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가 어른이 되면 과연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아무리 지금 말썽을 부리더라도 성인이 되어서 잘 살 것이 분명하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대하는 것이 괴롭기는 하겠지만 걱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는 저 아이가 크면 어떻게 될까 걱정을 하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야단을 치고, 때로는 체벌을 하게 된다.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부모 자신이 불안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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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금 말썽을 부리더라도 성인이 되어서 잘 살 것이 분명하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대하는 것이 괴롭기는 하겠지만 걱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는 저 아이가 크면 어떻게 될까 걱정을 하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야단을 치고, 때로는 체벌을 하게 된다.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부모 자신이 불안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어떻게든 하나의 인격체로 세상을 살아가게 마련이다. 막상 부모가 생각하듯이 형편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선 초등학교 때 말썽을 부리고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는 ADHD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ADHD하면 부산하고 산만한 것만 생각을 한다. 그런데 ADHD의 또 다른 문제는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충동적인데 있다. 순서를 지키는 것이 지겹기 때문에 자꾸 룰을 어기게 된다. 어른들이 말을 해도 중간에 딴전을 피우거나 끼어들어서 버릇없다고 오해를 받는다. 뭔가 머릿속에 생각이 나면 나중에야 어찌되건 일단 일을 저질러야 한다. 그래서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냥 물건에 일단 손을 대는 것인데 도둑질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ADHD는 약물치료를 받으면 상당수의 아이들이 단기간에 증상이 호전이 된다. 그리고 설혹 약물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중학교 때부터 저절로 나아지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 따라서 초등학교, 중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말썽을 부리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자기 앞가림을 하고 살게 된다.
중학교 때 갑자기 키도 크고 목소리도 굵어지면서 반항을 하는 아이도 있다. 어떤 경우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제2차 성징이 도래하면서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남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커다란 몸을 인식하지 못한다. 어려서 자그마했을 때는 소리를 질러도 엄마가 무섭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덩치가 커다란 10대가 소리 지르면 엄마도 무서운 법이다. 자신의 바뀐 신체가 남에게 어떻게 비추이는지를 아직 모른다. 흔히 중고등학교 때 갑자기 반항적이 되거나 가출, 술담배 등을 하는 비행청소년이 되면 범죄자가 될까 걱정한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정신 차리게 된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구타하고, 동물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고, 고의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갈취해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아이들은 범죄인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초등학생 때부터 나이에 맞지 않게 잔인하거나 대담한 범죄행위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춘기 때 어긋나는 경우 인내하며 기다리면 된다.
어떤 경우는 부모의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경우도 있다. 아이는 그 나이 또래에 비해서 조금 지나친 정도인데 부모의 윤리적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높으면 그 때는 갈등의 소지가 있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경우도 아이는 나름대로 다른 아이들처럼 살아가는데 부모가 보기에는 정신 못 차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부모가 자신의 기준을 아이의 현실에 맞추면서 타협점이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사실은 부모가 문제인데 부모는 자식이 문제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술김에 자식을 구타하는 경우도 그 아버지는 자식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때렸다고 합리화한다. 지나친 통제로 인해서 아이를 숨 막히게 하는 엄마의 경우 본인의 통제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끝없이 꼬투리를 잡으면서 그것이 아이의 잘못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역설적으로 아이가 성인이 되어 부모의 곁을 떠나면 오히려 더 잘살게 된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100편에 항상 빠지지 않고 낀다. 위대한 영화 리스트에 끼는 영화가 대부분 철학적인 예술영화인데 반해 이 영화는 10대 소년인 드와넬이 끝없이 말썽을 피우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드와넬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돌리던 야한 사진 포스터를 보다가 선생님한테 걸린다. 억울하다는 생각에 나중에 보복을 하겠다고 칠판에 글을 써서 더 심하게 야단을 맞는다. 다음 날 숙제를 못한 드와넬은 학교를 빼먹고 친구인 르네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다가 어머니가 낯선 남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학교를 빼먹었기 때문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부모님이 써준 것처럼 위조도 한다. 그러다 다시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왜 결석을 했는지 따져 묻는 선생님에게 얼떨결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얘기를 한다. 드와넬이 집에 안 들어와 걱정이 된 부모님이 학교를 방문해서 들통이 난다. 어머니는 그래도 가출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드와넬이 무사히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드와넬은 집중을 못해서 수업을 듣기 힘들다고 말을 한다. 어머니는 나중에 좋은 성적을 받으면 상으로 드와넬이 그 동안 상상하지 못한 액수의 용돈을 주겠다고 한다. 드와넬은 어머니가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해 작문 시험에 대해서 골몰한다. 그러다 발자크의 글을 읽고 영감을 얻는다. 드와넬은 자신도 모르게 발자크의 글을 거의 베껴내고 학교 선생님이 표절이라고 하면서 정학을 처분한다. 이번에는 도저히 집에 들어갈 배짱이 없어진 드와넬은 부모님의 거의 계시는 적이 없는 르네의 집에서 몰래 함께 지낸다. 술 담배는 기본이다. 돈이 떨어지자 절도행각을 일삼다가 체포된다. 재판과정에서 드와넬은 어머니가 결혼하기 전에 자신을 가졌고 지금의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 원래 외할머니와 살았는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버지 어머니와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어머니도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드와넬을 포기하게 되고 드와넬은 바닷가 소년원으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도 드와넬은 탈출을 해서 무작정 달려가다 바다를 보게 된다.
<400번의 구타>는 실화에 바탕을 두었는데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어린시절이 바로 이러했다. 트뤼포의 어머니는 미혼모였다. 계부는 집에 안 들어오는 일이 많았고 어머니도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학교를 빼먹고 영화를 보러가기 일쑤였고, 절도로 체포되어 느메르 소년원에 가기도 했다.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뭔가 퍼뜩 생각이 나면 앞뒤 안 가리고 일을 저지르는 충동성을 고려할 때 아마도 프랑수아 트뤼포는 ADHD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다행동, 산만함이 성인이 되면서 감소하고 저명한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쟁의 후원에 힘입어 프랑스와 트뤼포는 1959년 <400번의 구타>로 깐느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다. 그 이후에도 그의 여자관계는 복잡했고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1983년 뇌종양으로 사망할 때 까지 한때 문제아는 성인이 되어 존재감 있는 영화감독, 배우로 평생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의미 있게 살았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야말로 청소년기에 대책 없었던 10대도 나름대로 성인이 되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살아 있는 증거다. 문제아 시절 트뤼포를 주변에서 봤던 그 누구도 그가 이처럼 성공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재 아이가 문제아라고 해서 너무 걱정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지 말자. 아이는 나중에 언젠가 어른이, 어른이 되면 자기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좋은 부모 콤플렉스 최명기 저 | 필로소픽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반항, 공부, 게임, 왕따! 이 네 가지 주제를 통해 십대들의 심리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 말만 꺼내도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 과외를 시켜도 공부를 못하는 이유, 기를 쓰고 게임만 하는 이유, 왕따를 당해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 등을 뇌 과학과 심리학 관점에서 접근하여 설명한다. 이 책은 저자의 실제 상담 사례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사춘기에 접어든 십대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지 고민하는 부모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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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최명기
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병원경영 강의를 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즈리뷰」에서 마음경영을 주제로 칼럼을 썼고, 의료전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의료경영 칼럼을 연재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CEO 마인드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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