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내 서재는 기쁨의 랑데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자 독창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제3인류』 를 출간하면서 한국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 11월 19일, 파주에 위치한 미메시스아트뮤지엄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 그가 읽었던 책과 영화, 그리고 『제3인류』 이야기를 나눴다.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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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 고독한 아이였습니다. 당시는 TV, 인터넷, 등 미디어와 IT가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제가 유일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책이었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게임이나 TV 등이 발달했더라면, 이렇게 글쓰기에 큰 흥미를 가지거나 취미로 삼지 않았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다행히도 그러지 않았고, 저는 고독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3인류』는 세계를 바꾸기 위한 도구이자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독자 분들께서 그 변화의 노력과 인류의 진화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소설 속에 다양한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방대한 분량으로 저술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작품에 매진 중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1, 2권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프랑스에서는 4권, 한국에서는 8권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모든 작품들은 상호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제 작품들은 모두 제 자신과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지요. 『개미』, 『타나토노트』, 『나무』, 『뇌』 등 제 작품은 각자 다른 주제를 논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다 보면 어떤 키워드가 뚜렷하게 잡힐 겁니다.”
‘인류’, 그에게 있어 상상력의 원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자 독창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제3인류』를 출간하면서 한국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 11월 19일, 파주에 위치한 미메시스아트뮤지엄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 그가 읽었던 책과 영화, 그리고 『제3인류』 이야기를 나눴다.
빡빡한 방한 스케줄이었지만,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였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안녕하세요.”라는 능숙한 한국 인사말로 대답하는 작가를 마주하고 연거푸 웃으며 ‘명사의 서재’를 시작했다. 어떤 책을 많이 읽느냐는 첫 질문에 “제 책들 많이 읽어주세요.”라고 재치 있게 대답한 그는 “내 책은 모두 추천해주고 싶다.”고 재차 말했다. 다른 프랑스 작가들 중 주목할만한 작가가 없느냐고 묻자 “다른 작품 추천을 원하냐?”며 말문을 열었다.
“요즘 읽고 있는 프랑스 작가들 중 추천할 만한 작가로는 ‘스테파니 쟈니콧’과 ‘엘리에트 아베카시스’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작가 모두 여류작가네요. ‘스테파니 쟈니콧’은 ‘세상의 기억’이라는 작품을 써서 주목 받았습니다. ‘엘리에트 아베카시스’는 고대 그리스 문화학과 기하학을 전복적 상상력으로 리얼하게 다루고 있는 작가입니다.”
추천했던 작가들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즐겨 읽고 있지만, 그의 작품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다. 그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가들은 다름 아닌,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 ‘프랭크 허버트’. 세 작가 모두 SF 장르소설에선 빼놓을 수 없는 대가들이다. 그가 젊었을 때 읽었던 이 세 작가들의 작품들은 그의 상상력의 토대이자 그의 방대한 저술을 돕는 풍부한 영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SF 소설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을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다. 실제로 그가 추천한 작품들은 모두 ‘대서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분량과 그 속의 주제가 상당히 넓고 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독서는 늘 즐거운 행위다.
“독서가 고통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제 작품으로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은 것이 소망이기도 하고요. 독자들의 괴로움이 기쁨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기엔 복잡한 상징 체계와 아이디어 구조를 찾느라 뇌가 바쁘기 마련. 사소한 숫자마저도 커다란 상징이자 모티프로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 체계는 여러 작품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상징 찾기가 또 다른 놀이로서의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109 같은 경우에는 불어로 읽을 경우에는 ‘cent neuf’라고 발음이 됩니다. 새로운 피(New Blood)도 발음하면 ‘cent neuf’로 똑같지요. ‘에마 109’가 어떤 의미로서 작품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겠지요?”
『제3인류』에서는 초소형 인간을 ‘에마슈’라고 부른다. 이 에마슈를 짧게 부르는 말에 ‘에마’인데 각 ‘에마’마다 숫자가 따라 붙는다. ‘에마 1’은 제 1대 여왕으로 에마슈를 다스렸고. ‘에마 666’은 ‘에마 1’을 살해한 장본인이자 사제로서 활동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에마 666’의 경우에는 ‘6’이 서양에서는 악마의 숫자이기 때문에 인간의 근심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명명했다. 또한, 앞으로 나올 작품에서는 ‘에마 103’이 등장한다. 아마 『개미』를 주의 깊게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그 ‘103’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제3인류』를 집필 중에 있다. 그에게 있어 ‘인류’는 떠나지 않는 글쓰기의 과제이자 상상력의 원천일 것이다.
기쁨과의 만남, 독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서재는 ‘기쁨의 랑데부(rendez-vous)’다. 랑데부는 ‘만남’이란 프랑스어의 남성 명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독서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매개체이자 만남이라고 말했다. 서재의 이름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이 딱딱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기쁨’의 매개체로서 역할 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의 작품으로 독자들이 즐겁기를 바라냐고 묻자 “굳이 내 작품이 아니더라도 유쾌한 스토리의 어떤 작가 작품이든 많이 읽고, 많이 웃으면서 ‘독서’의 의미를 되찾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명사의 추천
필립 K. 딕 저/김상훈 역 | 폴라북스
20세기 SF문학사를 대표하는 작가인 필립 K. 딕의 대표작입니다. 인류의 진화가 우리의 미래상을 어떻게 변화하게 하는지 볼 수 있는 책이죠. 엔트로피와 생명의 대립이라는 주제를 SF 장르에서 어떻게 녹여내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저/김옥수 역 | 황금가지
아이작 아시모프가 50여년 동안 집필한 대작입니다. 500년간의 은하 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으며, 그 역사 가운데 흥미롭고도 치밀한 두뇌 싸움과 사건들이 팽팽하게 이루어집니다.
프랭크 허버트 저/김승욱 역 | 황금가지
영미 SF의 고전인 ‘Dune’.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1,200만 부 이상이 팔린 SF의 베스트셀러입니다. 작가인 프랭크 허버트가 죽을 때까지 작업한 이 작품은 총 6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주 시대 3만 년의 인류 역사가 녹아 있습니다. 사막의 행성 ‘듄’을 둘러싸고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독창적인 우주관으로 주목 받은 작품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 워너브러더스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이자 굉장히 높은 곳의 영적 세계를 담고 있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인간이라는 우리의 종이 나아갈 수 있는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생각할 시사점을 많이 던져주는 영화이니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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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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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유리(문학 MD)
드물고 어려운 고귀한 것 때문에 이렇게 살아요.
doodle
201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