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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웨딩 인 뉴욕> 구멍 뚫린 둥지 속의 시련을 날려버린 관계

결혼, 그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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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혼식 이후’의 뜻을 담은 제목처럼 영화는 그레이스의 결혼 후에 벌어지는 갈등 양상을 다루면서 결혼이 가진 속성에 주목한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계는 그 자체로 축복일 수 있어도 그에 따르는 곤란함과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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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의 한 장면

 

 

줄리언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가 출연한 영화 중에는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 삶이 품은 비수에 아파하고 통과 의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담은 사연이 꽤 많았다. 줄리언 무어는 <글로리아 벨>(2019)과 <스틸 앨리스>(2015)에서 각각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지만, 오직 사랑만 할 수 없는 현실의 이혼녀와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교수이자 아내이자 엄마를 연기했다. 미셸 윌리엄스는 <우리도 사랑일까>(2012)와 <블루 발렌타인>(2012)에서 결혼이라는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로 인상을 남겼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은 수잔 비에르 감독의 <애프터 웨딩>(2006)을 리메이크했다. 원작의 남성 주인공들을 여성으로 바꿔 각색한 이유에 대해 바트 프룬디치 감독은 “여성들이 중요한 선택을 내리고 그런 선택의 결과를 마주해야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상의 빈틈을 파고든 갈등과 모순에 힘겨워하면서도 삶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선택으로 자신과 주변을 지키는 캐릭터의 배우로 줄리안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를 캐스팅한 이유다.

 

원제가 ‘After the Wedding’인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은 앞서 언급한 영화들에서 두 배우가 보여준 연기의 정수가 진하게 담겼다.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은 인도에서 아동 재단을 운영하며 가정환경이 불후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후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디어 그룹을 운영하는 테레사(줄리안 무어)에게 거액의 제안을 받는다. 단, 이자벨이 테레사가 있는 뉴욕에 와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아이들을 놔두고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이자벨은 굳이 그래야 하나, 의구심이 들면서도 제안을 받아들인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고 다시 인도로 돌아갈 생각인데 테레사에게 의외의 초대까지 받는다. 테레사의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는 것. 도대체 테레사가 왜 그러는 걸까, 저의가 궁금한 이자벨은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 과거와 엮인 오스카(빌리 크루덥)를 만난다. 오스카가 여기에 왜? 더군다나 그가 테레사의 남편이란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이게 다 테레사가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니 괘씸하면서도 그 때문에 재단의 후원금을 거절하기에 난망한 이자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요약한 줄거리로는 꼭 테레사가 이자벨을 시험에 들게 한 것 같지만, 테레사 입장에서도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는!) 이자벨을 뉴욕으로 불러야만 하는 절실한 사연이 있다. 원하지 않은 상황의 발생은 이들로 하여금 ‘시련이 왜 나를 찾아올까’ 망연자실하게 하면서도 ‘이 시련을 어떻게든 지나쳐 가야 한다’는 미래를 향한 의지로 발동하게 한다. 그래서 새가 인물에게로 날아드는 듯한 카메라 워크로 시작해 빠져나가는 움직임으로 막을 내리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은 시련을 새의 날갯짓으로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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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포스터

 

 

시련은 새가 착지할 자리를 특정하지 않듯 불현듯 찾아온다. 신이시여 왜 이런 시련을! 원인을 찾을 수도, 배경을 따질 수도 없어 모호한 시련은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구체적인 마음가짐과 행동이 필요하다. 조깅하던 테레사는 새의 지푸라기 둥지가 나무에서 떨어져 망가진 형태로 방치된 게 뭐라 설명하기 힘들어도 암시 같고 계시 같다. 자신은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의 대표이고, 남편은 성공한 미술가이고, 딸은 결혼식이 코 앞이고 등등 행복이 이들 가족 사이의 단추를 단단히 채운 것 같아도 테레사는 안다. 이들 가족의 운명이 새 둥지와 같다는 걸.

 

‘그 결혼식 이후’의 뜻을 담은 제목처럼 영화는 그레이스의 결혼 후에 벌어지는 갈등 양상을 다루면서 결혼이 가진 속성에 주목한다. 결혼은 결합이고 새로운 관계의 형성이다. 결합과 새로운 관계는 그 자체로 축복일 수 있어도 그에 따르는 곤란함과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 여정의 한 가운데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삶의 통과 의례다. 이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노력이 동반할 때 우리 삶에 착지한 시련도 어딘가로 날아갈 테다. 그 순간, 결합은, 둥지 속의 관계는, 그 이후의 새로운 장(章)으로 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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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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