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낭만부터 21세기의 스펙터클까지
뮤직비디오를 더 이상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보는 이는 없다. 버글스(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1981년 엠티비(MTV)에서 전파를 탄 이후로 뮤직비디오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자기표현의 연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1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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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를 더 이상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보는 이는 없다. 버글스(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1981년 엠티비(MTV)에서 전파를 탄 이후로 뮤직비디오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자기표현의 연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더불어 위상도 높아졌다. 가히 블록버스터급이라는 형용사가 합당할 만한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한 편을 위해 투입되며, 주류 영화계로 진출하기 위한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우리도 새천년을 전후로 유명배우를 캐스팅한 드라마 형식의 작품 붐이 일어나면서 지금까지 판을 키워오고 있는 중이다. 얼굴 없는 가수의 전략을 가능토록 한 핵심무기가 바로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던가.
음악의 감동은 CD, 라디오, 실황공연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통해 엄습하기도 했다. 4~5분가량 화면을 통해 침투하는 시각과 청각의 합동 공세에 누구나 전율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터. 그 찰나의 순간을 이즘 9주년 기념을 맞아 2주에 걸쳐 풀어보려 한다. 지금에서는 다소 촌스럽게 보이지만 나름 애틋했던 80년대의 낭만부터 21세기의 스펙터클까지 뮤직비디오는 당대의 시류를 반증하는 가장 선명한 거울이었다.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 「Sledgehammer」
역대 최다방영 MTV 뮤직비디오.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Road to nowhere’와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The bug’를 연출한 감독 스티븐 알. 존슨(Stephen R. Johnson)이 솜씨를 제대로 발휘한 가장 혁신적인 비디오중 하나로 손꼽힌다.
1960년대 소울사운드에 기초한 가브리엘의 음악적 탤런트를 극단적 시각표현방식에 결합, 투영한 1986년 작 ‘Sledgehammer’(슬렛지해머) 영상음악은 실로 ‘감각적 경이’ 그 자체였다. 존슨 감독은 역동적인 특수효과와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만화영상을 이용해 동시대의 시각적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충격적 범례를 디스플레이(Display)했다. 유별나고 재미있는 환각적인 이미지의 록! 점토인형들을 이용해 스톱모션 촬영기술 클레이메이션(Claymation)로 찍어낸 초현실적 이미지들의 다채로운 향연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을지 모르지만 괴이하게 오락적인 오만상(五萬相)의 소용돌이는 노래의 가사를 개괄적인 삽화로 확증했다. 1987년 MTV 뮤직비디오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로 각광 받고 음반차트정상을 강타하며 승승장구한 성과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글 / 김진성 (jinsung@izm.co.kr)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 「Sleep now in the fire」
적어도 이쯤은 되어야 게릴라 콘서트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를 밴드는 이들밖에 없다. 유명 퀴즈쇼를 패러디한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의 익살은 10년 뒤 현재 한국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지라 씁쓸한 미소를 자아낸다. 블랙리스트의 존재유무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침묵 권하는 사회’가 현실인지라 이들의 무모한 도전을 다시 한 번 높이 평가하게 된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런 디엠씨(Run-DMC) & 에어로스미스(Aerosmith) - 「Walk This Way」 (1986)
커다란 벽을 가운데 두고 서로 나뉜 공간. 에어로스미스의 방에서 연주되는 시끄러운 기타소리에 옆방 랩 트리오 런 디엠씨 멤버들이 불평하고, 음악으로 응수하며 시비를 거는 내용의 콘트라스트 스타일의 영상이 시작된다.
백인의 전유물인 록과 당시 흑인의 독자적 영역이던 랩의 대치로 시작하지만, 곧 벽을 부수고 서로를 인정하며 마지막엔 화합의 협연까지 펼친다. 랩과 록의 힘찬 악수! 영상 그대로 이 곡과 함께 백인과 흑인의 음악적 벽 허물기의 굴착이 시작되었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오렌 라비(Oren Lavie) - 「Her Morning Elegance」 (2009)
단출한 우아함의 미학. 이불 몇 장, 다수의 베개, 카메라 1대, 등장인물 2명으로 구성된 이 노동집약형 뮤직비디오는 유투브 조회수 천만을 넘기며 저비용 ‘엘레강스’ 따라 하기 붐을 견인했다. <월래스와 그로밋(Wallace and Gromit)>에서 접했던 스톱모션방식은 오렌 라비의 손을 거치며 고상한 품격을 획득했고, 로맨스를 꿈꾸는 청춘들은 이불 위를 휘저었다.
글 / 임도빈 (do3355@hanmail.net)
조피디(조PD) - 「My style」
눈앞에 따끈따끈한 피자가 놓여 있었음에도, 매장에 설치된 브라운관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음악과 조화되는 화면의 영상미가 잠시나마 식욕마저도 묶어버린 것이다. 주 내용은 흰 색으로 가득 뒤덮인 방 안에서 조심스레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장면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My style」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림으로 완벽히 전달된다. 세련된 컬러 배치와 힙합 리듬의 융합은 그야말로 환상. 감각과 센스의 결정체다. 이런 뮤직비디오라면 몇 번이라도 굶을 수 있다.
글 / 이종민 (1stplanet@gmail.com)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 「Honey」
킬 힐과 블랙 원피스 그리고 뇌쇄적인 눈빛까지. 시작부터 확실히 예전과 달랐다. 음악은 어느 정도 공개가 된 상태였지만, 뮤직비디오가 발표되고 나서의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공연장에서 조차 단색의 롱 드레스 혹은 바지로 일관하던 그녀가 이혼 이후 방향을 180도 틀어버린 것이다.
스파이로 분해 갱들의 추격을 물리치고 매끈한 근육질 미남과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는 플롯은 중요하지 않다. 대중의 시선은 농익은 머라이어가 보여준 과감한 패션에 있었다. 살색 비키니와 탱크 탑 등 달라진 옷매무새 그리고 날카로워진 눈빛에서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한 여자’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13년이 지난 지금 봐도 뮤직비디오 속 당시 그녀는 무척이나 세련되고 매력적이다. 절정의 그녀를 담아낸 ‘Honey’는 그 어떤 비디오보다도 쇼킹하며 뜨겁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아하(A Ha) - 「Take on me」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뮤직비디오다. 위험에서 여성을 구하는 모튼 하켓(Morten Harket)의 기사도적인 행동은 10대와 20대 여성에게 이성에 대한 규격의 틀을 각인시켰고 카메라의 1인칭 시점으로 담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기술적인 조합은 뮤직비디오의 차원을 끌어올린 진보의 결정체다. 1986년도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에서 대상인 올해의 비디오 부문을 제외하고 모두 6개의 트로피를 수상한 이 영상은 이듬해인 1986년에 조용필이 등장한 음료 광고에 그대로 재현됐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디제이 가와사키(DJ Kawasaki) 「Bright like light」
뭇 남성들에게 엄청난 마력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하우스 음악을 싫어하는 남자라도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탄을 금할 수 없는 특수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주연을 맡은 레나 후지이(Lena Fujii)의 행동과 시선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녀가 상하좌우로 골반을 격하게 흔드는 섹시 댄스를 춘 건 더더욱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끌린다. 일상적인 모습, 혹은 그 이상의 노출을 통해 남성에게 내재된 관음증에 불을 지펴 뮤직비디오에서 눈을 못 떼게 한 것. 노래 없이 후주가 1분 동안 나오는데도 끝까지 집중하게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몇 번의 의상 변화, 모텔 방 올 로케 등 초저예산으로 이룬 최고 효율 영상이었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자미로콰이(Jamiroquai) - 「Virtual insanity」
CG의 승리? 틀렸다. 바퀴달린 가구, 세 개의 벽과 천장 등 바닥을 제외한 모든 세트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만들어 낸 잔꾀의 성과다.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자 자미로콰이의 실질적 핵심인 제이케이의 동작도 한몫했다. 바닥의 움직임을 조정하거나 반대로 밀려 쫓기는 것처럼 보이도록 능란하게 춤추어 눈속임의 난이도를 높여 주었으니까.
이 뮤직비디오로 MTV에서 4개의 상을 챙긴 것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쿨&핫’한 뮤지션이라는 명패까지 얻게 되었다. 잘 만든 클립하나 열 앨범 부럽지 않다는 말, 나올 수밖에.
글 / 조아름 (curtzzo@naver.com)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November rain」
당시에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감동의 드라마였지만, 지금 다시 보기를 하니 허세의 극치다. 메탈 음악에 무한애정을 품었던 청소년은 어느덧 아저씨가 됐고, 그 사이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끌어안았다. 허나 허세면 어떠랴. 아직도 멋지다. 황량한 황무지에서 담배를 물고 기타를 연주하는 슬래시의 모습은 밤마다 소년을 꿈꾸게 했고, 신부의 죽음에 슬퍼하는 액슬 로즈의 눈물 연기에 같이 오열했다. 엠티비(MTV) 뮤직비디오 시상식 ‘최우수 시네마토그래피’ 부문 수상작.
글 /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우리도 새천년을 전후로 유명배우를 캐스팅한 드라마 형식의 작품 붐이 일어나면서 지금까지 판을 키워오고 있는 중이다. 얼굴 없는 가수의 전략을 가능토록 한 핵심무기가 바로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던가.
음악의 감동은 CD, 라디오, 실황공연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통해 엄습하기도 했다. 4~5분가량 화면을 통해 침투하는 시각과 청각의 합동 공세에 누구나 전율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터. 그 찰나의 순간을 이즘 9주년 기념을 맞아 2주에 걸쳐 풀어보려 한다. 지금에서는 다소 촌스럽게 보이지만 나름 애틋했던 80년대의 낭만부터 21세기의 스펙터클까지 뮤직비디오는 당대의 시류를 반증하는 가장 선명한 거울이었다.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 「Sledgehammer」
역대 최다방영 MTV 뮤직비디오.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Road to nowhere’와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The bug’를 연출한 감독 스티븐 알. 존슨(Stephen R. Johnson)이 솜씨를 제대로 발휘한 가장 혁신적인 비디오중 하나로 손꼽힌다.
1960년대 소울사운드에 기초한 가브리엘의 음악적 탤런트를 극단적 시각표현방식에 결합, 투영한 1986년 작 ‘Sledgehammer’(슬렛지해머) 영상음악은 실로 ‘감각적 경이’ 그 자체였다. 존슨 감독은 역동적인 특수효과와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만화영상을 이용해 동시대의 시각적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충격적 범례를 디스플레이(Display)했다. 유별나고 재미있는 환각적인 이미지의 록! 점토인형들을 이용해 스톱모션 촬영기술 클레이메이션(Claymation)로 찍어낸 초현실적 이미지들의 다채로운 향연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을지 모르지만 괴이하게 오락적인 오만상(五萬相)의 소용돌이는 노래의 가사를 개괄적인 삽화로 확증했다. 1987년 MTV 뮤직비디오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로 각광 받고 음반차트정상을 강타하며 승승장구한 성과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글 / 김진성 (jinsung@izm.co.kr)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 「Sleep now in the fire」
적어도 이쯤은 되어야 게릴라 콘서트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를 밴드는 이들밖에 없다. 유명 퀴즈쇼를 패러디한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의 익살은 10년 뒤 현재 한국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지라 씁쓸한 미소를 자아낸다. 블랙리스트의 존재유무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침묵 권하는 사회’가 현실인지라 이들의 무모한 도전을 다시 한 번 높이 평가하게 된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런 디엠씨(Run-DMC) & 에어로스미스(Aerosmith) - 「Walk This Way」 (1986)
커다란 벽을 가운데 두고 서로 나뉜 공간. 에어로스미스의 방에서 연주되는 시끄러운 기타소리에 옆방 랩 트리오 런 디엠씨 멤버들이 불평하고, 음악으로 응수하며 시비를 거는 내용의 콘트라스트 스타일의 영상이 시작된다.
백인의 전유물인 록과 당시 흑인의 독자적 영역이던 랩의 대치로 시작하지만, 곧 벽을 부수고 서로를 인정하며 마지막엔 화합의 협연까지 펼친다. 랩과 록의 힘찬 악수! 영상 그대로 이 곡과 함께 백인과 흑인의 음악적 벽 허물기의 굴착이 시작되었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오렌 라비(Oren Lavie) - 「Her Morning Elegance」 (2009)
단출한 우아함의 미학. 이불 몇 장, 다수의 베개, 카메라 1대, 등장인물 2명으로 구성된 이 노동집약형 뮤직비디오는 유투브 조회수 천만을 넘기며 저비용 ‘엘레강스’ 따라 하기 붐을 견인했다. <월래스와 그로밋(Wallace and Gromit)>에서 접했던 스톱모션방식은 오렌 라비의 손을 거치며 고상한 품격을 획득했고, 로맨스를 꿈꾸는 청춘들은 이불 위를 휘저었다.
글 / 임도빈 (do3355@hanmail.net)
조피디(조PD) - 「My style」
눈앞에 따끈따끈한 피자가 놓여 있었음에도, 매장에 설치된 브라운관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음악과 조화되는 화면의 영상미가 잠시나마 식욕마저도 묶어버린 것이다. 주 내용은 흰 색으로 가득 뒤덮인 방 안에서 조심스레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장면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My style」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림으로 완벽히 전달된다. 세련된 컬러 배치와 힙합 리듬의 융합은 그야말로 환상. 감각과 센스의 결정체다. 이런 뮤직비디오라면 몇 번이라도 굶을 수 있다.
글 / 이종민 (1stplanet@gmail.com)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 「Honey」
킬 힐과 블랙 원피스 그리고 뇌쇄적인 눈빛까지. 시작부터 확실히 예전과 달랐다. 음악은 어느 정도 공개가 된 상태였지만, 뮤직비디오가 발표되고 나서의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공연장에서 조차 단색의 롱 드레스 혹은 바지로 일관하던 그녀가 이혼 이후 방향을 180도 틀어버린 것이다.
스파이로 분해 갱들의 추격을 물리치고 매끈한 근육질 미남과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는 플롯은 중요하지 않다. 대중의 시선은 농익은 머라이어가 보여준 과감한 패션에 있었다. 살색 비키니와 탱크 탑 등 달라진 옷매무새 그리고 날카로워진 눈빛에서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한 여자’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13년이 지난 지금 봐도 뮤직비디오 속 당시 그녀는 무척이나 세련되고 매력적이다. 절정의 그녀를 담아낸 ‘Honey’는 그 어떤 비디오보다도 쇼킹하며 뜨겁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아하(A Ha) - 「Take on me」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뮤직비디오다. 위험에서 여성을 구하는 모튼 하켓(Morten Harket)의 기사도적인 행동은 10대와 20대 여성에게 이성에 대한 규격의 틀을 각인시켰고 카메라의 1인칭 시점으로 담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기술적인 조합은 뮤직비디오의 차원을 끌어올린 진보의 결정체다. 1986년도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에서 대상인 올해의 비디오 부문을 제외하고 모두 6개의 트로피를 수상한 이 영상은 이듬해인 1986년에 조용필이 등장한 음료 광고에 그대로 재현됐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디제이 가와사키(DJ Kawasaki) 「Bright like light」
뭇 남성들에게 엄청난 마력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하우스 음악을 싫어하는 남자라도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탄을 금할 수 없는 특수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주연을 맡은 레나 후지이(Lena Fujii)의 행동과 시선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녀가 상하좌우로 골반을 격하게 흔드는 섹시 댄스를 춘 건 더더욱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끌린다. 일상적인 모습, 혹은 그 이상의 노출을 통해 남성에게 내재된 관음증에 불을 지펴 뮤직비디오에서 눈을 못 떼게 한 것. 노래 없이 후주가 1분 동안 나오는데도 끝까지 집중하게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몇 번의 의상 변화, 모텔 방 올 로케 등 초저예산으로 이룬 최고 효율 영상이었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자미로콰이(Jamiroquai) - 「Virtual insanity」
CG의 승리? 틀렸다. 바퀴달린 가구, 세 개의 벽과 천장 등 바닥을 제외한 모든 세트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만들어 낸 잔꾀의 성과다.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자 자미로콰이의 실질적 핵심인 제이케이의 동작도 한몫했다. 바닥의 움직임을 조정하거나 반대로 밀려 쫓기는 것처럼 보이도록 능란하게 춤추어 눈속임의 난이도를 높여 주었으니까.
이 뮤직비디오로 MTV에서 4개의 상을 챙긴 것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쿨&핫’한 뮤지션이라는 명패까지 얻게 되었다. 잘 만든 클립하나 열 앨범 부럽지 않다는 말, 나올 수밖에.
글 / 조아름 (curtzzo@naver.com)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November rain」
당시에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감동의 드라마였지만, 지금 다시 보기를 하니 허세의 극치다. 메탈 음악에 무한애정을 품었던 청소년은 어느덧 아저씨가 됐고, 그 사이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끌어안았다. 허나 허세면 어떠랴. 아직도 멋지다. 황량한 황무지에서 담배를 물고 기타를 연주하는 슬래시의 모습은 밤마다 소년을 꿈꾸게 했고, 신부의 죽음에 슬퍼하는 액슬 로즈의 눈물 연기에 같이 오열했다. 엠티비(MTV) 뮤직비디오 시상식 ‘최우수 시네마토그래피’ 부문 수상작.
글 /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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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천사
201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