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을 어떻게 견디느냐
지난 5월 9일 금요일, 서울시청에서는 인문학자 김우창의 특별강연회가 열렸다. 최근 『깊은 마음의 생태학』의 출간을 맞아, ‘가까이 읽기’라는 주제로 일반 독자와 함께 삶의 근간이 되는 인문학에 대해서 나누는 시간이었다.
글ㆍ사진 권지민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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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창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인문학자이며, 인간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존경받는 시대의 어른이다. 그는 최근 10년 전부터 써내려온 ‘마음의 생태학’의 강연 원고를 기반으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깊은 마음의 생태학』을 펴냈다. 오랜 시간 현대 서구 철학을 연구한 후 집대성한 소중한 보물이다. 문광훈 문학교수는 이 책을 ‘사유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전통 심학의 현대적 재구성’으로 정의한다. 이 속에는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서양 철학에 대한 정밀한 체계화가 담겨있다. 그는 책을 통해 외면은 풍요로워졌으나 사유를 잃어버린 세대가 당면한 내면의 공허를 뼈아프게 진단한다. 사유의 깊이가 무너진 사회 안에서 이성과 윤리를 단단히 세워 깊은 마음의 심을 되찾을 것을 강조한다.

 

김우창교수

 

『깊은 마음의 생태학』을 쓰게 된 화두는 무엇인가?


지난 10년 간 이야기해온 강연 원고의 묶음으로 이뤄져있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움직이므로, 지금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책의 취지는 제목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주된 것은 데카르트의 이야기를 골조로 하고, 사람이 살고 발전하는 데에는 “이성”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양사에서 최초의 철학자인 데카르트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데카르트가 이성을 추구한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데 길잡이로 이야기한 것이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합리성으로만 살 수는 없다. 여기서 합리주의는 단순히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생의 길잡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음의 생태학을 일구는 토양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깊은-마음의-생태학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게 여러 가지 있다. 이를테면 합리성, 감정, 예절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것은 늘 있어왔지만 과거와 현재의 방향과 성격은 다르다. 옛것은 갱신되고 환경에 변화하기 마련이다. 과거에 예절이라는 것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핵심적인 지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다르다. 첫 장에서 다루는 예절과 정서의 문제 역시 현재의 것이 옛것과 다르거나 와해된 지점을 발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시대가 당면할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끊임없이 들여다보았다. 특히 ‘내적인 발전이 어디서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깊은 마음의 생태학』에 담았다.

 

이날 독자와의 만남은 박광성 편집장의 사회로 문광훈 교수, 정혜윤 PD 두 패널의 대담으로 진행되었다. 문광훈 교수는 인문학자 김우창에 대한 네 권의 책을 썼다. 『사무사』, 『세 개의 동그라미』, 『김우창의 인문주의』, 『구체적 보편성의 모험』에는 김우창의 텍스트에 대한 연구가 담겨있다. 그는 젊은 시절 김우창 교수와의 조우를 추억하며, 그 어떠한 인문학도 스스로가 깨달은 바를 적확한 지점에서 설명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로 대담을 시작했다. 김 교수가 그에게 준 큰 가르침 중 하나가 “도덕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되묻는 것”인 것을 강조하며 자기성찰에서 시작할 때 비로소 인문이 생성된다고 이야기한다. 문 교수는 일반인에게 난해하고 복잡한 텍스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깊은 마음의 생태학』에 대한 친절한 해제를 제시한다.

 

깊이의 생태학이라는 말에서 깊이는 단순히 시적인 비유의 성격을 넘어 물리적 객관성에 기초하면서도 인간 존재의 형상학적 구조에서 전율을 지칭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삶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것은 일체의 깊이에 대한 감각이다. 오늘의 생태계의 위기, 또는 더 좁혀서 환경의 위기도 이러한 깊이의 상실에 연루되어 있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468쪽)

 

첫째, 책 속에서 문학과 비평, 예술과 철학, 정치학과 사회학, 문화론과 학문적인 기반으로 한국의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학문은 큰 의미에서 한국학의 일부이다. 그런 점에서 『깊은 마음의 생태학』는 다양한 한국의 인문 분야를 총망라하는 책이다.

 

둘째, 텍스트 자체가 도전거리가 된다. 마음의 밭을 가는 문화적 교양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문학과 예술이 중요한 것은 ‘나, 개인, 감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진실 속에서 사회적 진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까닭이다.

 

 “세계를 비추는 거울은 무수한 거울들의 집합 또는 수정의 반사체들의 집합인지 모른다.”(『깊은 마음의 생태학』250쪽)

 

셋째, 개별 대상을 보면서 그 테두리를 ‘동시에’ 보는 것이다. 변증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나로부터 너로,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인간으로부터 자연으로, 지금 여기에서 그때 그 시절의 과거 그리고 미래로, 감성에서 이성으로 흘러 나가야한다. 우리는 이렇게 계속 대상을 바꾸어가면서 더 넓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움직이는 마음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반성적인 행위에서 출발한다. 나로 시작해서 계속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그래서 이 넓혀진 자기와 세계, 자아와 자연과 우주를 상응시키는 놀라움이다. 이것은 “세계에 대한 신뢰”로부터 가능하다.

 

김우창교수

 

문 교수는 인문의 풍요로움을 위해서는 개인의 보편성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개인은 예술가일 수 있다. 이를테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동의된 사랑을 보여주었으므로 그들은 보편적인 개인의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다. 뛰어난 예술가는 예외 없이 보편적인 개인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행위는 개인의 자아의 깊이와 넓이를 증진시키는 활동이 되어준다.

 

 정혜윤 PD, 인문학 열풍은 우리에게 사람이 되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주는 것


“『깊은 마음의 생태학』의 제목을 듣는 순간, 마음이 출렁했다. 살다보니 사실상 아는 게 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까뮈가 이야기한 “여기에 머물기 위해 어떤 곳을 바라보았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사실 요즘은 인문학 강연이 굉장히 많고 팔리는 콘텐츠로 소비된다. 이것들은 또 다른 효율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우리에게 사람이 되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인문학의 기능은 무언가 효율적으로 재생산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김 교수님도 말씀하셨다. 인문학 안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좋은 사람일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박광성 편집장, 우리는 영원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좋은 삶, 초월, 영원이 거론되는 장을 넘기면서 맑은 물가를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우리가 다 같이 주저하면서 생각의 걸음걸이를 따라가는 기분이었다. 우리 시대만큼 초월에 무관심한 시대가 있을까.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꿈인 시대가 있을까. 우리는 영원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릴케는 “삶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현 세대가 잃어버린 감각이 이 지점인 것 같다. 이것들이 유난히 사라지는 질문 아닐까. 『깊은 마음의 생태학』 속에는 유한한 삶 안에서 나를 초월해서 다른 사람과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를테면 착함, 맑음, 다양성, 타자성의 가치를 택하는 건 성찰의 깊이가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저자와의 대담이 끝나갈 무렵 독자들의 질문이 김우창 교수에게 이어졌다. 그 중 첫 번째는 삶의 의미를 묻는 물음이었다. 그는 한참 생각한 후에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답을 거절하는 것이 맞는 거 같다. 한 가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스스로 고민하는 삶 속에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학생들에게 삶의 지침을 가르치는 게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이야기한다. 고민하는 그 순간들을 길게 느낄수록 좋다고 이야기 한다. 상식적인 관점에서는 ‘조심스럽게 선택해서 살아라’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얼 위해 사는가. 인생의 목적이 있으면 오늘의 삶을 희생해야만 한다. 즉, 인생 자체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목적은 각자 원하는 것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맹렬히 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김우창교수

 

 

“여기서 남들이 다 살아가는 수순이 자신의 욕망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주변의 흐름이 좋아해서 소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우아한 환경에서 사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개인이 뭐든 자유로운 선택을 하되, 사회 풍조 자체가 자기 삶을 진실 되게 사는 것은 용인 되어야한다.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

 

그런데 외부로부터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미묘하기 짝이 없는 작은 영향들일 것이다. 치마나 바지가 길었다 짧았다 하는 것, 자동차들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하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상품의 출시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을 드러낸다. (중략)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당대적인 무의식에 의하여 만들어지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16쪽)

 

 

지금 여기, 주어진 이 시간을 잘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달라이라마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누군가 그에게 “지금 당신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달라이 라마는 승복을 들추더니 주저 없이 덥다고 이야기했다. 이 대답 속에는 바로 크고 먼 곳을 생각함과 동시에 이 순간을 염려하는 ‘마음의 심’을 가진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다. 즉, 양쪽으로 생각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영원한 우주에 비해서는 너무 하찮다. 반면 그렇기에 사소한 우리는 거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 가장 귀중한 현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인생의 중요한 것은 고통을 어떻게 견디느냐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19세기 영국시인 존 키츠가 표현한 ‘인생은 눈물의 골짜기’를 비유로, 인생이라는 것은 우리의 염원을 다지는 골짜기이자 삶에게 다쳐가며 다져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고생은 가능하면 피해가야 좋겠지만, 부딪혔을 때는 반드시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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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마음의 생태학 김우창 저 | 김영사
이 땅이 배출한 ‘인문학의 거인’ 김우창이 평생 학문의 주제로 견지한 반성적 사유와 성찰적 지혜가 마침내 닿은 곳은 바로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다. 김우창 교수의 이성에 대한 오랜 심미적 사유가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보다 집중적인 틀을 얻어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인문학-생태인문학을 탄생시켰다. 문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수학, 생물학 등을 총망라한 압도적 지식, 눈부신 통찰을 통해 ‘이성과 마음’의 문제를 생생하게 파헤친다. 동서양 최초로 마음에서 작용하는 이성의 탄생과 진화를 생생하게 그려낸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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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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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

2014.05.19

마음의 생태, 혹은 상태에 따른 인문학은 그 깊이를 더해가고 심오한 인간의 자기 반성이 철저하게 녹아있는 정보의 바다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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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민

세상 속의 작은 샛별로 빛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고로 어떤 멜로디,서사, 리듬을 지니고 어느 하늘에 떠야할지 만들어가는 여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