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종 이승훈 이재익 PD, 화끈한 입담의 비결은?
힐링보다 욕망에 충실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SBS의 세 라디오 PD. 그들이 풀어놓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한때 열광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소소한 공감수다. 오늘을 살아가는 내 안에 봉인되어 있던 풋풋하고 유쾌한 젊은 날의 소년을 일깨워줄 유쾌한 라디오 키드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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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짯!” 팟캐스트 열심히 듣는다 싶은 사람에겐 익숙한 외침이다. 라디오 PD 세 명이 진행하는 인기 팟캐스트 <씨네타운 19(나인틴)>의 공식 구호다. ‘19’라는 숫자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이른바 ‘색드립’이 난무(?)한다. ‘뻔뻔하고 박식하며 허리하학적인 팟캐스트 방송’으로 널리 알려진 인기의 비결에는 이재익, 이승훈, 김훈종 세 PD의 앙상블 입담이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또 하나의 감상법(?)을 제시한 그들이 『20세기 라디오 키드』 라는 책으로도 진출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7일, 서울 신촌의 한 백화점 문화홀에 팟캐스트 청취자들과 독자들이 모인 가운데 『20세기 라디오 키드』 출간기념 <씨네타운 19> 세 남자의 토크콘서트 세 번째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의 토크콘서트 주제는 ‘서바이벌 가이드’. 팟캐스트의 입담이 토크콘서트라고 멈출쏘냐. 자신과 다르면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권력자들의 세태를 풍자하듯 종북놀이도 펼치면서 일부 종편의 종북뉴스를 흉내 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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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의 화끈한 입담 쇼

이승훈PD가 서바이벌에 대한 의견을 꺼냈다.

“서바이벌은 기본적으로 경쟁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경쟁을 강요하는데, 경쟁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경쟁하게 만든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뭘까. 우리 사회의 특징은 불안을 동력으로 삼는다. 사람들의 불안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종북 논란도 북한이 쳐들어온다는 불안을 동력으로 한 것이거든. 불안을 동력으로 하는 사회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언급하며 서바이벌 이야기를 부연했다. 부잣집 아들로 아무 부족함 없이 살았던 이 PD는 국제통화기금(IMF) 때 한파를 만났다. 가세가 기울었다. 집은 없어졌고, 노숙까지 하게 됐다. 그때 든 생각이,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당시 내린 결론은 오래 가야겠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하면 오래 갈까를 생각했다. 다음 결론은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것.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즐겁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노숙이 우울한 이유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니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즐거움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 여기까지 오는데 도움이 됐다. 서바이벌에서 중요한 것은 오래 버틸 수 있는 마음의 자세다. 즐거울 수 있는 판을 찾아서 오래 버티면 살아남을 수 있다.”
“살면서 내가 추구한 최고의 가치는 재미다. 집이 망하고 나서도 여전히 나에게 진리는 재미였다.”(p.27)
재미를 위해 죽고 못 사는 세 남자가 서로를 물고 뜯는 가운데, 이승훈과 이재익 PD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M4의 「널 위한 멜로디」. “널 위한 멜로디, 사랑의 멜로디~♪” 이재익 PD의 이야기가 뒤를 이었다. 욕망에 대해 말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욕망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욕망을 직면하지 않으면 일이 꼬이더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야 한다. 대부분은 세속적인 것을 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부인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욕망에 솔직한 것이 첫 단추다. 나는 지독히 세속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니 삶이 편안해지더라. 이런 말하니 오래된 것 같지? 서른다섯부터 그걸 인정했다. 그때가 전환점이었다. 그전까지는 많은 남자들처럼 음성적으로 안 그런 척하면서 했다. 서른다섯에 전환점이 생겼는데, 그 뒤 심하게 뻔뻔해졌다. 그렇게 시인하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이 PD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작품을 언급했다. 주인공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분)는 사무실 모든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던 자신의 행동을 인정한다. 이 PD가 보기에 보통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따라서 티파니의 경우, 힘들고 가난하고 외로울지는 몰라도 행복으로 가는 길은 있다고 이 PD는 강조했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지 못하면 계속 꼬일 수밖에 없다는 것.

“섹스도 좋아하고 즐긴다. 그만큼 짜릿하고 즐거운 것이 없더라. 연애감정만큼 사람을 생기발랄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감정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욕망에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솔직해져야 하지 않을까. 섹스를 고상하게 하는 건 어렵다. 동물적이고 지저분하고 원초적이어야 한다. 머리에 생각이 많으면 섹스가 섹스가 아니다.”

몸에 대한 이야기가 뒤를 이었다. 이 PD는 자신이 겪은 여자 가운데 많은 여자가 자신의 몸에 대해 부끄러워하더라는 말을 꺼냈다. 그 이유가 의외였단다. 허리 살이나 가슴이 작다는 이유 등이었다. 몸에 대한 인정과 내 몸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고 그는 강조했다. 섹스, 그것도 만족스러운 섹스를 자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한 주에 3~4번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면 다른 것들에 너그러워진다고 건네면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남자가 먼저 여자에게 다가가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외모에 대한 부담이 적다. 남자가 불안하고 자신이 없으면 여자가 따르지 않는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좋은 씨를 가졌을 것 같은 남자에게 끌린다. 유머나 지성, 노래 등 남자들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엇을 먼저 꺼내놓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뭔가 하나씩은 다 있을 것이다. 솔직함과 순박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여자는, 내가 겪은 여자만 놓고 보면, 다가가기 싫은 여자는 까다로운 여자였다. 어느 정도 문을 열어놓는 것이 좋다. 남자가 힐긋거릴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머뭇거리는 여자도 진행이 어렵더라. 여자들이 자신의 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그 말은 자신의 오르가슴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섹스를 할 건데, 많이 해보는 방법 밖에 없다. 내가 체위를 이렇게 하니 좋더라. 해 봐야 안다. 많이 해볼수록 잘 할 수 있다. 헤픈 것과도 다른 개념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몸을 주는 게 헤픈 것이다.”


[왼쪽부터 이승훈, 김훈종, 이재익]

Q&A

서바이벌 관련해서 여자 앞에 가면 말을 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하우를 듣고 싶다.

이승훈 : 일단 술을 같이 먹는다(웃음). 그 여자와 잘 안 되면 다른 여자에게 또 가면 되고.

김훈종 : 자신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여자와 말을 많이 나누려면 학원을 수강해야 한다. 학원 수업의 요약집을 만든다. 하루 이틀 결석한 여학생들에게 접근해서 요약집을 주겠다고 해봐라(웃음).

다른 팟캐스트인 <별들에게 물어 봐>와 조인으로 방송할 의향은 없나?

이재익 : 흐지부지 됐다. 가끔은 함께 술을 먹기도 하는데, 곧 그 팟캐스트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송을 그만둘 것 같다. 잠시 쉬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

욕망을 내보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나 그게 쉽진 않다. 노하우나 뻔뻔스러워지면서 연습한 것이 있었나?

이재익 : 그걸 연습하면 미친놈이지(웃음). 태어나서 울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자기 서울로 이사했다. 그런데 ‘왕따’로 1~2년을 보냈다. 서울 아이들과 친해지질 못했다. 일주일에 2~3일은 울면서 집에 갔다. 지금처럼 능청스럽지도 못했고, 말도 못했다. 그 무렵 사춘기와 맞물려서 일기장에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써놨더라. 대인관계를 좋게 하는 방법은 많이 만나는 수밖에 없다. 작은 데서 시작해야 한다. 내일은 많은 사람들과, 많은 말을 해봐야지 생각하고 행동해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고, 대화 대상이 거창한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엄마와의 대화라도 조금씩 많이 잘 해보려고 노력해보라. 점점 더 많은 사람과 대화하다보면 능청스러워지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능청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나에게 그런 스킬을 가르쳐준 곳은 나이트(클럽)다(웃음). 처음 보는 여자와 얘길 해야 하니, 1년에 얼마나 많이 얘길 했겠나. 그렇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내가 열세 살이 되던 해 우리 가족은 서울로 이사했다. 반포에서 잠깐 살다가 청담동에 터전을 잡았다.… 처음에는 서울 아이들의 차별도 심했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그렇게 나를 놀리고 괴롭혔는데, 사춘기에 막 들어섰던 열세 살 꼬마에게는 견디기 힘든 수치였다.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 당시 쓴 일기를 지금 보면 웃기면서도 나름 처절하기까지 하다.”(p.12)
이승훈 : 인간관계는 선 긋는 싸움이다. 애초 선을 넘어갈까봐 무서워한다. 그래서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이 들 때 그걸 넘어서 봐라. 그렇게 하다보면 이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혹은 하지 않아야 할 선이 그어진다. 선이 대강 그어지면 안 넘어 가는 방법도 안다. 선을 아예 모르면 위축되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걸 해보라.

대학 3학년이다. 즐기라고 말씀하셨다.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 어떻게 하면 즐기면서 살 수 있을까?

이승훈 : 284페이지에 나오는데(웃음), 먼저 고민할 것이 내가 뭘 해야 즐거운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자기가 즐거워하는 것을 찾아 다녀야 한다. 본인에 대해 먼저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방법이나 그런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해봐야 한다. 안 해본 것도 해보고, 좋아하는 것도 파보고, 좋아하면 어떻게든 해본다. 본인이 좋아하면 다 하게 돼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면접을 볼 때도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이재익 : 3학년인데,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거지(웃음). SBS에서 3년째 면접관이 돼서 신입사원을 뽑고 있는데, 안 보고 넘기는(탈락시키는) 프로필이 있다. 국토순례, 어학연수, 교환학생, 각종 그저 그런 동아리 활동들. 이 네 가지는 안 본다. 왜냐. 다 하거든. 공통이다. 그런데 학생들에겐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다 해야 할 것 같은 것에 목매지 마라. 그러면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다. 나는 책 쓰고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험으로 SBS에 들어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해선 안 된다.

김훈종 : 정답은 하나다. 어떤 학교, 어떤 직장을 지원하든, 즐겨라. 하나만 말해주고 싶다. 입사를 예로 들면, 필기시험이나 면접을 갔을 때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될 사람은 기본적으로 애정이 있다.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애정이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알고 어떤 프로그램이 잘하고 못하는지 말할 수 있다. 즐기면서 애정을 갖고 파고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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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라디오 키드 김훈종,이승훈,이재익 공저/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여기, 재미와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세 명의 ‘진짜 오빠’들이 있다. 15권의 소설과 두 권의 에세이를 펴냈고, <질주> <목포는 항구다> <원더풀 라디오> 등 세 편의 시나리오를 쓰며, 전방위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SBS 라디오의 이재익 PD와 ‘붐의 영스트리트’를 연출하고 있는 이승훈 PD, 그리고 ‘김창렬의 올드스쿨’을 연출하고 있는 김훈종 PD가 바로 그들이다. 이 책은 2012년에 시작된, 현직 SBS 라디오 PD 세 명이 진행하는 ‘씨네타운 나인틴’에서 못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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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이승훈 #김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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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