서 입구를 잘못 들어서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초행자에게 어두운 밤에는 시작점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의 오름 입구는 소나 말 같은 큰 동물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입구를 ‘ㄷ’ 모양으로 만들었다. 네 발의 동물이 몸을 유연하게 접을 수 없는 것을 이용한 울타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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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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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서다

 

 

약 20여 분을 오르자 백약이오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작은 평지가 있다. 다른 유명한 오름과 달리 의자 같은 편의시설은 전혀 없다. 하지만 나무가 전혀 없는 초원의 오름이라서 360도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압도적이다. 정상에 서서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일출을 기다렸다. 아쉽게도 구름이 잔뜩 껴서 해 뜨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형님과 가족이 정상 오르는 입구에 나타났다. 형님이 키우는 개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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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뜬 해가 초원을 더욱 짙은 색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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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의 산책로는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져 있다

 

 

우리는 마침내 정상에서 조우했다. 새벽이라 다소 힘든 길이었지만, 잠시 후 그 노고를 잊을만한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우리와 해 사이를 가린 구름 덕분에 화려한 색의 하늘 쇼가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 다양한 물감을 하늘에 흩뿌린 듯한데 그 색감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 색은 시시각각 변하며 동쪽 하늘을 수려한 그림이 되었다. 우리 모두의 입에서 감탄이 끝없이 나왔다. 형님이 자녀들과 함께 동쪽을 보며 섰다. 억새를 손에 쥔 아이들의 뒷모습은 무척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이 장면을 촬영한 사진은 이듬해 제주 오름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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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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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의 동쪽 풍경

 

 

표고 357m, 비고 132m의 보통 높이의 백약이오름은 요즘 제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오름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정상에 이를 수 있고 여기저기서 웨딩사진을 찍기에도 참 좋다. 온갖 약초가 많아서 ‘백약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경관이 수려한 데다가 완만한 계단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노루의 모습이 무척 평화롭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정상에 서면 시원한 바람이 사방에서 솔솔 불어온다. 송당마을에서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2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쭉 뻗어 있다. 도로 너머로는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이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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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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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도 따스한 온기가 반갑다

 

 

벽에는 동쪽으로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배경으로 일출을, 저녁에는 서쪽으로 한라산 우측으로 저물어가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면 중앙의 원형 분화구가 눈에 들어왔다 사라졌다 반복한다. 정상에서 49m 깊이의 화구 내부에는 풀밭 외에도 청미래덩굴과 찔레나무, 진달래 등이 무성하다. 하산길에 황소 몇 마리가 노루와 함께 억새 수풀 사이에서 풀을 뜯고 있다. 노루에게 말을 걸어도 열심히 식사 중이라 들은 체도 안 한다. 그만큼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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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이슬비가 내리더니 잠시 후 무지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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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오름은 곡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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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먹구름이 몰려오며 성산일출봉이 그 안에 갇혔다

 

 

◇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오름에 가져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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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히말라야를 걸어라』
글,사진 신한범

 

평범한 교사로 근무하다가 2001년 처음 히말라야를 방문한 이후, “히말라야를 경험한 자는 그곳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저자는 이후 무려 아홉 번이나 더 네팔에 가서 에베레스트(쿰부) 지역과 안나푸르나, 랑탕 지역 등을 걸었다. 그가 만난 히말라야는 점차 산뿐만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과 자연이 더 진하게 다가왔다.

 

 

찾아가는 방법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서 '백약이오름'으로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갓길에 주차를 하는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제주공항에서 백약이오름까지 차로 45분 소요된다. 버스로 가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제주공항에서 급행버스(111, 121)를 타고 대천환승정류장 또는 남조로검문소 정류장에서 환승(211, 212)하면 된다. 유명세에 비해 편의시설(화장실, 탐방 안내소)이 없어서 다소 불편하다.
◇ 주소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1

 

 

주변에 갈만한 곳

 

금백조로
백약이오름에서 성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중산간 도로이다. 좁은 도로 양옆으로는 은빛 억새가 출렁이며 하얀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며 멋진 조화를 이룬다.

 

아부오름
이효리가 추천한 오름으로 유명세를 탄 오름이다. 2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분화구 둘레길은 20분 이상 소요된다. 둘레길에서 분화구 안쪽으로 완만한 잔디에는 소풍 가기에 적합한 핫플레이스이다.
◇ 주소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2263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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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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