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문선, 흥미로운 소우주

문선 - <균열(龜裂)>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문선은 이 앨범을 두고 “가장 나다운 소리를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구 망치고 엉망이어도 된다는 전제를 스스로 붙이며' 작업에 임했음을 밝혔다.(2020. 07. 08)


브랜딩, 그래픽 디자인, 공간 기획 및 스타일링 등 시각의 분야에서 활동해온 문선(MOONSUN)은 2017년 싱글 '녹녹(Nok Nok)'을 발표하며 본인의 심상을 청각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소박한 소리로 출발해 뚜렷한 이미지를 만드는 그의 음악은 첫 정규 앨범 <균열(龜裂)>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옛 가요의 문법을 바탕으로 나른한 복고풍의 전자음이 아지랑이 지며 아티스트의 자아 속 벌어진 틈으로부터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칸딘스키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앨범 커버가 하얀 여백을 차례차례 채워나가는 그의 음악 세계를 예고한다. 최소한의 소리만 쓰인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나 그 지향점과 표현은 오묘한 카오스를 의도하고 있다. 왜곡된 목소리를 겹치며 허무한 감정을 노래하는 '나에게 정을 주지 마요'의 짧은 도입 후 소용돌이치는 신스 루프의 댄스 팝 '줘요'가 이어지고 래퍼 쿤디판다와 함께한 '옵'으로 불규칙의 정점을 찍는다. 혼란에 기반한 박자와 음정, 리듬 위 쿤디 판다의 선명한 메시지가 독특한 균형을 이룬다.

소리와 더불어 메시지 역시 형식적인 것을 거부한다. 정박으로 진행되는 '조바심'은 친절한 멜로디와 반대로 '오므린 맘 자꾸 쿰척일 때', '돋쳐버릴까, 갉아버릴까, 게워버릴까' 등 낯선 우리말로 생소함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하나의 심상을 풍부한 언어로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은 '따끔따끔 찌르다가 슬금슬금 조이다가 팔랑팔랑 흔들다가'라는 내용의 '멍하니'로도 이어진다. 그러다 '두 세계'와 '풋사랑'처럼 간결한 구성에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복고적인 표현이 묘한 익숙함을 불러일으킨다.

문선은 이 앨범을 두고 “가장 나다운 소리를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구 망치고 엉망이어도 된다는 전제를 스스로 붙이며' 작업에 임했음을 밝혔다. 실제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소리와 투박한 표현이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고도'와 '거울' 같은 몇몇 곡들은 어렵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의식 아래 존재하는 1970년대 가요의 멜로디와 메시지가 완벽한 미지의 것으로 표류하는 것을 막고 작품을 흥미로운 소우주로 압축한다. <균열(龜裂)>은 문선에게 독특한 첫 발걸음을 떼게 함과 동시에 확장 및 정돈의 과제를 제시한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