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너무 착하면 자녀의 사춘기는… - 『위험한 관계학』 송형석
MBC <무한도전> ‘정신감정편’에 출연하여 적확한 진단과 빼어난 통찰로 ‘존재감’을 알린 송형석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 『위험한 심리학』에 이어 그가 이번에는 관계의 문제를 풀어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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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정신감정편’에 출연하여 적확한 진단과 빼어난 통찰로 ‘존재감’을 알린 송형석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 『위험한 심리학』에 이어 그가 이번에는 관계의 문제를 풀어냈다. 그가 책을 펴낸 이유는 이렇다. “실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틀은 바꾸기 싫고, 남의 생각만 몰래 읽고 싶은 마음의 벽이 서 있다. 그 벽을 허무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이리저리 끼워 맞출 수 있는 얄팍한 심리학적 지식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핵심을 찌르는 바늘 같은 말이 필요하다. 내가 책을 쓴 목적은 그런 것.” (p. 8)

“<무한도전> 출연 이후 많은 분들이 저를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어요. 그저 정신과 의사일 뿐인데 말이죠.” 그는 첫 번째 책은 정신과 의사로서 사람을 파악하는 법에 대해서 서술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두 번째 책 『위험한 관계학』을 통하여 그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변해 가느냐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가, 왜 저렇게 변했을까.’

“쌍둥이라고 해서 생각이나 행동이 같은 건 아니죠. 유전적인 요인보다 양육을 통해 성격이 형성됩니다. 중고등학교 이전에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영향이 지대하죠. 그 이후에는 친구나 연예인, 위인 등의 영향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형성된 바가 인성이 되고, 이것이 20대 후반 즈음부터 드러납니다. 대개 결혼하면서부터죠. 집, 가정에서 인성이 드러나게 되는 거죠.”

우리는 다른 누구와의 관계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소홀하다. 소홀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각을 않는 사람도 많다. 그는 강연 내내 나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생각할 시간을 부러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여 말했다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죠. 각기 다른 나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면, 항상 다른 순간에 특정한 ‘나’가 등장합니다. 내 머릿속에 두 개의 인격이 갈등을 벌이는 순간들이 있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격 중에 가장 힘 센 것은 게으르고 버릇없는 그런 것들입니다. ‘합의’를 보게 하려면, 사색과 명상, 여행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시간들을 부여할 수 없다면 한국을 살면서 하루에 삼십분도 내기 어렵죠.”

우리는 어떤 식으로 외부와 관계를 맺는가?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부터 조금씩 탐색해보자. 먼저 내가 있다. 나는 나와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은 홀로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하지만 보통 인간은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자기 자신과 대화한다. 결론을 내리고 그에 대해 비판하고 또 다른 결론을 내린다. (p.15)


부모와의 관계가 결정하는 것들


부모와의 관계는 일생을 살아가며 타인과의 관계를 결정한다.
“전통적인 가정의 구조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은 대개 통제와 도덕성 쪽이라면, 어머니의 역할은 자애, 양육, 사랑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죠. 동성의 부모는 사회에서 윗사람을 상대할 때 본보기가 되며, 이성의 부모는 추후 이성을 대할 때 본보기가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발생됩니다.”

그는 부모와의 관계가 복종시스템으로 이루어지면 “아이는 의지를 잃게 된다”고 말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만 까다롭게 주입하면 자기의지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보는 환자들이 학력은 높은데 취업하지 못한 삼십대 중반 남성과 중퇴한 십대중후반의 청소년들이에요. 우리 사회가 이런 분들을 양산해내고 있죠. 공부만 강요했던 과거가,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를 키우지 못하게 된 것이죠. 무기력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극단적으로 ‘착한’ 경우, 자녀가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인성이 제대로 키워지지 못한 것이죠. 그런 아이가 아빠가 되어서 같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이다. 이렇듯 조부모와 부모의 관계를 부모와 나의 관계에 대입하여 생각하다 보면 정리되기도 한다. 조상 때부터 대를 타고 승계되는 습관이나 역학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친구와의 관계는 어린 시절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게 됩니다. 형제, 자매와의 관계도 중요하죠. 제가 쓴 책이지만, 저도 대인 관계가 그리 좋지는 못합니다(웃음). 편협한 편이죠. 주류 의사 분들과는 어울리기 힘든 거 같아요. 마이너하고 어딘가에서 딴 짓하는 동료들과 친해지게 됩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그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정반합’의 관계를 찾아볼 것을 권했다.
“예능을 봐도 ‘정반합’이 존재하죠. 만화를 봐도 그렇고요. <1박 2일>에서는 강호동 씨가 다소 강하긴 하지만 예전 ‘강호동-김C-이수근’ 체제가 그러했죠. <무한도전>의 ‘유재석-박명수-정준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노홍철, 정형돈 씨가 각각 활기와 안정을 불어넣는 역할로 볼 수 있죠. 이러한 역할과 룰이 확고할수록 안정적이게 됩니다.”

그의 말대로 정반합과 활기 그리고 안정을 각각 1호에서 5호로 치환하여 특정 단체에서 자신이 어느 역할인지, 몇 호인지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5명의 모임에서 누가 빠지면 와해될까요. 2호가 빠지면 재미가 없어질 것이고, 3호가 빠지면 싸움이 일어나겠죠.”


평행선을 달리는 갈등의 해결법


고민 없는 관계는 없을 것이다. 독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가족 사이에 애증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증오’보다 힘든 거 같아요. 형제, 자매, 부모 사이에서의 평행선을 달리는 갈등이 있다면,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례마다 해결책이 다르기 때문이죠. ‘나는 못한다’라고 생각하면, 더 어렵습니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계신 경우가 많아요. 드라마나 여타 다른 관계에서 익히 학습된 것이 있기 때문이죠. 호랑이를 다룰 때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상대방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아버지를 ‘옆집 아저씨’처럼 인식하고, 반복해서 객관적으로 보시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잘해야 해요. 전체가 아닌, 한 가지 나쁜 점만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주저하거나 겁내면 안 돼요. 내가 잘하고 있다는 티도 내야 하고요. 상대방이 노력하고 고쳐낸다면,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나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막상 나 자신과의 관계를 위해 사색할 시간을 마련했지만,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요.

“책에 인용한 사례가 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베트남여행을 갔다는 사례인데요. 그게 제 이야기 입니다. 좋았지만, 굉장히 고생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때 저와 대화를 참 많이 했죠. 평소 잘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나오더군요. 사색 시간이란 것은, 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전혀 언어를 모르는 나라로 가보세요. 눈에 보이는 것만 인식이 되는 곳으로 가면, 결국 나 자신만 남게 됩니다. 관심 자체가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가정 내에서 ‘나’다운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고 하셨는데요. 가정 내에서도 가면을 쓰고 살았던 탓에 이따금 가면을 벗을 때마다 식구들이 놀랍니다.

“쉬워요. 적당히 하시면 됩니다. 밖에서 하는 거 반만 하시면 돼요. 문제는 밖에서 하는 걸 다하거나 십분의 일을 하는 데서 오죠. 집에 오면 숨고 싶고 칭얼거리고 싶은 마음은 가족들에게 조차 전부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성친구나 부부사이에서 하게 되죠. 그렇지만 정도나 세기가 너무 심하면 상대방도 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을 때 종교를 갖게 되는 경우도 생기죠. 내 안에 하나씩 그런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설득시키려는 태도가 중요해요. 다른 것으로 위로시켜줘야 합니다. 부드러워지고 잠잠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게 취미일 수도 있겠죠.”

그는 관계에서 시작된 많은 문제들이 결국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반복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이 문제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게 되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도 바로 그 관계”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모와 나와의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 바로 나 자신과의 관계이다.

#송형석 #위험한 관계학 #심리학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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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10.19

너무나 착한 부모라면 어떤 건가요? 오냐오냐하는 부모를 이야기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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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1.06.22

위험한 관계학 책을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았는데 뒤늦게 인터뷰 기사를 보니 관계지향적인 만남을 위해서라도 이 책을 들춰봐야겠습니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아이가 자랄수록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 평행선을 긋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배려하며 한 템포 쉬어가는 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바깥에서 하는 것의 5%만 집에서 해도 저는 만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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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0702

2011.06.10

태어나서 처음 관계를 맺게 되는것이 부모와의 관계이니만큼 일생동안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합니다. 밖에서하는 것의 절반만 하라.. 이말이 참 와닿네요.
다 하거나 10분의 1만 하는 것이 문제라 하셨는데.. 밖에서 하는 만큼 다한하면 본인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거 같고, 반대의 경우는 다른 가족이 힘들겠지요..

아이 키우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정리가 될수있게 도와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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