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와~ 나도 언젠가 배워 보고 싶어.”
스페인어 얘기를 꺼낼 때마다 돌아오는 사람들의 반응은 늘 뜨겁고 관심 충만이다. 조만간 여행을 갈 거라고 혹은 언젠가는 떠나서 오래 머물 거라는 환상으로 배우려는 사람, 무조건 쉽고 빠르게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 그리고 해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스페인어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고 관심을 두는 언어라는 것은 분명하다.
스페인어는 우리에게 최적화된 언어
무슨 언어든 언어를 배울 때는 노력과 시간, 열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페인어는 노력과 시간만 있으면 된다. 왜냐하면 스페인과 스페인어에는 이미 열정 자체가 듬뿍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페인어를 배울 때 가장 좋은 점은 발음을 금세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알파벳과 거의 발음이 같아 단 10분 정도 발음 설명을 읽고 나면 능숙해진다. 중국어나 독일어를 배우면서 발음 때문에 고생한 기억은 잊어도 좋다.
또한 우리의 발음 구조가 스페인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내는 데 유리하다. 오히려 미국인, 중국인은 제대로 스페인 발음을 내는 것을 무척 어려워한다. 하지만 스페인어도 뛰어넘기 힘든 난관이 있는데 바로 ‘동사변화’이다. 동사가 주어와 시제에 따라 모두 바뀌기 때문에 무척 복잡하게 느껴진다. 이 ‘동사변화’는 스페인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페인어는 라틴어에서 나온 언어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와 상당히 비슷하다. 이 언어들은 문법과 어순 부분에서 비슷하고 단어의 모양도 무척 닮아 있다.
그래서 유럽인들이 3~4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은 이 비슷한 언어를 무척 쉽게 배울 수 있고 능숙하게 구사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하지만 이 비슷한 언어 사이에서도 유독 어려운 언어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어이다. 프랑스어는 발음도 어렵지만 동사의 모양이 상당히 불규칙해 공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에 비해 스페인어는 동사의 불규칙이 한정적이고 발음 걱정이 없기 때문에 유럽 언어들 중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이다.
스페인 어학원에서 등록하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
스페인어를 배우러 어디로 갈까? 스페인 본토? 중남미?
이 고민은 스페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중대한 고민거리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무려 28개가 넘는 나라에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한 장소를 찾는 것은 우선순위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첫 번째로 고려할 것은 본인의 관심과 흥미이다. 남미에 관심이 있다면 치안이 좋은 남미 나라 중 한 군데를 고르는 것이 좋고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곳곳을 돌아보며 문화를 접하고 싶다면 스페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스페인어 레벨이다. 알파벳과 기초 문법을 겨우 끝낸 상태에서 스페인 본토로 떠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스페인에 있을 때 학생, 퇴직자, 이민 등 자유와 제2의 인생을 찾아 스페인으로 온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의 고민은 스페인에 왔는데 시간이 흘러도 스페인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또 하나의 고민은 현지 친구들을 사귀기가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스페인으로 어학연수를 계획한다면 꼭 알아야 할 것이 스페인의 문화이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커뮤니케이션 문화이다. 스페인은 사람들 간에 대화를 할 때 우리에게는 낯선 '동시에 말하기'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경청하며 귀 기울여 들어주는 우리나라나 아시아의 문화는 스페인에 가면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한꺼번에 왁자지껄 동시에 얘기하는 문화로 바뀐다.
그래서 아직 충분한 수준의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대화 가운데 끼는 것이 쉽지 않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 단 둘이서 만난다면 어떨까? 느긋하고 인내심 강한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부족한 스페인어도 잘 들어주겠지만, 성격이 급한 젊은 스페인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말을 못하거나 막히면 “이렇게 말하려고 했지?”라고 하거나 “너 스페인어 잘 못하구나.”라고 돌직구를 날려 상당히 주눅이 들게 된다. 그래서 스페인으로 연수를 계획할 때 하고 싶은 말을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다면 스페인의 도심지로, 기초 단계라면 스페인의 작은 시골마을이나 중남미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요즘 중남미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위상도 높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칭찬에 후하다. 그래서 스페인어로 인사 한마디를 해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고 친구 사귀는 것도 쉽다. 적극적이지 않은 성격이더라도 이곳에서는 단기간에 회화 실력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남미에서 배운 스페인어는 본토의 스페인어와 조금은 다르다. 그래서 스페인이나 다른 유럽에 가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면 인정을 덜 받는 언어적 차별(?)을 당할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비야 도시 전경, 살라망카 도시 전경, 아담한 도시 아빌라의 광장
스페인에서 공부하기 좋은 도시는?
“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중남미보다 꼭 스페인에서 공부할 거야!”
“나의 꿈은 인생에서 한번쯤은 스페인에서 살아보는 거야!”
“본토에서 오리지널 스페인어를 공부하겠어!”
이렇게 스페인에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는 적합한 도시를 알아봐야 한다. 스페인이라도 다 같은 스페인어를 쓰는 게 아니다. 스페인의 공식 언어는 4개이고 특히 북쪽의 많은 도시들은 우리가 아는 스페인어뿐 아니라 자신의 지역에 해당되는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그래서 지역을 선택할 때는 언어가 섞이지 않는 곳을 가는 것이 초반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수지이지만 현지에 가면 거리의 모든 간판들, 생활 속 현지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거의 까딸란어를 사용해서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면 가장 스페인적인 지방으로 불리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 그라나다, 말라가는 어떨까? 이쪽 지역은 북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스페인어 연수지이다. 우선 날씨가 워낙 좋고 정열적이고, 친절한 남쪽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페인어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세비야에서 스페인어를 알아들으면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스페인어를 알아듣는 데 문제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세비야뿐만 아니라, 남쪽 사람들의 스페인어는 스페인 안에서도 가장 빠르기로 유명하고, 그리고 거의 입을 벌리지 않고 얘기를 하며, 말끝을 살짝 생략하는 버릇이 있어 알아듣기 힘든 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스페인어 실력이 엄청나게 늘 수 있는 곳이다.
마드리드 시내 중심가의 저렴한 학원들
그렇다면 옛날부터 내려오는 오리지널 스페인어를 쓰는 지역도 존재할까? 그런 지역이 바로 살라망카, 바야돌리드, 아빌라 같은 지역이다. 이 도시들은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1시간~2시간 반 정도 걸린다. 특히 살라망카는 스페인 대학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 명문 대학 살라망카 대학교(1218년 설립)가 있다. 그리고 스페인어 능력시험 DELE를 이곳에서 만든다. 도시 자체도 중세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에, 살라망카에서 공부하는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바야돌리드, 아빌라 또한 스페인어를 정통으로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보다 외국인이 적고, 물가가 싼 장점이 있고, 거기다가 마드리드가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하지만, 스페인은 워낙 지역마다 다양성이나 개성이 뚜렷하기에 언어적인 이유만 가지고는 어느 곳이 제일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한번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도시와 학교를 고르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스페인어 한 마디!
스페인어 실력이 늘기를 바랄 때
Modelo 223
나 : Creo que el espanol es un idioma muy dificil.
(끄레오 께 엘 에스빠뇰 에스 운 이디오마 무이 디삐실)
스페인어는 정말 어려운 언어인 것 같아.
친구: Estoy de acuerdo. Por eso, todos los dias estudio.
(에스또이 데 아꾸에르도. 뽀르 에소, 또도스 로스 디아스 에스뚜디오)
그 말에 동의해.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공부하는 걸.
나 : Poco a poco tu nivel de espa?ol mejorara.
(뽀꼬 아 뽀꼬 뚜 니벨 데 에스빠뇰 메호라라)
조금씩 네 스페인어 수준은 올라갈 거야.
친구: Yo lo espero.
(요 로 에스뻬로)
나도 그렇게 되길 기대해.
- 스페인어 회화 핵심패턴 233 마야 허 저 | 길벗이지톡
《스페인어 회화 핵심패턴 233》은 스페인어의 기본기를 튼튼히 다져주는 기초 패턴부터 네이티브들이 뻔질나게 쓰는 꼭 필요한 패턴 233개를 엄선해서 수록하였습니다. 또한 동사를 중심으로 현지인들이 자주 쓰는 패턴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어법 설명은 최소화하고 예문을 통한 패턴 학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회화 트레이닝에 최적화된 맞춤 구성으로 제대로 입 트이는 경험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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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허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아버지와 언니의 영향으로 늘 스페인어를 듣고 공부하는 환경에 있었고, 현지 문화를 일찍 접하게 되었다. 멕시코시티의 U.N.A.M(Universidad Nacional Autonoma de Mexico)에서 CEPE과정을 이수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하였다. 대학시절부터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활발하게 통역 활동도 하며 주변에 스페인어의 유용함과 재미를 전파하는 일에 힘썼다. 대학 졸업 후 정부 인턴으로 뽑혀 남미 칠레에서 일을 하며, 중남미 각 나라 오지를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한국에 와서 회사 생활을 하던 중, 틀에 박힌 사무 업무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스페인 마드리드로 유학을 떠났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 입학하여 스페인어 교육학(Espanol Como Segunda Lengua)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교육 실습으로 잠깐 한국에 귀국하여 스페인어 수업을 한 것을 계기로 한국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열혈 스페인어 사랑에 반해 쭉 한국에 머물며 지금도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레알 스페인어 학원에서 ESE 과정을 가르치며, DELE 시험 대비반을 맡고 있다.
감귤
201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