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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푸른 빛 희망

차무진의 『인더백』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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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주인공의 삶의 의지에서 까치와 파랑새를 떠올린다. 우리 동네 까치는 어디서 날아왔을까. 까치들은 파랑새를 낳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1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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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첫 눈이 왔다지만 우리 동네엔 아무 기별도 없는 날이었다. 해가 떠 있어도 추운, 가을보다는 겨울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뺨에 닿는 바람이 매서운 날이었다. 네 발로 걷는 개의 걸음이 여느 때보다 빠른, 부들부들 떨면서도 산책로를 수색하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는 날이었다.

 

이런 날, 나는 그 새를 보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파랑새』에 나오는 파랑새가 저랬을까, 몸뚱이가 푸른 빛을 띤 회색이었다. 한 떼의 파랑새. 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파랑새 근처를 끊임없이 얼쩡거리는 까치들이 해답을 알려주었다. 아, 까치새끼였다. 나는 이 날 처음 알았다. 까치새끼는 자라면서 파랑새와 같은 색을 띤다는 사실을.

 

까치새끼들은 오종종 걸었다가 튀어 올랐다가를 반복하며 내 시야를 어지럽혔고, 그 때마다 까치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날갯짓으로 검은 날개를 파닥였다. 혹여 자기 새끼에게 수상한 누군가, 예를 들어 나나 우리 집 개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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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파랑새를 마주치고 나니 최근 읽은 소설 차무진의 『인더백』  이 떠올랐다.

 

나는 차 작가의 소설 『해인』을 읽은 후 그의 팬이 되었다. 『해인』은 총 세 번 읽었다. 처음 도서관에서 빌려서 두 번을 연달아 읽고, 속편이라고 할 수 있을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를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을 때마다 『해인』은 새로운 교훈을 준다. 이런 차 작가와 직접적인 인연이 닿은 것은 그의 아내 덕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2017년 8월, 소설 『해인』의 평을 올렸다. 그러고 얼마 후, 비밀댓글이 달렸다. 차 작가의 아내분이라며 평을 좋게 써줘서 너무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이 댓글에 답글을 달며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이 때엔 짐작하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안부를 묻게 된 차 작가. 올해 초, 신작을 쓰는데 책이 나올 출판사가 안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소식에 나는 가장 먼저 김민섭 작가가 생각났다. 우연히 카페 홈즈에서 만나 받았던 김 작가의 명함에는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차 작가의 소설을 가장 멋진 형태로 이끌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한참 눈치를 보다가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저러한 작가님이 계신데 정말 좋은 소설을 쓰시는 분이다. 요다에 추천해주실 수 있겠느냐”는 요지의 글이었다. 다행히 김 작가는 바로 OK를 외쳤다. 이후 출간이 결정되기까지 일사천리였다. 장편이 출간될 사이 차 작가와 몇 개의 앤솔로지 작업을 같이 했다.  『인더백』  과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에서 함께 작업한  『좀비썰록』  이 나왔고, 내년 초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앤설러지가 씨앤톡 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세상이 이토록 지저분한 것은 각자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그런 것이리라. 만약 누군가가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그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리라.

 

선과 악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그저 각자 소중한 무엇만 존재할 뿐. 아이가 그에겐 그런 존재였다. 아무리 세상에 대고 대답을 물어도 세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 아무리 원망해도 합리를 보여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차무진,   『인더백』   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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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무진 작가의  『인더백』  은 백두산 폭발에서 시작한다. 카니발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뒤덮는다. 인간이 인간을 먹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식인자들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간다. 오래전 6.25의 참상이 이랬을까 싶을 지독한 여정이다. 그의 여정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까닭은 커다란 가방에 숨겨둔 여섯 살 아들 탓이기도 하다. 식인자들은 주인공의 아들과 같은 야들야들한 살결을 특히 탐낸다. 주인공은 그런 식인자들로부터 아들을 지켜야 한다.

 

지옥에 떨어져도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희망이 있는 자는 강하다. 소설  『인더백』  에서 희망의 다른 이름은 아들 한결이다. 주인공은 아들을 위해 산다. 아들을 살리고 싶다는 강한 의지는 주인공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강한 의지가 되고, 희망이 된다.

 

나는 그런 주인공의 삶의 의지에서 까치와 파랑새를 떠올린다. 우리 동네 까치는 어디서 날아왔을까. 까치들은 파랑새를 낳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 파랑새가 서서히 자라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늘 곁에서 지키며, 까치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펼쳐질까.

 

어쩐지, 까치의 머릿속에 펼쳐지는 그 생각은 푸른 빛 희망일 것만 같다.

 


 

 

인 더 백차무진 저 | 요다
디스토피아적 종말 세계에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야 하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다. 결말을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전개, 단단한 문장, 박진감 넘치는 서사, 빛나는 휴머니즘, 그 위에 펼쳐지는 묵직하고 처연한 세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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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조영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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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백

<차무진> 저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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