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이 제일 필요한 시기는 중학생
우리나라에서 ‘고3’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벌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인생의 향방을 결정할 대입을 앞둔 시기. 아이와 그 부모는 이 기간만큼은 사회적으로 언터쳐블한(?) 지위를 인정받으며 예민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힘겹고 외로운 시기인 만큼 고3을 목전에 둔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막연한 걱정이 앞설 뿐이다.
글ㆍ사진 황정호
20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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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버텨내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잘 해내야 한다. 어쩌면 인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수시로 들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3이라는 기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부모건 아이건 한번쯤은 거쳐야 하는 개별적인 고통의 시기이자, 회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맞는 말이다. 이왕에 피할 수 없는 시기라면 제대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대입의 과정은 20여 년이 된 수학능력시험과 더불어 내신, 논술,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갈래로 얽혀있다. 웬만한 고교선생들도 진학지도에 두 손을 들어버리는 것이 최근의 현상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도, 부모도 수험 스트레스에 치여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이에 두 딸의 고3 기간을 슬기롭게 보낸 소광숙 씨와 교육평론가 이범 씨가 현명한 해법을 제시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부모의 절절한 심정까지 감싸 안는 소광숙 씨의 감성 해법과 현실적인 대입 전략과 준비법을 제시하는 교육평론가 이범 씨의 이야기는 많은 학부모와 예비 고3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사진 일기로 고3 딸 응원한 엄마

살을 베는 듯 한 칼바람이 기세를 떨치는 저녁 무렵,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연장에 모인 학부모와 예비 고3들의 눈에는 기대감이 서려있다. 최근 고3 딸을 응원하며 1년 간 찍은 사진과 글을 모아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라는 책으로 엮은 엄마 소광숙 씨와 교육평론가 이범 씨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행사의 제목 역시 ‘힐링타임’이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소광숙 씨가 찍은 딸 채영이의 사진이 화면에 소개되며 그 시작을 알렸다. 해맑게 웃고 있는 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시 불이 켜진 후 앞으로 나선 소광숙 씨가 어색함을 감추며 인사를 건넸다.

“제 딸의 고3 1년 동안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엄마 소광숙입니다. 아이들은 참 예쁜 존재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다, 칭찬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렇지만 그냥 자는 모습만 봐도 예쁜 존재죠. 그런데 그 이상으로 아이들은 참 부모를 힘들게 하고 내 맘대로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해요. 어쨌든 고3 때는 진짜 대학이 목표일 수밖에 없더군요”

밝고 명랑한 딸 채영이가 고3을 앞두고 있을 때 소광숙 씨의 마음 한편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아직은 철없어 보이는 딸, 그러면서도 ‘이제 좀 긴장을 하겠지’하며 내심 기대를 했다고. 하지만 1월 1일이 되고, 3월이 되도 딸에게 긴장의 기색을 느끼기란 어려웠다. 소광숙 씨는 조바심에 전전긍긍했던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한번은 아이가 너무 외롭다고 하더군요. 결국 자기 혼자 가야할 길이라는 생각이 든대요. 그렇게 고3답게 행동하라고 몰아쳤는데, 자기 입으로 고3이라고 하니까 제 가슴이 내려앉더군요. 그러면서도 내심 ‘이제 좀 다른 생활을 하겠지’하고 기대를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 생각은 역시 그 순간인 것 같아요. 항상 휴대폰이 원흉이었죠(웃음). 마음 좋은 아이 아빠도 휴대폰을 없애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부모의 눈에 비쳐지는 고3 딸의 생활은 공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 문제, 이성 문제로 시시콜콜한 문자를 주고받는 통에 휴대폰을 끼고 사는 아이를 볼 때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내리 눌러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엄마가 바라는 모습만 있을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소광숙 씨. 아이와의 실랑이는 흡사 연애의 그것과 같았다.

“아이들도 어른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일상을 겪는다는 걸 알았죠. 그러면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재수 시키지 않고 전문대학을 보내겠다’는 등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고 공부시키려고 별말을 다 도 결국 그때뿐이고 다시 원상복구 되더군요. 한번은 채영이가 남자친구와 연애하며 ‘밀당’을 어떻게 하는지를 말해준 적이 있어요. 고3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가 바로 그 ‘밀당’의 시기더군요. 평소에는 이 나라 대학입시를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도 결국 내 딸 문제로 돌아오면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제 마음과도 밀당을 하게 되고 아이와도 끊임없이 밀당을 해야 하더군요.”


그러나 고3 기간은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나 버거운 스트레스를 안기게 마련,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평소 아이와 대화가 되는 엄마임을 자부한 소광숙 씨의 자신감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일이었다.

“수능을 한 200일 정도 남겨 놓았을 때 저는 ‘아직 안 늦었어. 지금부터라도 하면 돼’라고 생각하며 조바심을 억누르고 있는데, 아이의 생활이 계속 눈에 걸리는 거예요. 친구와 문자하고 아니면 잠만 자고…. 결국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아이의 휴대폰을 보고 말았어요. 알고 보니 친구와 공부하러 간다고 한 날 영화를 보러갔더군요. 거실에 나가보니 마침 채영이가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도저히 못 참겠더군요.”

소광숙 씨는 당장 자는 아이를 깨워 가위를 주며 늘 눈에 거슬렸던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엄포를 놓았다. 엄마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름을 감지한 듯 채영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욕실로가 머리를 자른 후 목 놓아 울었다.

“머리를 길러서 찰랑거리는 게 너무 보기 싫었어요. ‘잘라야 된다는 만큼 자르라’고 했는데 귀 아래까지 잘라버린 거죠.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잘랐다 싶었는지 울더라고요(웃음). 순간 ‘사진을 찍기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찍진 못했어요. 우는 아이를 보니 평소 열린 엄마라고 생각했던 제가 초라해지더군요.”

시간이 지난 후에 채영이는 그날을 떠올리며 ‘엄마 덕분에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외로운 길을 가야하는 고3 아이에게 누군가 자신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함께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 것이다. 소광숙 씨는 단지 아이 곁에 있는 것만이 아닌 엄마 역시 다른 목표를 가지고 함께할 것을 주문했다.

“고3 엄마, 사실 바쁘지 않아요. 혼자 낮에 누워있으면 ‘나는 왜 그렇게 아이에게 해줄게 없을까’ 그런 생각 많이 하시죠? 제가 고3 때 야간자율학습하고 돌아오면 집에 가족들은 이미 다 잠든 뒤였어요. 엄마만 겨우 일어나 밤참을 챙겨주시는 정도였죠. 저는 그때 진짜 외로웠던 것 같아요. ‘이 세상에 나 혼자구나, 이 깊은 밤에 나 혼자 깨 있어야 하는구나’ 그게 30년도 넘었는데 기억에 나거든요. 그래서 전 큰 아이 때도 그렇고 채영이 때도 다른 목표를 설정해 함께했어요. 아이에게 ‘나만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엄마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고3 학부모님들, 지금 힘들고 어려운 시간 보내시겠지만 아이 옆에 항상 있어주는 부모가 됐으면 좋겠어요.”

끝날 것 같지 않던 고3 기간은 지나갔고 결국 채영이는 원하던 미대생이 됐다. 엄마 소광숙 씨 역시 자신이 목표로 했던 책을 출간하게 됐다. 하지만 엄마와 딸은 이제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을 터였다.




고3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평론가 이범 특강

소광숙 씨가 실제 고3 딸들을 키우면서 느낀 고충과 깨달음을 감성적으로 전달했다면, 두 번째 파트를 담당한 교육평론가 이범 씨는 실질적인 고3 전략에 대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 대치동 학원가에서 소득랭킹 2순위에 이르는 스타강사였던 그는 사교육 중심의 한국교육 현실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 이후 무료 강의와 함께 교육평론가이자 상담가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교육관련 저술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세계에서 제일 복잡한 우리나라 대입에 임하는 전략’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수시 전형은 점차 다양해지고 계속 변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입학사정관제도 도입됐고요. 결과적으로 복잡하게 됐죠. 학생들이 챙겨야 할 게 너무 많고 자기 상황에 비췄을 때 어떤 전형을 선택해야하는지도 굉장히 곤란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일 간명한 것은 수능 위주의 전형과 내신 위주의 전형입니다. 내신은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것이고 수능은 벌써 20년이 된 제도니까요. 나올만한 문제 유형은 다 개발돼 있는 상태에요. 문제는 논술로 넘어갔을 때 머리가 아파진다는 거죠.”

신뢰성 있는 논술 모의고사가 존재하지 않고 학교에서 논술지도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많은 학부모와 고3 학생들이 학원가에 의존하는 것이 현재 논술 준비의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보기에 논술에 도전할만한 학생의 유형은 정해져 있다는 것. 첫째가 글을 잘 쓰는 학생, 둘째가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학생, 셋째가 신문이나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다. 단, 이과의 경우는 사실상 수학과 과학문제를 설명하는 논술유형이 많은 만큼,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 유리하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명료하다. 스펙에 치중한 현재의 방식은 방향을 잘못 잡은 상태라는 것. 모든 스펙을 완벽하게 갖춘 백화점형 스펙 인재는 입학사정관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예를 들어 대원외고 고3인데 아버지가 변호사에요. 이 아버지 말로는 상상가능한 모든 스펙을 다 갖췄다더군요. 그런데 서울대 수시에서 떨어졌어요. 아버지는 우리 애가 왜 떨어졌는지 납득시켜달라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스펙이 너무 많아서 떨어진 거예요. 백화점식 스펙 나열은 돼 있지만 아무런 스토리가 없어요. 입학사정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말이에요. 그런 자기소개서는 대개 이력서식이 되버리죠. 반대로 입학사정관제로 꽤 괜찮은 대학에 간 학생이 있는데 스토리가 뚜렷했어요. 이 학생은 중학교 때 게임폐인이었습니다. 성적은 중하위권 부모는 맞벌이였죠.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공부를 해서 고려대를 갔어요. 이 아이의 스토리를 보면 좌절한 상태에서 공부에 관심도 없고 재능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갈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요. 컴퓨터와 친하다보니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공부를 한 거죠. 입학사정관들이 좋아하는 그래프가 성적이 꾸준히 올라가는 그래프거든요.”


교육평론가 이범의 대입 전략

전형 선택에 전략이 필요하다_ 무슨 전형으로 대학을 갈 것인지 2개 정도를 정하고 집중해야 한다. 현재의 대입은 한 종류의 전형만으로는 지원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신이 유리한 전형을 선택해 일 년간 밀고 나갈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자기를 진단하며 공부하라_ 학원에 의존한 공부 방식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노트정리와 시간계획을 세워 관리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공부시간은 늘었지만, 기성세대보다 공부요령이 퇴보한 상태. 이는 결국 자기 진단능력의 부재를 불러온다. 고3에 올라가는 학생들은 자신이 가장 취약한 과목의 순위를 정하고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보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학교는 물론 학원 역시 개별적인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것.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라_ 수능의 범위는 매우 넓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밑 빠진 독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따르면 1주일 후 인간의 기억에 남는 것은 25% 뿐이다. 짧은 인터벌로 복습을 하고 중요도가 아닌 ‘잘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를 기준으로 체크를 해 복습을 반복해야 한다. 매일 체크한 것을 복습하면서 새로운 공부를 이어간다면, 시간은 더 걸리지만 기억에 남고 자신감이 생긴다.

진도를 조절해라_ 학교와 학원, 과외의 진도가 제각각인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 복습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의지력이 강한 학생이라면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를 통해 진도를 조절할 수 있다. 공부는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었냐가 더 중요하다.

Q&A

감성과 이성을 오간 두 강연이 끝난 후에는 강연장을 채운 독자들과 강연자들 사이에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아이와의 감성적인 교감 방법을 비롯해 공부법에 대한 부모들의 질문은 꼬리를 물었다.


선행학습은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이범) 고3이라면 선행학습은 의미가 없죠. 선행학습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학생입니다. 이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중상위권 이상 학생이죠. 고교에 올라가기 전 1년 분정도 선행학습이 돼 있으면 유용합니다. 문과 수능수학 범위는 옛날보다 좁아요. 고1 수학이 양이 굉장히 많은데 수능에서 빠졌거든요. 이과는 상대적으로 수능 범위가 넓거든요. 더구나 중상위권 이상의 학생이면 논술 전형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데, 어느 정도 진도를 나가 놓고 논술준비를 해야 할 경우가 있어요.

공부를 잘하지만 자기주도성이 떨어지는 강남 아이들과 강북 아이들을 비교했을 때 10년, 20년 후에는 어느 쪽이 더 잘나갈까요?

(이범) 최근에 국내 최대 기업인 S그룹에서 이상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강남출신 서울대 연고대 나온 사람을 뽑을 때는 특별히 주의하라는 지침이 생겼다는 거예요. 믿을 수가 없어 내부 사람한테 물어봤어요. 부서별로 쿼터가 있는 경우도 있다더군요. 그런 정책을 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통계조사 때문이랍니다. 통계조사를 해보면 스펙은 좋은데 5년 뒤에 성과를 보니까 별거 아니라는 거죠. 들어올 때 스펙과 5년 뒤 성과를 통계를 내서 상관관계를 본 거에요. 들어올 때 명문대 스펙 좋아서 뽑았더니 나중에 성과는 별로라는 거죠. 사실 이것은 기성세대가 살면서 경험한 사실입니다. 스펙이 좋다고 능력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아주 확연한 통계가 또 있는데요. 강남출신 서울대 연?고대 나온 그룹이 5년 내 이직률이 제일 높답니다. 이직은 기업 입장에서는 손실이거든요. 비난할 수는 없죠. 평생직장 개념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쨌든 기업 입장에서는 그 계산을 하는 거예요. 제가 만든 말인데, 저는 이런 인재형을 ‘도련님 공주님형 인재’라고 하거든요. 그 정체에 대해서 기업들이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죠. 전체적 사회적 흐름을 봤을 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떤 분야를 선택하던 간에 창의력, 남들이 안 해 본 생각, 안 해 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어학능력인 것 같아요. 꼭 영어를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10년이 지나면 중국어를 잘하는 게 더 필요한 분야도 있을 거니까요.

아이가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데 계획 세우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범) 일단 일간 계획부터 세우세요. 매일 11시가 되면 그 다음날 계획을 세우고 그 다음날 실제 어떻게 했는지를 써보는 거죠. 일간 계획이 어느 정도 수립되면 주간계획을 세우세요. 일요일 밤 11시에 계획을 세우는 거죠. 주간 계획보다 긴 주기의 계획은 안세우거나 세운다고 할지라도 자세히 세우지 않는 것이 좋아요. 모두 월간 계획에 실패한 경험이 있으시잖아요(웃음). 유연하게 자기가 상황에 따라서 적응하면서 세울 수 있는 계획은 주간이 한계인 것 같아요.

소광숙 선생님은 엄마로서 하지 않았어야할 말을 해서 후회가 된 적은 없으세요? 혹은 고3 엄마로서 이건 하지 말라고 해주실 말씀이 없으신지요.

(소광숙) 고3이 인생의 끝은 아닌데, 정말 몰아칠 때가 많았거든요. 굉장히 겉으로는 우아하고 사려 깊은 엄마이고 싶어서 잘해봐야지 하면서도 결국은 공부더라고요. 아이에게도 이게 다가 아니라고 끝없이 이야기하면서도 공부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고요. 그리고 한 가지 절대로 하지 않아야 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너는 여기서 끝일거야’와 같이 믿어주지 않는 말이요. 대신 ‘잘 될 거야’라고 해주세요. 애들은 안 듣는 것 같지만 듣더라고요. 부부 중에 한 사람이 악역을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경우에는 저였죠(웃음). 대신 남편은 채영이가 수시에 떨어지는 와중에도 ‘채영이를 안 뽑는 대학교가 문제’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 말을 들을 때는 애들과 함께 어처구니없어 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이 모두 몰아치기 보다는 한사람은 끝까지 믿어주는 역할이 필요하죠. 남편은 한 게 없다고 하지만 여유부리고 아이들과 이야기해준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이의 수능성적이 많이 안 좋아서 올해 다시 혼자 인터넷으로 공부를 해서 재수를 하겠다고 하는데 예측이 되는 어려움을 조언해 주신다면?

(이범)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관리 능력이에요. 자기관리 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재수가 아니라 심지어 자퇴하고도 대학을 가요. 자기관리능력이 일정이상이면 인터넷 강의가 더 효과적이죠. 하지만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재수 종합반을 다니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 방법대로 공부해 보라고 하세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상을 가지고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재수했을 때 성공 실패가 갈리는 듯합니다.

고3 예비 부모입니다. 1년이란 시간이 긴데, 그 시간동안 공부만 하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이와 엄마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나요. 아이가 사춘기를 심하게 앓은 편이라 조심스럽네요.

(소광숙) 고3이라고 해서 거실에 TV를 치우는 집이 있잖아요. 저는 그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하던 것을 없앤다고 없어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큰 애도 그렇고 작은 애도 그렇고 전 아이들 데리고 자주 나가는 편이에요. 영화보고 밥 먹고 오는데 다섯 시간 정도 걸리죠. 얼마 전에 채영이가 그러더라고요. 고3일 때 엄마랑 몇 번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남는다고요. 그건 제 확신이었어요. 그 시간 공부 안한다고 큰 영향 없다 싶었거든요. 한편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계산도 있었고요. 약간의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 애들 얼굴에서 무슨 고민 있을 것 같으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이범)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는 겁니다. 운동은 그 자체로서도 재미있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지만, 실제로 뇌 혈류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운동 이후 학습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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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소광숙 저 | 오마이북
고민과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포토 에세이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채영이 엄마'는 고 3딸의 하루하루를 흑백사진과 간결한 글로 기록해왔다. 고3이기 이전에 사랑스러운 열아홉 살 소녀인 딸에 대한 시선은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않고 교육적이지도 않다. 평범한 고3 딸의 일과를 담담히 담아낸 사진과 글 속에서 엄마와 딸 사이에 오가는 섬세한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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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광숙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고3 #이범
1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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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제이

2013.02.19

자녀들의 공부가 이렇게 부모님들에게도 큰 문제로 다가온다는 건.. 슬픈 일이네요.. 공부는 각자 자신이 깨달아서 하게 될 때가 가장 적절한 것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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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kaist

2013.02.05

제일 중요한게 학생들이 직접 깨닫는게 중요한데 주변 환경이 정말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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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er08

2013.02.05

한국에서의 고3이란 정말......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용돈몇푼 말한마디만큼 중요한게 부모님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응원이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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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제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