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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 TV] 90%의 사람들이 서로 도왔습니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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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마리 린데고르의 연구 결과는 이를 뒤엎었다. 그는 각국의 CCTV 영상을 1천 개 이상 분석하면서 위급한 상황에 반응하는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는데 '90%의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22.11.04)

EBS 제공

<위대한 수업>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많은 석학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이 가능하다니. TED도 BBC도 아닌 EBS의 기획이라니. 그야말로 언빌리버블한 사건이었다. 2021년 8월의 첫 방송 이후 <위대한 수업>은 리처드 도킨스, 주디스 버틀러, 유발 하라리, 장 지글러, 마이클 샌델, 안도 다다오, 줄리언 반스 등 42인의 강연을 선보였다. 정치, 경제, 경영/ICT, 철학, 심리, 역사, 과학, 예술, 실용에 이르기까지 각계 전문가들의 지식과 통찰을 담아냈다. 

코로나19로 인해 계층 간 지식 격차가 심화되고, 갈수록 가짜 정보가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위대한 수업>은 출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적으로 보급함으로써 '지식의 민주주의', '일상적 교육 혁명'을 구현하자는 목표 아래 EBS와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기획했다. 

'지식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중적 콘텐츠'는 <위대한 수업>의 기획 의도이자 정체성이다. 그에 따라 프로그램의 형식도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한 회 방영 시간은 20분 정도다. 한 사람의 강연자가 짧게는 2회, 길게는 7회에 걸쳐 강의를 이어간다. 한 시간 안팎의 강의를 듣는 셈인데, 하나의 분야를 깊이 파고들기엔 짧은 시간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낯선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일에 꼭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누가 리더인가" 질문했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세상은 나빠지는가?"를 물었다. 장 지글러는 '굶주림의 주범들'에 대해, 에바 일루즈는 '사랑은 변한다'는 진실을, 조 말론은 '향의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다양한 분야와 주제를 전부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무언가의 입문자다. <위대한 수업>은 입문(入門)의 문턱을 낮췄다. 소수의 지성과 소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수의 대중을 향해 이야기를 실어 나른다. 마치 "함께 가자"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가치이자, 공영 방송이 잃지 말아야 할 고민이고 지향점이다. 

올해 8월부터 <위대한 수업>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제작진은 "한국 방송 사상 역대급 출연진이라고 불렸던 지난 시즌보다 한층 다양하고 강력해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시즌1이 정통 학자 출연진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비교해 시즌2에는 셀럽급 전문가들이 다수 출연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제인 구달, 슬라보예 지젝, 스티브 맥커리, 장 티롤, 피에르 가니에르, 맥스 부트 등 10명의 강의가 방영됐다. 뒤이어 록산 게이, 제임스 카메론, 재레드 다이아몬드, 마사 누스바움, 히사이시 조, 위화 등이 찾아올 예정이다.


<위대한 수업>에 출연한 역사가 뤼트허르 브레흐만

가장 최근의 강연자는 네덜란드의 역사가 뤼트허르 브레흐만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역사, 철학, 경제학 분야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진보의 역사』,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거대한 분기점』『휴먼카인드』로 한국 독자들과 만난 바 있다. 이번 <위대한 수업>에서 들려줄 이야기는 '인간 본성'에 대한 것으로, 인간은 악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온 그간의 많은 연구와 이론들에 결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인간은 규정하는 대로 살게 된다", "세상을 바꾸려면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인간이 서로 의지해 온 선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일례로 '방관자 효과' 연구에 불을 붙인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알려진 바와 달리 현장에는 방관하는 시민이 없었다. 후속 실험들을 통해 '책임감 분산 이론(여러 명의 목격자가 있을 경우 책임감이 분산된다는 이론)'이 제기됐지만, 최근 발표된 심리학자 마리 린데고르의 연구 결과는 이를 뒤엎었다. 그는 각국의 CCTV 영상을 1천 개 이상 분석하면서 위급한 상황에 반응하는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는데 '90%의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CTV 자료 219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9건에서 최소한 1명의 방관자가 도움을 주었다'라고 기록했다. 또한, '방관자 효과'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무엇을 떠올리게 할까. '인간은 서로 의지해 온 선한 존재'라는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주장에 기대도 될까.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더듬거리기만 하는 요즘, 손끝에 걸린 이야기를 슬쩍 붙들어본다. 담쟁이처럼. 그래도 되는 걸까. 


시청 포인트

# 세계 석학들의 지식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싶다면

# 월요일~금요일 오후 11시 35분, EBS에 채널고정!

# EBS 홈페이지에서 모든 강연의 다시보기가 가능합니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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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트허르 브레흐만 저 | 안기순 역
김영사
거대한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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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등저 | 오노 가즈모토 편 | 최예은 역
한스미디어
휴먼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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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트허르 브레흐만 저 | 조현욱 역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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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그냥(팟캐스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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