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나만의 거리가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왔던 거리와 공간 개념을 통해 비즈니스와 인생에 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체득한 경험만으로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는 만큼’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아는 만큼’이 조금이라도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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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진 것 같아서 다가갔는데 왜 이리 싸늘하지. 아, 자존심 상해.’
‘저 친구는 마음을 열어줬는데도 무감각이네. 그 동안은 뭐였지?’
살다가 한번씩은 경험해본 일이다. 너무 거리를 좁혀서, 또는 너무 넓혀서 일어나는 경우다. 얼핏 별일 아닌 듯 보이지만 여기에는 인생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이 숨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즉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것이냐에 대한 원칙이다.
설득ㆍ협상ㆍ커뮤니케이션 등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의 밑바탕에는 상대방과의 ‘거리(distance)’가 있다. 다만 우리가 그 거리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거리와 공간은 인류 역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1348년에서 1350년 사이에 흔히 ‘흑사병(Black Death)’이라 불리는 전염병으로 유럽 인구의 25퍼센트 이상 사망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쥐와 같은 설치류 동물의 벼룩을 통해 페스트균(pestis)이 사람에게 전염된 질병이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공간이 있다. 페스트는 인구가 밀집되기 전, 다시 말해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병이다. 이 병은 건축 양식이 변화하면서 사라졌다. 또 그리스가 멸망한 이유가 앉은 자세와 선 자세의 차이에서 나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동안 역사책에서 봤던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로마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학자들은 로마 제국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놓고 갑론을박한다. 하지만 로마 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에 따르면 로마는 도시 공간을 설계하는 것에서부터 탁월한 지혜를 발휘했다. 공간을 컨트롤한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작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 반도는 북국과 남국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북국의 이점과 남국의 이점을 둘 다 갖고 있다. 게다가 이 이점은 상호작용으로 증대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탈리아 반도에서도 한복판에 자리 잡은 로마의 지리적 이점은 유일무이한 것이 된다. 신기와도 같은 인간의 지혜가 이렇게 유리한 지세와 온난한 기후의 혜택을 받은 이 땅에 로마인의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 ||
거창하게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거리와 공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개념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개체들 사이의 거리 개념이 여러 가지 의미로 분화돼 있다. 동물에게도 서로 가깝게 지내는 거리가 있는가 하면, 동물 사회의 개체 속에서만 발생하는 거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각 개체군마다 서로 보이지 않는 방어벽을 이루며, 그 경계를 넘어섰을 때는 싸움이 일어나곤 한다.
학문이 분화되고 역사를 추적해 인간과 동물의 삶과 죽음을 연구하면서, 수없이 많은 거리 개념이 자연 세계와 인간 세계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원칙으로 밝혀지게 된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이 어떻게 공간과 거리를 다루고 있으며 공간에 따라 개체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공간이란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결국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자들은 그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과는 다른 ‘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이 당시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이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동물행동학자들이 연구했던 ‘거리’ 개념을 다시 돌이켜볼 때다. 나아가 인간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에게 거리 개념은 몇 가지 의미로 구분된다.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공적 거리(public distance)’가 그것이다. 이 4가지 거리 개념은 사회 구성원이 형성하는 인간관계에 따라 형성된다.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을 비롯한 문화인류학자들이 주창한 개념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이 공간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다.
문화인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거리 중에서 개인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거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없이 많이 접하는 공간이 된다. 고대 방패의 지름에서부터 비를 피하고자 발명된 우산의 크기, 격투를 할 때 상대방을 견제하는 거리, 사람과 사람이 만나 악수를 하는 거리는 모두 인간의 필수적인 방어 거리와 동일하다.
건축에서도 가장 중요한 단위로 사용되고 있는 거리, 다시 말해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 거리가 있다. 상대방과 가장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눌 때 상대방과의 거리를 측정해보면 1미터 정도가 된다. 팔을 뻗어서 주먹 하나 정도로 미치지 못하면 그 거리가 약 1미터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방과의 거리가 1미터보다 가까우면 심리적으로 불편해하고 이보다 멀면 거리감을 느낀다. 이 같은 사실이 그저 우연일까? 인간 거주 공간을 만드는 건축학자들과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왜 모두가 1미터를 강조할까? 거기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기원전 1세기부터 인류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보편적인 신체 치수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신체 치수는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건축물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이후의 건축 양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신체 측정의 결과는 수백 년이 지나 황금비율로 표현되기도 했으며, 피보나치 수열(Fibonacci sequence) 등을 통해 검증되면서 인간 육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이라고 일컬어졌다.
거리와 공간에 대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현대 사회에서의 거리 개념이 변화한 것이다. 예컨대 교통수단의 비약적 발전과 모바일 시대의 대두로 개인 간 심리적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다. 이 같은 변화는 인간의 거리 개념을 혼란스럽게 한다. 지구 어디에서든지 실시간으로 통화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옛날을 기준으로 보면 신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그만큼 증가했을까? 수천수만 명과 연락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지만 우리의 인지 능력이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수백 번 연락을 주고받으면 그 사람과 나는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명확히 답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한 불편함 또는 편함의 느낌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여러분은 이 느낌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설명할 수 있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하면 그 거리와 공간을 잘 다룰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요컨대 ‘거리’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거리와 공간에 대한 원칙을 알아야 비즈니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원칙을 통해서 우리는 거리와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대충 가깝게 대충 멀리하면서 지금껏 살아왔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가까이 다가가고 싫으면 거리를 벌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하면 내 주위를 거리와 공간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거리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게 된다. 거리의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말 못하는 동물도 거리를 조절하며 관계를 형성해나간다.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은 이들과 다르게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인간 역시 동물이며 숨겨진 본능을 갖고 있다. 때로는 이 본능이 잘못 발현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따라서 거리와 공간에 대한 이 본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리와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몇 년 동안 문화인류학을 비롯해 역사학ㆍ건축학ㆍ건축심리학ㆍ공간심리학ㆍ동물행동학ㆍ철학ㆍ환경심리학ㆍ커뮤니케이션학 등 여러 분야를 취재하고 연구했다. 한 분야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학문 영역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결과가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공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맡고 있는 에너지의 집합체다. 사람과 사이의 공간에는 늘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우리는 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의식 속에서 각자의 보호막을 펼치고 있다. 자아를 지키려는 최후의 방어막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자아는 붕괴된다. 그러므로 관건은 이 벽을 허물지 않고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는 것, 즉 그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면 비즈니스 및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이 책이 우리가 공간을 제대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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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공간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비즈니스와 인생의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한 최초의 공간관리 비즈니스북이다. EBS 지식채널 ⓔ ‘퍼스널 스페이스’ 편에서 방영된 내용의 수십 배에 달하는 사례를 담았다. 3년에 걸친 취재와 분석 끝에 인문ㆍ역사ㆍ예술에서부터 사회ㆍ문화ㆍ생활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망라했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연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이 ‘공간을 읽는’ 예리한 안목을 키워줄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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