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에게 노골적으로 분노의 노래 부르다 - 마돈나, 김C, 에스페란자 스팔딩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마돈나와 같은 아티스트의 경우를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1958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 모습은 세상이 뭔가 불공평하다는 푸념마저 내뱉게 하네요.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마돈나와 같은 아티스트의 경우를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1958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 모습은 세상이 뭔가 불공평하다는 푸념마저 내뱉게 하네요. 화려하게 컴백한 그녀의 신보와 함께 솔로 활동으로 돌아온 김C의 앨범, 그리고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바 있는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앨범을 소개해 드립니다.
마돈나(Madonna) < MDNA >
마돈나는 거울 같은 아티스트다. 1980년대 중반 보수와 극우의 시대였던 미국정부가 물질 만능주의라는 변질된 아메리칸 드림만을 보여주던 시절. 마돈나는 「Material girl」, 「Like a Virgin」를 앞세워 MTV 키드를 양산하며 그녀만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누드 화보집 < Sex >와 앨범 < Erotica >를 발매한 1992년 정점을 찍는다. 검은 자본주의 정신을 고스란히 대중에게 투영하며 거울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후 영화 < 에비타 >를 통해 성모(聖母)의 모습, 이전 자신의 모습을 전복시킨 < American Life >의 여전사 이미지. < Ray of Light >, < Music >을 통해 마돈나는 소비의 아이콘에서 문화의 주체로 탈바꿈한다. 원하는 이미지 변신에는 성공했지만 대중과의 간극은 멀어졌다. 재빨리 댄스 플로어로 돌아온 <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의 성공은 어쩌면 이런 그녀의 노력의 모습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 Hard Candy >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 MDNA >는 그녀의 12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리고 데뷔 시절부터 함께했던 워너 뮤직과 이별하고 새로운 레이블인 인터스코프(Interscope)와 작업한 첫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남편 가이 리치와의 이혼도 있었기에 새 앨범은 < Ray of Light >의 연장선에 있기를 바랐던 것은 대중들의 작은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012년 2월 수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공개된 「Give me all your luvin'」의 나이를 잊은 발랄함은 작은 충격이었다. 그동안 노력으로 획득한 아티스트의 이미지는 간단히 휘발되어버리고 말았다. 새 앨범 < MDNA >의 전체적인 느낌은 앨범 이미지의 분열된 자신처럼 혼란스러움 그 자체다.
타이틀곡이면서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Girl gone wild」의 느슨함은 그녀의 음악적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다. 젊은 천재 뮤지션 미카(Mika)와 윌리엄 오비트(William Orbit)가 작곡에 참여한 「Gang bang」은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성의 심리를 표현했다. 총의 장전 소리와 현기증을 일으키는 비트감, 그녀의 분노에 가득 찬 보컬의 총구는 전 남편 가이 리치에게 향해있다. 신예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피처링을 도와준 「I don't give A(featuring Nicki Minaj)」 역시 가이 리치와의 결혼생활의 불만을 이야기 한 곡으로 오랜만에 마돈나의 랩을 들을 수 있다.
중심축이 전혀 없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 세곡의 진행방향은 명징하다. 컨트리 벤조 리듬과 이중교배 된 「Love spent」, 「Masterpiece」 역시 수려한 팝 발라드 곡으로 그녀 자신이 직접 감독, 제작에 참여한 영화 < W.E. >의 주제가이다.
마돈나의 노래들은 대중의 현 트렌드를 비추는 거울이다. 비록 < MDNA >를 통해 보여 지는 그녀의 상(像)이 분열되어 보여도 그것을 탓하면 안 된다. 일그러진 것은 우리, 거울이 아니다. 아쉬워도 지켜보는 것 또한 대중들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기 때문이다.
글 / 이건수 (buythewayman@daum.net)
김C < Priority >
베를린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그 도시, 그리고 그곳을 수도로 가진 나라의 이미지처럼 간결하고 정리정돈 되어있다. 밴드가 아니라 ‘김C’의 이름으로 발표된 솔로앨범은 여행을 끝나고 돌아온 여정의 기록이다. 반가운 인사를 마치고 진득하게 자리에 앉자 약간은 말수가 잦아든 채, 경험과 감흥을 털어놓는다. 외관상 전해지는 바는 그 전과는 다른 느낌의 ‘여유’와 ‘넉넉한 공간’이다. 지금까지 ‘뜨거운 감자’, 그리고 ‘김C’의 속성 중 두드러지는 것은 ‘삐딱함’과 ‘투덜거림’이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보다 크게 다가온다.
사운드를 하얀 종이처럼 펼쳐지고 목소리는 활자처럼 그 위를 메꿔간다. 검은 색 텍스트보다는 백지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비어져 있으므로 어떤 이야기든 시작될 수 있고, 어떤 화두도 자유롭게 던져진다. 이 장에 「맛좀봐라」의 재치나 「강변북로를 걷는 여자」의 파격, 「고백」의 소탈한 이야기는 없다. 이는 ‘노랫말’의 자리를 ‘소리’에게 양보한 까닭이다. 그동안 스토리와 주제의식 분명한 ‘소설’의 연재였다면 이번만큼은 관조로 일관하는 ‘수필’이다. 간결체로 풀어가는 풍경은 일부러 천연색을 빼버려 집중도를 높였고, 큰 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밀한 세공작업에 힘을 실었다.
밴드 때부터 ‘레게’에서 ‘트립합’까지 실로 다양한 장르를 요리해왔다. 이번에는 확장된 에코나 잔향이 돋보이는 ‘덥(Dub)’을 썰어 넣었다. 앨범 < 감자밭을 메꾸는 여정 >의 문을 닫았던 「코메디」의 확장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Insomnia」로 입을 연 이야기는 증상까지 수반한다. 전반적으로 몽롱한 가운데 종종 늘어지고 비틀거리는데, 이는 생활 전반을 해치지는 않지만 미세하게 불편함을 주는 불면증과 닮아있다.
「LOVE」는 둔탁한 비트와 하이톤 기계음의 교차로 심플하고 현대적인 화상과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One Day」는 실업청년들을 위한 노래라고 전해지는데, 절박함이나 분노 같은 직선적인 감정보다는 서서히 침전되는 허무함을 드러낸다. 천천히 우러나오는 쓴 차처럼 마음을 오랫동안 담가야만 느낄 수 있다. 귀에 제일 잘 들어오는 곡은 「Good Friend」로, 굴곡 많은 멜로디와 감정의 높낮이가 가장 선명하게 감지된다.
그는 자신의 ‘쉼표’에서 받은 감정을 흑백의 ‘따옴표’로 묶어 다채로운 ‘느낌표’로 남긴다. 여행의 마침표는 ‘옥상’에서 찍는다. 낯선 도시의 건물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양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조금은 외로운 표정으로, 그리고 여전히 주름 진 김C의 얼굴이다. 그의 주변을 감싸는 서늘한 공기마저 손에 잡히는 듯하다. 그의 여정은 짧지만 견고한 기운을 가득 품고 우리 앞에 앉아있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에스페란자 스팔딩(Esperanza Spalding) < Radio Music Society >
사람들은 놀랐다. 53년 그래미 시상식 역사상 최초 재즈 뮤지션의 신인상 수상 영광을 누린 리딩 베이스 주자. 그것도 여성이. 대개 남성 지배하에 있던 베이스를 여성의 마음으로 품은 2011년 음악계의 빠뜨릴 수 없는 ‘원조자’이기에. 그의 새 앨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재즈계뿐만 아니라 전체 시장 내에서도 집중될 터. 이내 친절함을 잊지 않는다.
상냥해졌다. 이번에는 빌보드 차트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비교적 라디오 프렌들리에 근접한 음악들이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Radio song」은 6분 32초,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 웨인 쇼터(Wayne Shorter)의 곡을 리메이크한 「Endangered species」는 6분 37초. 국내 방송 시장이 원하는 시간인 3분 내외의 트랙들은 절대 아니다.
호흡이 긴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노곤해지지 않는다. 인터루드 격인 「Land of the free」, 3분 40초의 「Hold on me」를 제외하고는 4분과 5분을 넘는 곡들이 즐비하다. 덜 읽히는 소리가 중심이었던 < Chamber Music Society >에 비해 중요 선율들을 전면으로 배치했기에 시야를 가득히 부담감 없이 채운다.
좀 더 친근감 있는 아티스트들과의 만남도 성사됐다. 특히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멤버로도 잘 알려진 큐 팁(Q-Tip)은 「Crowned & kissed」와 「City of roses」에서 공동 프로듀서로 맹활약한다. 또한 도니 해더웨이의 딸이며, 싱어인 라라 해더웨이(Lalah Hathaway)는 「Endangered species」에서 중성적 음색을 발산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들의 등장을 통해 < Radio Music Society > 깊숙이에 재즈와 연계된 팝, 힙합, 네오 소울도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증험할 수 있다.
‘어우러짐’은 어떠한가. 「Black Gold」, 「Let her」의 레이더 엘리스(Raydar Ellis)와 「I can't help it」에서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드러머 린든 로쉘(Lyndon Rochelle)은 에스페란자와 버클리 음대 학창시절부터 우정을 유지해왔던 동지들이다. 친구들과 동맹한 연주를 통해 흐드러지게 피기 전 재즈계의 ‘꽃’이 스쳐간 성장 과정을 단시간에 살필 수 있다.
베이시스트가 부분적으로 노래에 관여한 앨범이 아니다. 보컬리스트 개념의 싱잉도 두드러진다. 목소리 참여가 전작에 비해 적극적. 특히 스티비 원더가 곡을 쓰고 마이클 잭슨이 커버한 「I can't help it」은 원곡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특유의 공법으로 해체시켜놓았다. 블루지한 「Hold on me」도 예사롭지 않다. 리듬을 베이스가 아닌 목소리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거침없이 음 사이를 오고간다.
< Radio Music Society >는 모두를 타이르고 납득시킨다. 예술 안의 자아를 충분히 고찰함과 동시에 대중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기 때문. 타 장르 아티스트들을 초빙해 팝, 힙합, 네오 소울 등과의 접붙임을 성사시키고 긴 재생 시간과 상관없이 비교적 친근감 있는 선율의 곡들을 소유했다. 재즈 히스토리 내 새로운 히로인의 2012년 작.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던 그래미 신인상의 ‘운 좋은’ 수상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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