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키치, 도도한 영국의 자태, 북유럽의 평온함까지
뮤직비디오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과 귀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상이 즐비하다. 아래에 열거된 뮤직비디오를 훑어보면서 인종과 지역적 특색을 발견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2010.09.29
작게
크게
공유
뮤직비디오를 보기 위해 <지구촌 영상 음악> 방영 시간만 목을 빼고 기다렸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새 뮤직 비디오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시청할 수 있는 세상이다. 시차의 개념이 무의미해진 것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위시한 인터넷의 위력은 물리적 거리까지 초월한다. 멋진 신세계 안에서는 간단한 검색 발품으로도 머나먼 가봉의 힙합 뮤직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다.
접근성의 용이함은 각 지역의 음악적 특색을 치환한 영상까지 두루 향유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바다건너 일본의 키치, 도도하고 건조한 영국적인 자태, 이에 더하여 목가적 풍경이 어울리는 북유럽의 평온함까지 뮤직비디오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과 귀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상이 즐비하다. 아래에 열거된 뮤직비디오를 훑어보면서 인종과 지역적 특색을 발견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시규어 로스 (Sigur ros) - Heima
Sigur ros Heima HD trailer
Uploaded by sabotage. - Watch original web videos.
자연을 배경으로 한 콘트라스트(Contrast)가 빼어난 뮤직 비디오다. 북유럽, 아이슬란드의 냉기를 품은 회색과 파란하늘이 푸른 잔디와 대비를 이루며 청명한 공간감을 재현한다. 구름 사이로 높이 띄운 빨간 색 연이 너울거리는 장면은 시규어 로스의 음악에 흐르는 뭉클하고 어지러운 감정을 대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진풍경을 음악으로 그려낸 사운드의 화폭. 음악과 영상 중 어디에 중력을 실어 감상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든 명화음악과도 같은 작품이다.
2010/08 옥은실(lameta@gmail.com)
바스트 데이즈 (Vast days) - Healer hologram
단조로운 일상을 데칼코마니 형식으로 틀어보며 그 안의 일탈을 발견하고자 하는 영상. 늘 마주칠 수밖에 없는 건물들, 수많은 불빛, 지하철 역 등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녹아 있다. 데칼코마니의 형식상 똑 같은 형상이 양쪽으로 나타나며 일상을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으로 비춰낸다. 복잡한 하루하루에 새로움을 꿈꾸는 자유를 허락하는 3’43”가 여기에 담겨 있다.
2010/09 옥은실(lameta@gmail.com)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 케이트 부시(Kate Bush) - Don't give up
6분이 넘는 긴 영상이지만 편집되지 않고 원 테이크로 제작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태양을 배경으로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과 케이트 부시(Kate Bush)는 꼭 끌어안고 노래를 부른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남성이 어두운 음색으로 노래하면 여성은 포기하지 말라고, 아직 우리가 있다고 도닥인다. 「Don't give up」의 뮤직비디오에는 절망을 덮는 희망과 증오를 넘어서는 사랑 그리고 거짓을 능멸하는 진실이 있다.
2010/09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 くるみ(쿠루미)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은 현실과 맞물려 소소한 파동을 일으키는 가사로 큰 지지를 받는 제이 록 밴드이다. 또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러한 감동의 정도를 배가시키는 방법 또한 꿰뚫고 있다. 호두나무라는 뜻을 지닌 「くるみ(쿠루미)」의 영상 속 네 주인공의 모습에는 어렸을 적 그리다 만 꿈의 잔상들이 떠돈다. 가사를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할망정 마음으로는 깊숙이 와 닿는다. 그 울림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연기와 음악 덕분이다. 아직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접해봐야 할 일본 국민밴드의 희망가!
2010/09 황선업 (sakura0219@naver.com)
디안젤로(D'Angelo) - Untitled (How does it feel)
d'angelo - how does it feel
Uploaded by Larolke. - Watch more music videos, in HD!
디안젤로 한명의 출연으로도 충격적 효과를 산출한다. 네오 소울 신성의 2000년에 실린 곡. 얼마나 자극 적일까? 땀으로 뒤범벅된 비디오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반신 누드로 가장 은밀한 부분을 제외하고 카메라가 빼곡히 훑는다. 점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 멀티 플레이어인 제이미 폭스(Jamie Foxx)가 코믹하게 패러디하고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의 네 분야에 노미네이트돼 화제의 중심에 오른 바 있다.
2010/09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블러(Blur) - Coffee & TV
Blur - Coffee And TV
Uploaded by johan_. - Explore more music videos.
1990년대 브릿팝(Britpop)의 대표주자 블러(Blur)의 「Coffee & TV」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공신은 ‘우유 캐릭터(Milky)’이다. 블러의 기타리스트 그라함 콕슨(Graham Coxon)을 찾아 떠나는 밀키가 온갖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는 로드무비다. 후에 그라함 콕슨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밀키도 죽음을 맞이하지만 천사의 날개를 단 영혼이 되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던 연인 ‘딸기우유’와 재회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다소 우울한 내용의 곡이 재치를 얻으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2010/09 임윤혜 (yunhye07@naver.com)
지오디(god) - 어머님께
한 편의 잘 짜진 스토리, 이를 토대로 만든 뮤직 비디오는 당시에 힘들었던 숙소 생활의 동료이자 무명이었던 배우 ‘장혁’의 이름을 알리는 데도 성공했다. 단순히 음악을 알리기 위한 홍보수단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임을 고지하다보니 때론 너무나 규모가 커진 탓에 노래와의 서사성이 연결되지 않은 뮤직 비디오들도 더러 있었던 상황.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한 대목이 회자되는 이유는 워낙 신선했던 가사 덕도 있겠지만, 이 가사에 충실한 한 편의 멋진 내러티브 구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2010/09 조이슬 (esbow@hanmail.net)
티엘씨(TLC) - Waterfalls
컴퓨터 그래픽만으로도 이 뮤직비디오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메시지의 힘은 그 위상을 더욱 높여놓았다.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던 청소년의 마약 밀매와 에이즈를 언급한 것이 그것. 돌려 말하지도 않았다. 다분히 사실적이고 직설적이었다. 효과는 제대로 먹혔다.
겁 없이 마약을 밀거래하는 아들과 유체 이탈한 모습으로 아들을 막아서는 엄마. 결국엔 이용당해 권총으로 숨이 끊어진 아들 앞에서 절규하는 어머니의 연기를 비롯해, 콘돔을 쓰지 않고 성관계를 맺어 붉은 반점의 공포에 시달리는 남자 등 작품은 직접적인 표현법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용기 있는 뮤직비디오에 팝계는 7주 1위라는 놀라운 결과로 화답했다. 엠티비는 더 큰 영광을 그녀들에게 바쳤다. 10개 항목에 후보로 오른 「Waterfalls」는 ‘올해의 비디오’와 ‘뷰어스 초이스’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1995년 가장 쇼킹한 비디오로 평단과 팬들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2010/09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히데 위드 스프레드 비버 (HIDE with Spread Beaver) - Pink spider
‘유작’은 우리의 머릿속에 깊고 분명한 흉터로 남는다. 엑스재팬(X-Japan) 기타리스트 히데의 마지막도 ‘핑크 스파이더’에 각인되어 있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뮤직비디오는 자살로 끝을 맺는다. (히데의 죽음은 여전히 여러 설이 난무한다.) 낭자하는 핏빛과 축축하고 우울한 청색은 강렬하게 뒤섞여 퇴폐적인 이미지를 토해낸다. 이런 유니크한 색감과 완성도는 이 작품을 ‘1998년 베스트 비디오’로 만들었다. 탄 슈이치(丹 修一)감독은 2007년 하드코어 밴드 ‘라이즈(Rize)’가 리메이크한 ‘핑크 스파이더’도 연출을 맡아 기괴한 후속편을 내놓았다. 마지막까지 독특하고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던 로커, 어쩌면 가장 ‘히데’다운 트라우마를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2010/09 김반야 (10_ban@naver.com)
메탈리카(Metallica) - One
끔찍하지만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사지가 절단된 병사의 죽여 달라는 절규와 메탈리카의 탱크 사운드는 가히 충격적이다.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티모시 보텀스(Timothy Bottoms) 주연의 1971년 영화 <자니 갓 히스 건(Johnny Got His Gun)>의 영상을 밴드의 연주 장면과 교차시켰다. ‘죽음을 바라는 저의 목숨을 거둬주세요.’라고 토해내는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의 호소는 여전히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땅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2010/09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다프트 펑크(Daft Punk) - Around the world
홀로 느긋하게 감상하고픈 음악이 있고, 여럿이 어울릴 때 나와 주면 고마운 음악이 있다. 일렉트로니카는 주로 댄스클럽이나 파티에서 후자로 등장해 힘을 키워왔고 다프트 펑크는 그 대표주자라 하겠다. 어떤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반복의 미학, 이들의 음악은 몸으로 느끼고 흘려버리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천재 감독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를 만나기 전까지의 얘기다. 수작업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기발한 의상들, 일사불란함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지키는 댄서들. 최첨단의 전자음악과는 정반대인 아날로그적 구성은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무대 뒤에 수놓인 복고적 색감의 조명이란! 춤은 무슨, 두 눈에 담기도 바쁘다.
2010/09 조아름 (curtzzo@naver.com)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 Black or white
노래방만 가도 정학을 받던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음악다방이란 곳을 출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용기였다.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의 영상을 접한 것도 이맘때였다. 당시 최고의 아역배우 맥컬리 컬킨이 대형 앰프를 이용해 아버지를 집 밖으로 날려 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세계 각국의 무희들과 후반부에 불을 헤집고 나오는 팝의 황제,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얼굴이 바뀌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 길로 달려가 그의 뮤직 비디오 모음집을 샀고 정말 닳도록 돌려봤었다. 비록 잭슨의 전성기는 아니었지만, 영상의 강렬함의 최고였다.
2010/09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접근성의 용이함은 각 지역의 음악적 특색을 치환한 영상까지 두루 향유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바다건너 일본의 키치, 도도하고 건조한 영국적인 자태, 이에 더하여 목가적 풍경이 어울리는 북유럽의 평온함까지 뮤직비디오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과 귀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상이 즐비하다. 아래에 열거된 뮤직비디오를 훑어보면서 인종과 지역적 특색을 발견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시규어 로스 (Sigur ros) - Heima
Sigur ros Heima HD trailer
Uploaded by sabotage. - Watch original web videos.
자연을 배경으로 한 콘트라스트(Contrast)가 빼어난 뮤직 비디오다. 북유럽, 아이슬란드의 냉기를 품은 회색과 파란하늘이 푸른 잔디와 대비를 이루며 청명한 공간감을 재현한다. 구름 사이로 높이 띄운 빨간 색 연이 너울거리는 장면은 시규어 로스의 음악에 흐르는 뭉클하고 어지러운 감정을 대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진풍경을 음악으로 그려낸 사운드의 화폭. 음악과 영상 중 어디에 중력을 실어 감상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든 명화음악과도 같은 작품이다.
2010/08 옥은실(lameta@gmail.com)
바스트 데이즈 (Vast days) - Healer hologram
단조로운 일상을 데칼코마니 형식으로 틀어보며 그 안의 일탈을 발견하고자 하는 영상. 늘 마주칠 수밖에 없는 건물들, 수많은 불빛, 지하철 역 등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녹아 있다. 데칼코마니의 형식상 똑 같은 형상이 양쪽으로 나타나며 일상을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으로 비춰낸다. 복잡한 하루하루에 새로움을 꿈꾸는 자유를 허락하는 3’43”가 여기에 담겨 있다.
2010/09 옥은실(lameta@gmail.com)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 케이트 부시(Kate Bush) - Don't give up
6분이 넘는 긴 영상이지만 편집되지 않고 원 테이크로 제작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태양을 배경으로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과 케이트 부시(Kate Bush)는 꼭 끌어안고 노래를 부른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남성이 어두운 음색으로 노래하면 여성은 포기하지 말라고, 아직 우리가 있다고 도닥인다. 「Don't give up」의 뮤직비디오에는 절망을 덮는 희망과 증오를 넘어서는 사랑 그리고 거짓을 능멸하는 진실이 있다.
2010/09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 くるみ(쿠루미)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은 현실과 맞물려 소소한 파동을 일으키는 가사로 큰 지지를 받는 제이 록 밴드이다. 또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러한 감동의 정도를 배가시키는 방법 또한 꿰뚫고 있다. 호두나무라는 뜻을 지닌 「くるみ(쿠루미)」의 영상 속 네 주인공의 모습에는 어렸을 적 그리다 만 꿈의 잔상들이 떠돈다. 가사를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할망정 마음으로는 깊숙이 와 닿는다. 그 울림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연기와 음악 덕분이다. 아직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접해봐야 할 일본 국민밴드의 희망가!
2010/09 황선업 (sakura0219@naver.com)
디안젤로(D'Angelo) - Untitled (How does it feel)
d'angelo - how does it feel
Uploaded by Larolke. - Watch more music videos, in HD!
디안젤로 한명의 출연으로도 충격적 효과를 산출한다. 네오 소울 신성의 2000년
2010/09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블러(Blur) - Coffee & TV
Blur - Coffee And TV
Uploaded by johan_. - Explore more music videos.
1990년대 브릿팝(Britpop)의 대표주자 블러(Blur)의 「Coffee & TV」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공신은 ‘우유 캐릭터(Milky)’이다. 블러의 기타리스트 그라함 콕슨(Graham Coxon)을 찾아 떠나는 밀키가 온갖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는 로드무비다. 후에 그라함 콕슨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밀키도 죽음을 맞이하지만 천사의 날개를 단 영혼이 되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던 연인 ‘딸기우유’와 재회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다소 우울한 내용의 곡이 재치를 얻으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2010/09 임윤혜 (yunhye07@naver.com)
지오디(god) - 어머님께
한 편의 잘 짜진 스토리, 이를 토대로 만든 뮤직 비디오는 당시에 힘들었던 숙소 생활의 동료이자 무명이었던 배우 ‘장혁’의 이름을 알리는 데도 성공했다. 단순히 음악을 알리기 위한 홍보수단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임을 고지하다보니 때론 너무나 규모가 커진 탓에 노래와의 서사성이 연결되지 않은 뮤직 비디오들도 더러 있었던 상황.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한 대목이 회자되는 이유는 워낙 신선했던 가사 덕도 있겠지만, 이 가사에 충실한 한 편의 멋진 내러티브 구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2010/09 조이슬 (esbow@hanmail.net)
티엘씨(TLC) - Waterfalls
컴퓨터 그래픽만으로도 이 뮤직비디오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메시지의 힘은 그 위상을 더욱 높여놓았다.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던 청소년의 마약 밀매와 에이즈를 언급한 것이 그것. 돌려 말하지도 않았다. 다분히 사실적이고 직설적이었다. 효과는 제대로 먹혔다.
겁 없이 마약을 밀거래하는 아들과 유체 이탈한 모습으로 아들을 막아서는 엄마. 결국엔 이용당해 권총으로 숨이 끊어진 아들 앞에서 절규하는 어머니의 연기를 비롯해, 콘돔을 쓰지 않고 성관계를 맺어 붉은 반점의 공포에 시달리는 남자 등 작품은 직접적인 표현법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용기 있는 뮤직비디오에 팝계는 7주 1위라는 놀라운 결과로 화답했다. 엠티비는 더 큰 영광을 그녀들에게 바쳤다. 10개 항목에 후보로 오른 「Waterfalls」는 ‘올해의 비디오’와 ‘뷰어스 초이스’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1995년 가장 쇼킹한 비디오로 평단과 팬들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2010/09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히데 위드 스프레드 비버 (HIDE with Spread Beaver) - Pink spider
‘유작’은 우리의 머릿속에 깊고 분명한 흉터로 남는다. 엑스재팬(X-Japan) 기타리스트 히데의 마지막도 ‘핑크 스파이더’에 각인되어 있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뮤직비디오는 자살로 끝을 맺는다. (히데의 죽음은 여전히 여러 설이 난무한다.) 낭자하는 핏빛과 축축하고 우울한 청색은 강렬하게 뒤섞여 퇴폐적인 이미지를 토해낸다. 이런 유니크한 색감과 완성도는 이 작품을 ‘1998년 베스트 비디오’로 만들었다. 탄 슈이치(丹 修一)감독은 2007년 하드코어 밴드 ‘라이즈(Rize)’가 리메이크한 ‘핑크 스파이더’도 연출을 맡아 기괴한 후속편을 내놓았다. 마지막까지 독특하고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던 로커, 어쩌면 가장 ‘히데’다운 트라우마를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2010/09 김반야 (10_ban@naver.com)
메탈리카(Metallica) - One
끔찍하지만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사지가 절단된 병사의 죽여 달라는 절규와 메탈리카의 탱크 사운드는 가히 충격적이다.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티모시 보텀스(Timothy Bottoms) 주연의 1971년 영화 <자니 갓 히스 건(Johnny Got His Gun)>의 영상을 밴드의 연주 장면과 교차시켰다. ‘죽음을 바라는 저의 목숨을 거둬주세요.’라고 토해내는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의 호소는 여전히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땅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2010/09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다프트 펑크(Daft Punk) - Around the world
홀로 느긋하게 감상하고픈 음악이 있고, 여럿이 어울릴 때 나와 주면 고마운 음악이 있다. 일렉트로니카는 주로 댄스클럽이나 파티에서 후자로 등장해 힘을 키워왔고 다프트 펑크는 그 대표주자라 하겠다. 어떤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반복의 미학, 이들의 음악은 몸으로 느끼고 흘려버리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천재 감독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를 만나기 전까지의 얘기다. 수작업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기발한 의상들, 일사불란함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을 지키는 댄서들. 최첨단의 전자음악과는 정반대인 아날로그적 구성은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무대 뒤에 수놓인 복고적 색감의 조명이란! 춤은 무슨, 두 눈에 담기도 바쁘다.
2010/09 조아름 (curtzzo@naver.com)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 Black or white
노래방만 가도 정학을 받던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음악다방이란 곳을 출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용기였다.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의 영상을 접한 것도 이맘때였다. 당시 최고의 아역배우 맥컬리 컬킨이 대형 앰프를 이용해 아버지를 집 밖으로 날려 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세계 각국의 무희들과 후반부에 불을 헤집고 나오는 팝의 황제,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얼굴이 바뀌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 길로 달려가 그의 뮤직 비디오 모음집을 샀고 정말 닳도록 돌려봤었다. 비록 잭슨의 전성기는 아니었지만, 영상의 강렬함의 최고였다.
2010/09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1개의 댓글
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천사
201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