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폭파된 최고급 아파트
‘프루이트-이고(Pruitt-Igoe)’ 아파트 단지는 1954년에 연방정부의 주택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세워졌다. 당시로서는 11층짜리 고층건물에다 43개 동에 2,700가구 1만 3,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임대 아파트 단지였다. 유명 건축상까지 받을 정도로 당시의 건축 기술과 트렌드로 볼 때 매우 획기적으로 설계된 건물이었다. 그러나 채 20년도 지나지 않은 1972년, 강제로 폭파된다.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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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거리를 수반한다. 거리의 총합이 공간이다. 그리고 물리적 거리와 공간은 그곳에 사람이 있을 경우 심리적 거리와 공간을 형성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거리를 공간으로 확장시키면 흥미롭고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온다. 상대방과 나의 거리가 단순히 물건의 크기나 대인관계에서의 거리 개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단순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공간 원칙들도 있다.
건축 및 도시설계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프루이트-이고(Pruitt-Igoe)’ 아파트 단지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 아파트 단지는 1954년에 연방정부의 주택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세워졌다. 당시로서는 11층짜리 고층건물에다 43개 동에 2,700가구 1만 3,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임대 아파트 단지였다. 유명 건축상까지 받을 정도로 당시의 건축 기술과 트렌드로 볼 때 매우 획기적으로 설계된 건물이었다. 그러나 채 20년도 지나지 않은 1972년, 강제로 폭파된다. 폭파 장면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지난 2011년 〈프루이트-이고 신화(The Pruitt-Igoe Myth)〉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된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환경심리학과 도시 공간 계획을 말할 때 교훈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 전경
[좌측부터 시계 방향]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 폭파 장면
이 아파트 단지는 계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심리학자와 사회학자 등이 함께 참여한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아파트 복도는 좁게 설계됐고 모든 공간이 기능적으로 배치됐다. 낙서 방지를 위해 벽은 타일로 처리됐고 각종 조명 시설에 도난 방지 장치도 설치됐다. 요즘으로 치면 초호화 아파트였다.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는 입주가 시작된 지 얼마 후부터 주거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시설물들이 파괴됐고 유리 파편과 쓰레기 더미가 사방을 덮었으며 수도와 전기도 끊겼다. 아파트 곳곳에서 절도가 발생했고 강간 사건도 끊이지 않았으며 마약 거래 장소로까지 전락했다.
훌륭하게 지어진 아파트가 이토록 처참하게 몰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가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된 것은 다름 아닌 ‘공간’ 때문이었다. 우선 입주민 사이에서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나눌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전무했다. 광장이나 공원은커녕 사람들이 어울려 산책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도 없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입주민들의 상호작용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포로수용소처럼 말이다. 이런 설계는 입주민들로 하여금 서로 이웃이라는 유대감을 형성시키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입주민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공동주택이라고는 하지만 생활공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상가 건물처럼 누구나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었다.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는 공간의 중요성에 관한 교훈을 남긴 채 사라졌다. 인간이 물리적 공간에 단순히 적응만 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지각하고 인지하는 또 다른 심리적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만 비로소 공간과 동질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공간이지만, 그 공간이 적당한 심리적 경계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공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불편하다’거나 ‘편하다’, ‘따뜻하다’거나 ‘춥다’ 정도의 구분만 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공유한 정보만으로는 이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만, 공간이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의미와 요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공간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능동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세상은 거대한 공간이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여러분이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는 것도 모두 공간을 차지하는 일이다. 어떤 행위를 하건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우선한다.
공간은 또한 개인이 그 공간을 지배하고 점유하는 것만 뜻하지는 않는다. 여러분은 공간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공간은 의사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개인 공간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의 공간을 이해하고 헤아릴 때 바람직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 기사]
-누구에게나 나만의 거리가 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으면 옆집 아이에게 신경 꺼라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그건 당신의 착각이다
-구모니카 “모든 사람들이 작가로 보여요. 책 한 권 써보실래요?”
-오늘 당장 실천해볼 수 있는 창의력 훈련 - 『스무 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
건축 및 도시설계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프루이트-이고(Pruitt-Igoe)’ 아파트 단지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 아파트 단지는 1954년에 연방정부의 주택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세워졌다. 당시로서는 11층짜리 고층건물에다 43개 동에 2,700가구 1만 3,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임대 아파트 단지였다. 유명 건축상까지 받을 정도로 당시의 건축 기술과 트렌드로 볼 때 매우 획기적으로 설계된 건물이었다. 그러나 채 20년도 지나지 않은 1972년, 강제로 폭파된다. 폭파 장면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지난 2011년 〈프루이트-이고 신화(The Pruitt-Igoe Myth)〉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된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환경심리학과 도시 공간 계획을 말할 때 교훈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 전경
[좌측부터 시계 방향]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 폭파 장면
이 아파트 단지는 계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심리학자와 사회학자 등이 함께 참여한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아파트 복도는 좁게 설계됐고 모든 공간이 기능적으로 배치됐다. 낙서 방지를 위해 벽은 타일로 처리됐고 각종 조명 시설에 도난 방지 장치도 설치됐다. 요즘으로 치면 초호화 아파트였다.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는 입주가 시작된 지 얼마 후부터 주거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시설물들이 파괴됐고 유리 파편과 쓰레기 더미가 사방을 덮었으며 수도와 전기도 끊겼다. 아파트 곳곳에서 절도가 발생했고 강간 사건도 끊이지 않았으며 마약 거래 장소로까지 전락했다.
훌륭하게 지어진 아파트가 이토록 처참하게 몰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가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된 것은 다름 아닌 ‘공간’ 때문이었다. 우선 입주민 사이에서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나눌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전무했다. 광장이나 공원은커녕 사람들이 어울려 산책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도 없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입주민들의 상호작용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포로수용소처럼 말이다. 이런 설계는 입주민들로 하여금 서로 이웃이라는 유대감을 형성시키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입주민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공동주택이라고는 하지만 생활공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상가 건물처럼 누구나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었다.
프루이트-이고 아파트 단지는 공간의 중요성에 관한 교훈을 남긴 채 사라졌다. 인간이 물리적 공간에 단순히 적응만 하는 게 아니라, 공간을 지각하고 인지하는 또 다른 심리적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만 비로소 공간과 동질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공간이지만, 그 공간이 적당한 심리적 경계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공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불편하다’거나 ‘편하다’, ‘따뜻하다’거나 ‘춥다’ 정도의 구분만 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공유한 정보만으로는 이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만, 공간이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의미와 요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공간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능동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세상은 거대한 공간이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여러분이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는 것도 모두 공간을 차지하는 일이다. 어떤 행위를 하건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우선한다.
공간은 또한 개인이 그 공간을 지배하고 점유하는 것만 뜻하지는 않는다. 여러분은 공간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공간은 의사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개인 공간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의 공간을 이해하고 헤아릴 때 바람직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디스턴스 이동우 저 | 엘도라도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공간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비즈니스와 인생의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한 최초의 공간관리 비즈니스북이다. EBS 지식채널 ⓔ ‘퍼스널 스페이스’ 편에서 방영된 내용의 수십 배에 달하는 사례를 담았다. 3년에 걸친 취재와 분석 끝에 인문ㆍ역사ㆍ예술에서부터 사회ㆍ문화ㆍ생활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망라했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연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이 ‘공간을 읽는’ 예리한 안목을 키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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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나만의 거리가 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으면 옆집 아이에게 신경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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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실천해볼 수 있는 창의력 훈련 - 『스무 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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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동우
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2004년 12월부터 2008년 9월까지 5년간 약 300회에 걸쳐 진행한 ‘북세미나’는 강연 저자 299명, 참석 인원 4만 4,000명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언론과 출판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경제〉기업정보팀, 미래넷 교육사업본부, 이코퍼레이션, JCMBA 전략기획실,〈한국일보〉백상경제연구원에서 일했다. 현재 저널리스트로서 대중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자 방송과 강연 그리고 저술 활동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세계는 울퉁불퉁하다》《밸런스 독서법》《앱티즌》《아이프레임》 등이 있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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