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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 TV] 배우와 매니저는 어떻게 일할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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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살>은 배우와 매니저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동시에 아주 익숙한 감정을 그려낸다. 일하는 우리 안에 있는 열망, 갈등, 이상, 좌절, 우정, 질투 같은 것들. (2022.11.18)


"전화는 24시간 열려 있어야 돼. 먹고 자고 싸고 씻을 때도 받아야 하고. 야근은 시도 때도 없이, 밤샘은 빈번, 사생활 보장 못 해. 괜찮아?" 

이것은 질문인가 경고인가. 혼란스럽지만 '이 세계'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다. 그곳에 입성하고 싶은 소현주(주현영)는 예상했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한다.

"네, 괜찮습니다."

그렇게 현주는 신입 매니저가 된다. 내 배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이른바 '매니저들의 세계'에 막 발끝을 담근 참이다. 

그를 채용한 천제인(곽선영)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메쏘드 엔터'에서 매니지먼트 팀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매니저이자, 남다른 카리스마와 승부욕을 가진 워커홀릭이다. 제인은 현주를 향해 빠르게 설명을 이어간다. 

"우리 회사 소속 배우는 30명 정도야. 딜리버리, 스케줄 관리, 영업, 기획, 계약, 언론 홍보, 마케팅하고 기타 등등, 그냥 배우에 관련된 건 다 한다고 생각해." 

이로써 분명해졌다. 메쏘드 엔터가 어떤 곳이고 그 안에서 매니저는 무슨 일을 하는지.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이하 <연매살>)가 그리는 것은 바로 그곳의 이야기, 그들의 '일하는 삶'이다.



<연매살>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시트콤의 그것과 유사하다. 큰 줄기가 되는 서사가 있고, 그와 동시에 매 회 완결된 형식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전자의 경우 회사 대표 왕태자(이황의)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사건의 발단이다. 지금의 메쏘드 엔터를 있게 한 대표가 떠나자, 그를 따르던 몇몇 배우들이 계약을 해지했다. 회사에 애정이 없는 대표의 배우자는 메쏘드 엔터를 매각하려 한다. 회사의 명운이 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 메쏘드 엔터의 핵심 인력들 — 총괄 이사 마태오(이서진), 명예 이사 장명애(심소영), 매니지먼트 팀장 김중돈(서현우), 그리고 천제인 — 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끝까지 남아 메쏘드 엔터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 회사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곁의 동료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그를 믿어도 될까.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선택이 복잡하게 얽힌다. 

회차마다 달라지는 에피소드에는 실제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화 <여배우들>처럼 각자의 이름은 물론 캐릭터와 서사까지 그대로 살려서 '배우로서 나 자신'을 연기한다. 1회에 출연한 조여정은 40대의 여성 배우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줬다. 점점 할 수 있는 역할은 줄어들고, 감독과 제작사는 더 어려 보일 것을 주문하고, 급기야 피부과 시술을 조건으로 출연 제안을 받는 상황까지. 그로 인해 느끼는 씁쓸함과 그럼에도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2회의 진선규와 이희준도 실제와 마찬가지로 '같은 극단 출신의 친한 선후배'를 연기했다. 배우로서 갖고 있는 자존심, 거기에서 비롯되는 동료를 향한 경쟁심과 시기심, 결국 서로를 끌어안게 되는 애정까지, 사실적이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보여줬다. 3회의 주인공 김수미와 서효림은 일터에서 시어머니/며느리와 만나는 일에 대해, 노년의 여성 배우가 간직한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4회의 수현은 엄마이자 배우로서 살아가는 시간을 펼쳐 보였다.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불안해지고, "출산하더니 쉬운 작품만 한다"는 말 따위 듣고 싶지 않아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베이비시터 구하기도 어려운데 일터에서는 "언제까지 애 핑계 댈 거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혼자 힘으로 이 시간을 뚫고 나가야 하는 일하는 엄마의 서글픈 현실이, 그곳에도 있었다.



그래도 그들 곁에는 매니저가 있다. 긴 시간 함께 성장해온 사람, 나를 '내 배우'라 부르면서 '이 역할은 내 배우 아니면 못 한다'고 믿어주는 사람. 그러나 다 같은 매니저가 아니다. 무엇이 진짜 내 배우를 위한 일인지, 판단은 저마다 다르다. 

일례로, 1회에서 조여정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 캐스팅될 뻔했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정 많고 의리 많은 매니저 김중돈은 걱정에 휩싸인다. 과연 진실을 말하는 것이 최선일까. 고민 끝에 그는 거짓을 말하는데, 그래서 조여정의 신뢰를 잃게 된다. 반면, 타고난 전략가이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태오는 물밑 협상을 통해 출연을 성사시킨다. 이 계약에는 조건이 있었다. 피부과 시술을 받을 것.

마태오는 생각했을 것이다. 유명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게 됐으니 잘된 일이라고. 이후의 커리어를 생각해 봐도 배우에게 이로운 결과라고. 그와 달리 김중돈은 배우의 감정을 살폈다. 아마도 그는 '내 배우가 원하는 일인지 아닌지'를 헤아렸을 것이다. 

누구의 선택이 옳은 걸까. 두 매니저를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이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일을 하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한다. 업무와 관련된 것일 때도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과 관계된 것일 때도 있다. 그 앞에서 우리는 고민한다. 언제나 솔직해야 할까, 거짓이 나을 때도 있을까. 선한 의도로 한 일이라면 결과가 안 좋아도 괜찮은 걸까. 아니,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건가. 

정답은 알 수 없다. 모두가 자신만의 해답을 갖고 있을 뿐이다. <연매살>의 인물들도 그렇다. 매니저로서 그들이 하는 일의 내용과 방식은 남다르지만, 그럼에도 공감하게 되는 이유다. <연매살>은 배우와 매니저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동시에 아주 익숙한 감정을 그려낸다. 일하는 우리 안에 있는 열망, 갈등, 이상, 좌절, 우정, 질투 같은 것들. 인물들 위로 나와 내 동료들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인다.


시청 포인트

# 배우와 매니저, 그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하다면?

#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오피스 드라마를 찾는다면?

# 월요일 화요일 오후 10시 30분, tvN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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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그냥(팟캐스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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