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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6월 대상 - 오늘은 인수분해 하는 날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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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바람 불고 첫사랑이 생각나는 날에는 집합과 명제를 풀어볼까. 잠이 오지 않는 날은 연립이차방정식이 좋을 것 같네.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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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매달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공모하여 ‘에세이스트’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대상 당선작은 『월간 채널예스』, 우수상 당선작은 웹진 <채널예스>에 게재됩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은 매월 다른 주제로 진행됩니다.
2020년 6월호 주제는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비법’입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인터넷에서 수학 참고서를 몇 권 주문했다.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접해 보았고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에게 수많은 좌절과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던 ‘수학의 정석’이었다. 나이 마흔 넘어서 난데없이 웬 수학 공부냐 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나는 단지 공부를 위해서 이 책을 산 것이 아니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에게 이 책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중요한 도구이며 지금까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책을 받고 나서 나는 일단 세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는 첫 장이 집합(내가 학교 다닐 때 첫 장은 집합이었고 다들 집합만큼은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적잖은 학생들이 집합’만’ 공부했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는 집합만 공부하던 학생들이 수면용 베개로 애용하던 작고 두꺼운 판형이 프레스로 누른 것처럼 넓고 납작해졌다는 사실이다. 끝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잊고 있었던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학의 많은 교과 과정 중 나는 특히 인수분해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한다. 인수분해의 목적은 어떤 다항식을 더 기초적이고 간단한 부분으로 잘게 나누어 묶는 것으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복잡한 걸 풀어헤쳐 최적화 단순화시키는 작업이다. 우리는 평소 머릿속이 꽉 차 있거나 심란할 때 청소나 정리정돈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복잡한 다항식을 더하고 빼고 쪼개고 정렬하는 인수분해의 과정 속에서 엉망으로 얽힌 머릿속 실타래를 종종 풀어나가곤 한다. 머리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내 직업의 특성상 단순화의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게 왜 하필 수학이고 그중 인수분해인지는 개인적인 성향에도 기인하지만 수학이라는 학문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정직함과 성실함 때문이 더 크다.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하고 잘했던 나에게는 수학이 세상 살아가는데 쓸모없는 학문으로 취급받는 게 안타까웠다. 기본적인 사칙연산 정도만 할 줄 알면 되지 이차방정식, 삼각함수, 미적분 같은 게 대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특히나 기계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머리는 갈수록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 학생 때는 그렇게 죽어라 수학을 공부하다 성인이 되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수학책을 덮어버리는 일차적인 원인은 기형적인 입시구조 때문이지만 오직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사회구조의 형태도 부정할 순 없다.

때론 무용함에서 나오는 미학들이 있는 법이다. 모든 배움과 학문을 먹고사는 문제로만 치환시키는 사회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수학에서 나오는 명징한 해답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비록 답은 하나지만 그곳에 이르는 과정은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유연함도 수학은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수학이 사랑스럽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좋다. 

오늘처럼 바람 불고 첫사랑이 생각나는 날에는 집합과 명제를 풀어볼까. 잠이 오지 않는 날은 연립이차방정식이 좋을 것 같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은 확률과 통계가 딱이지. 야근하는 날에는 함수의 극한으로 나를 몰아보자.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역시 인수분해가 최고야. 오늘은 복이차식을 인수분해 해보자. 

황호진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지만 평범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


*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페이지

//www.yes24.com/campaign/00_corp/2020/0408Essay.aspx?Ccode=000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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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호진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지만 평범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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