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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대담한 상상력의 도마 위에 오른 한반도의 평화

영화, 한반도의 운명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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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도래할 평화란 여러 지층이 단단히 눌려 있어 쉽게 뚫기 힘든 틈새를 공략해야 하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가능성의 영역. 그럴 때 필요한 건 상상력이다. (2020.07.30)

영화 <강철비2>의 한 장면

정치 외교를 다루는 작품에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상력은 필수다. 매분 매시간 쏟아지는 뉴스의 헤드라인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정치와 외교 이슈일뿐더러 특히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은 그 특성상 많은 국민이 이에 관심을 두고 자신만의 시각을 더해 정세를 판단하고 추론하고 해석하는 것이 일상인 까닭이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017)로 ‘만약에’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면, 그래서 ‘만약에’ 한반도가 전쟁 상황에 직면한다면 이 땅의 운명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를 관심 가게 제시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의 ‘만약에’도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반도 화해 무드를 타고 남북미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상황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 선언을 두고 북한 최고 지도자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의 견해차가 커 한국 대통령(정우성)의 중재로 북한 원산에서 삼국의 정상 회의가 벌어진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의 호위총국장(곽도원)이 세 명의 정상을 납치, 핵 잠수함에 가두고 인질로 삼는다. 그로 인해 한반도는 전쟁 위기에 휩싸인다. 

일촉즉발 상황의 기저에는 남북미 외의 세력도 깊숙이 개입하여 있다. 남북 평화가 가져올 영향은 한국전쟁의 당사자들에 한정하지 않아, 미국과의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중국, 남북이 사이좋은 꼴을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일본의 우익 세력, 어떻게든 이 판에 한 자리를 차지하여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러시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 반하는 호위총국장의 쿠데타가 못마땅한 북한의 평화파(派), 상황 판단이 흐린(?) 대통령의 부재가 기회라 여겨 야욕을 드러내는 미국 매파까지, 평화이든, 위기이든, 공멸이든 한반도의 상황은 복잡한 양상을 띤다. 

역사적으로, 내부의 갈등으로, 주변 강대국의 입김으로,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겹겹이 쌓인 문제를 대담한 ‘만약의 사태’로 풀어가는 영화답게 <강철비2>는 영화적으로, 배우 캐스팅으로,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외교의 상황을 은유하는 설정으로 레이어를 둘러 전개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우선, 정우성이 대통령 역을 맡아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힌 상황은 그가 예전에 출연했던 <유령>(1999)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최초의 잠수함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유령>에서 정우성은 부함장 찬석을 연기했다. 

열강의 압력에 굴복하여 한반도를 비극으로 몰아가는 광기의 함장(최민수)에 맞서 이 땅의 평화를 지키는 데 일조했던 <유령>의 정우성이 이제는 대통령이 되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주역으로 출연한 것이다. 평화를 바라는 많은 한국 국민의 열망과 관계없이 이 땅의 운명을 우리 외의 다른 세력과 분할해야 하는 아픈 역사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강철비2>는 비슷한 배경과 설정의 <유령>에 출연했던 정우성의 캐스팅으로 시간의 겹을 쌓아 올린다.   

정우성은 <강철비2>의 전편 <강철비>에서 북한의 최정예 요원 엄철우를 연기하기도 했다. 당시 이 영화에서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로 출연했던 배우 곽도원은 <강철비2>에서 체제(?)를 바꿔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 호위총국장으로 면모를 달리한다. 이에 관해 두 영화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혹시 한반도의 운명을 누가 결정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남북이 서로 입장을 바꿔본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문제는 우리 의지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드리고자 인물들의 진영을 바꿨습니다.”라고 캐스팅 의도를 밝혔다. 

이는 질문에 가깝다. 그럼 우리 손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금보다 밝은 미래를 쟁취할 수 없는 것인가. <강철비>가 한반도의 전쟁 상황에 따른 한국의 핵무장 이슈를 다뤘다면 <강철비2>는 북의 내부 붕괴와 평화적인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한반도이긴 해도 열강의 입김에 막혀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현 상황이 핵을 보유하고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핵잠수함 배경에서 남한의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인질로 잡힌 상황으로 은유의 레이어를 두른다. 


영화 <강철비2>의 포스터

함께 갇힌 미국 대통령은 상황의 엄중함은 나 몰라라~ 자화자찬에, 되는대로 내뱉는 헛소리로 북한 최고 지도자의 예민한 리더십을 폭발하게 하고 그 사이에서 남한 대통령은 어떻게든 이 둘을 구슬려 깊이 파묻힌 평화의 한 자락이라도 수심 밖으로 끄집어내어 종전의 최종 목적을 이루고자 살얼음판 위의 중재를 마다하지 않는다. 한반도에 도래할 평화란 여러 지층이 단단히 눌려 있어 쉽게 뚫기 힘든 틈새를 공략해야 하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가능성의 영역이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상상력. 여러분은 <강철비2>의 상상력에 동의하십니까.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예매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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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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