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매일 10분씩 놀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놀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다.’
아이와 놀아 준다고 생각하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 같고, 무언가 크게 희생하는 기분까지 들어 놀이가 재미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같이 나 또한 논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즐겁게 놀 수 있을지 궁리하게 되고,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와 함께 어떻게 하면 즐겁게 놀 수 있는지를 하나둘 터득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의 만남
아이들은 생명이 부여된 장난감에 무한한 애정을 보냅니다. 또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작은 재활용품 상자 하나를 갖고 놀더라도 “이것으로 공을 주고 받으며 놀자.” 하고 말하는 것과 “이건 네 침대 밑에서 네가 튕긴 코딱지를 먹으며 자란 왕눈이 생쥐야.” 하고 소개하는 데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놀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상상의 엔도르핀이 팡팡 분출됩니다.
게다가 아빠가 상자를 들고 공을 주고받으며 “찍찍찍, 앙! 네 코딱지 공 냠냠 맛있게 잘 먹었다~. 꺼억! 뿌웅!” 이렇게 말해 주면 이 상자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코딱지 생쥐가 됩니다.
한번은 ‘치약 무사와 투명 조로’라는 장난감을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치약무사는 원래는 다 쓴 치약 튜브였는데, 눈과 입을 그려 주고 치약 뚜껑을 삿갓처럼 비스듬히 씌워 줬더니 영락없는 무사였습니다. 투명 조로는 칫솔 포장재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랫부분만 뜯어 내 칫솔을 꺼내고 윗부분에 눈을 붙이고 이쑤시개 칼을 꽂았더니 투명 조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상을 평정하러 온 치약 무사와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투명 조로의 대결이라는 이야기를 붙여 주었습니다. 치약 무사와 투명 조로의 대결.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아이는 일주일을 이것만 갖고 놀았습니다. 나와 함께 놀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출근하고 없을 때는 자신만의 새로운 놀이로 재탄생시키곤 했습니다. 이처럼 아빠표 캐릭터와 스토리가 만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가 되었습니다.
누가 누가 더 잘 노나,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 경쟁
하루는 놀잇감을 만들긴 했는데 어떻게 놀아야 할지 도무지 좋은 규칙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일단 아이를 앉혀 놓고 만든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거 아빠가 만들긴 만들었는데, 노는 규칙은 네가 정해 볼래?”
그러자 아이의 말이 마구 쏟아졌고, 그것을 듣던 나는 어느 순간 “그거! 그거!” 하면서 근사한 규칙을 만들어 갔습니다. 덕분에 아이와 무척 재미있게 놀았지요.
다음 날 퇴근해서 돌아오니 아이가 새로운 규칙이라며 ‘이건 이렇게 하는 거고, 저건 저렇게 되고…….’ 하며 한참 설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것도 또 하나의 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놀지 상상하며 새로운 놀이를 만드는 놀이.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 자체를 놀이로 만드는 놀이 말입니다.
또 어느 날은 자꾸 놀잇감을 만들어 내라는 아이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왜 만날 나만 만드냐? 너도 좀 새로운 걸 만들어 봐!”
그 이후 가끔 퇴근하면 아이가 재활용품을 들고 와서 내게 시범을 보이는 일이 생겼습니다.
“아빠! 제가 만든 놀잇감인데요, 한번 보세요…….”
이렇게 아들과 놀이 만들기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옷걸이 펜싱 검으로 짜릿한 한판 승부
올림픽 이후로 아이가 펜싱에 푹 빠져 아침저녁으로 펜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이로 만든 펜싱 검을 사용하다 보니 하루가 못 가서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새로 만든 옷걸이 펜싱 검! 제법 그럴싸해 아이가 무척 좋아합니다. 이 경기는 러닝 올림픽에 다시 등장했다고 합니다. 러닝셔츠를 입고 하는 올림픽이요…… 하하. [준비물 : 철사 옷걸이, 펜치, 스펀지 완충재, 칼, 스카치테이프, 박스테이프]
1. 세탁소에서 주는 철사 옷걸이입니다.
펜치를 이용해 옷걸이 고리쪽에 꼬여 있는 부분을 사진과 같이 풀어 줍니다.
2. 그런 다음 옷걸이의 오른쪽 부분을 쭉 폅니다.
3. 그리고 고이 모양으로 되어 있던 머리를 구부려 동 그랗게 만 다음
끝을 사진과 같이 고정시키세요.
4. 반대쪽은 구부러진 모양을 그대로 활용해 위의 사 진과 같이 손잡이로 만듭니다.
5. 잡아 보니 쇠를 꼬아 연결한 부분이 손에 걸립니다.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 쇠가 노출된 부분을 여러 차례 감아 주세요.
이렇게 하면 아이가 잡아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6. 완성된 형태입니다.
하지만 테스트를 해보니 앞에 동그란 부분이 아무래도 좀 아프고 위험하네요.
7. 고민 끝에 스펀지 완충재를 동그라미보다 조금 크 게 잘랐습니다.
[Tip] 에어캡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8. 스펀지 완충재 가운데에 칼집을 내고 그 사이로 동그 란 철사 부분을 쏙 밀어 넣습니다.
그러고 난 다음 스펀지가 빠지지 않도록 박스테이프로 한 번 더 단단하게 감아 줍니다.
9. 펜싱 검 완성! 그럴 듯하죠. 아빠 것과 아이 것 2개 를 만들었습니다.
아이 것은 스펀지 완충재를 조금 더 크게 만들었어요. 아이를 위한 아빠의 배려입니다.
[아빠] “자, 네게 결투를 신청한다! 달타냥, 나와라! 내 칼을 받아라!”
10. 꼬마 달타냥 등장!
[아이] “여기 나왔다! 얍!” [아빠] “어, 어, 이런 여우 같은 녀석, 선수를 치다니…….”
11. [아빠] “이 녀석, 맛 좀 봐라!” [아이] “아빠, 메롱~. 막았어요!”
12. [아이] “아빠, 갑니다요!” [아빠] “으아아아, 안 돼!”
어때요? 재미있지요? 아이가 펜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야구선수가 되고픈 꿈이 살짝 흔들렸다고 하네요. 그럼, 여러분도 옷걸이 펜싱 검으로 아슬아슬한 펜싱 경기 한판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 아빠와 10분 창의놀이 김동권 저/이보연 감수 | 시공사
아이랑 어떻게 놀아 주지? 대한민국 최초 아빠 육아 파워블로거가 소개하는 하루 10분 아빠 스킨십. 늘 바쁘고 피곤해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아빠들, 엄마처럼 살갑고 섬세하게 아이를 돌볼 자신이 없어 ‘아빠 육아’라는 말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아빠들을 위한 책이다.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활용품으로 아주 쉽고 재미있게 아이와 가까워지고 나아가 창의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놀이법 80여 개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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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권
일주일에 7일 출근하는 일중독 아빠. 열심히 일해 가족에게 생활비를 안겨 주는 것이 아빠로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 여기며 오로지 ‘일’에 매달려 지내던 어느 날 피곤에 지친 자신의 굳은 얼굴을 보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아이와 ‘매일 10분 놀이’를 시작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무엇을 갖고 노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놀이를 하는 아빠 자신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함을 깨달았다. 이후 피곤하고 지친 아빠들도 쉽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재활용품 놀잇감을 하나씩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이 과정을 담은 블로그 [아빠와 함께하는 10분 게임]이 네티즌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아빠로서는 최초로 네이버 육아 부문 파워블로거가 되었다. 무뚝뚝하고 조금은 서툴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이 아이에게 ‘우리 아빠 최고!’의 찬사를 받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쉽고 재미있는 아빠 놀이를 고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놀이 멘토, 환경부 환경교육용 이동교구상자 놀이개발 자문위원, 서울대학교 한국디자인산업연구센터(KDRI) 육아ㆍ놀이분야 트렌드세터로 선정되었으며 EBS [다큐 프라임 '아버지의 성']을 비롯해 KBS, SBS, MBC 등 다수의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앙쥬], [맘앤앙팡] 등의 주요 언론과 육아 전문지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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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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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