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반사적으로 시신의 손을 증거물 봉투로 감싸고 테이프를 감아 봉인했다. 그리고 남편이 입었던 옷에서 섬유 샘플을 채취했다. 홍 형사는 이 사건이 정말 자살이기를 바랐다. 여자의 손톱에서 아무런 섬유도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 슬픈 결말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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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프랑스 리옹의 한 다락방에서는 서른세 살 과학자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현미경 등의 기본 장비와 조수 둘만 데리고 있던 그는 리옹 경찰국의 재정 지원을 받아 과학적 방법을 도입하여 범죄를 수사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세계 최초의 범죄수사연구소 전신인 ‘로카르의 다락방’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라는 격언을 남긴 이 젊은 과학자가 바로 근대 법과학의 아버지 에드몽 로카르다.
이후 그는 리옹 대학에 세계 최초의 법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그곳의 소장으로 취임한다. 지금의 모든 법과학연구소는 에드몽 로카르의 연구소를 모델로 한 것이다. 에드몽 로카르는 범죄는 접촉을 필요로 하고 그 접촉 과정에서 상호 간에 물질의 전이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100여 년 전에 지금과 같은 미세 증거 분석이라는 확립된 개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세한 흔적의 전이’라는 개념을 수사에 도입하여 ‘현미경 수사’를 시작했다는 점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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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부터 애틀란타에서 흑인 남자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동일범의 행위로 보이는 시체가 벌써 27구나 발견된 것이다. 지역 경찰은 시체 발견 장소 인근인 애틀란타 강둑에서 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웨인 윌리엄스를 검문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려보냈다. 얼마 되지 않아 웨인 윌리엄스가 있었던 자리에서 두 구의 흑인 남자 아이 시체가 떠올랐다. 경찰은 긴급히 웨인을 체포하여 추궁하기 시작했다. 시체에서 발견된 다양한 종류의 섬유가 결정적인 증거였다. 웨인이 타고 다니던 차량의 섬유, 웨인의 집에 있던 카펫의 섬유와 동일한 섬유가 시체에서 발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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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과 집 안 카펫의 섬유는 특별한 게 아니라 동일한 유형이 다른 수많은 차량과 집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군집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 군집 특성을 가진 증거 여러 개가 함께 전이될 가능성에 대한 확률이 문제다. 각 섬유들의 출처가 된 차량의 바닥재와 카펫이 생산되어 팔린 양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웨인 윌리엄스가 범인이 아닐 확률이 약 2,900만 분의 1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수사 당국은 그를 기소했고, 그는 종신형 확정 판결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 한국의 CSI 공저 표창원,유제설 | 북라이프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와 과학수사 전문가 유제설 교수가 안내하는 경이롭고 치밀한 CSI의 현장! ‘과학수사’를 통해 형사들을 지원하는 현장 과학수사 요원과 실험실 법과학 전문가들을 ‘CSI’로 정의하고, 그 세부 분야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소개한다. 오제이심슨 사건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세계적 법과학자 헨리 리 박사, 안정된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남자들도 손사래 치는 사건현장 업무에 뛰어든 이현정 검시관 등 과학수사계의 ‘스타’들을 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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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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