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킨 파크(Linkin Park) < The Hunting Party >
린킨 파크(Linkin Park)는 어떤 밴드일까. 대문을 거의 '걷어차다시피'하며 새천년의 포문을 열어젖혔던 < Hybrid Theory >의 강력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린킨 파크는 기막힌 하이브리드로 무장한 하드 코어 밴드다. 반면 2007년, 그러니까 영화 < 트랜스포머 >의 「What I've done」의 흥행부터 시작한다면 전자음을 가미하는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보일 수도 있다. 데뷔 후 14년 동안 밴드는 본래의 이름이었던 '하이브리드' 이론에 충실하며, 음악 판도의 변화에 따라 변화무쌍한 행보를 보였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 A Thousand Suns >와 < Living Things >의 흐름이 정립되며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록 밴드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던 참이었다.
그런데 신작은 다르다. 또, 또 다르다. 비장함을 잔뜩 머금은 기타 사운드와 거친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의 그로울링, 마이크 시노다의 랩과 롭 버든 (Rob Bourdon)의 파워풀한 드럼 연주. 설명만 해도 연상 가능한 세기말의 뉴 메탈이다. < Hybrid Theory >와 < Meteora > 시절에 만들어둔 곡들을 새로 발매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The Hunting Party >는 < Minutes To Midnight >부터 내려온 변화의 기조를 무자비하게 '사냥'한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록 레코드'를 만들겠다던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의 선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과거보다 한 술 더 뜬 하드한 사운드가 곳곳에서 눈에 띤다. 급박한 진행과 단순한 코드 진행의 「War」는 펑크 록에 가까우며 뉴 메탈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의 브레인 다론 말라키안(Daron Malakian)을 초빙한 「Rebellion」은 소량의 전자음을 배제한다면 무자비한 강력함이 지배하는 곡이다. 올드 스쿨 MC 라킴(Rakim)과 함께한 「Guilty all the same」은 특유의 비장함으로 꾸며낸 하이브리드 '린킨 파크식 록 뮤지컬' 곡이며 시작부터 청자를 압도하겠다는 의도로 가득한 「Keys to the kingdom」 또한 마찬가지다.
변화의 의도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강성 록이 거의 매장되다시피 한 현 록 시장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환영하는 마음이 앞선다. 허나 돌아온 친구들이 풀어놓는 얘기는 대부분 옛날에 들었던 얘기라 재미가 없고, 근황을 묻자니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사실 이런 식의 하드 코어는 질리도록 들었던 레퍼토리라 지금 상황에서나 새롭지 대단한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Wasteland」나 「All for nothing」 등의 곡들을 들으며 떠오르는 년도가 2004년 즈음이라면 이건 뭔가 이상한 것이다. 지금은 뉴 메탈, 하드 코어가 사멸한 2014년이다.
주제 파악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하드 록으로의 지향이 확고해지나 싶은 순간에 제 2, 제 3의 「What I've done」이나 「New devide」를 꿈꾸는 「Until it's gone」과 「Final masquerade」이 등장하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멜로디의 힘은 여전히 매혹적이나 전체적 균형감각의 부분에서 맞질 않는다.
체스터 베닝턴과 마이크 시노다의 음악적 노선 차이가 앨범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톰 모렐로(Tom Morello)를 불러놓고 「Final Masquerade」의 멜로디를 암시하는 정도에 그치는 몽환적인 「Drawbar」같은 실험은 굳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강한' 사운드를 늘어놓는 것 자체가 앨범의 목표였는지, 아니면 이를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추구했는지 선명하지 않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보려는 시도 자체는 괜찮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우리는 록 밴드'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의미였는지, 아니면 데뷔 시절이 단순히 그리웠는지, 과거 팬들과의 '으리'를 생각한 팬 서비스 용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그 결과물이 과거와 현재의 충돌을 조화롭게 융합하지 못한 애매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또, 또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린킨 파크(Linkin Park)는 대체 어떤 밴드일까? 아니, 어떤 밴드가 되고 싶은 걸까?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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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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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옥잠
2014.07.06
메롱
2014.07.04
햇빛자르는아이
2014.07.04
다시는 안 올 청춘의 시간들로 돌려놓는 음악같았어요. 10년전이나 지금이나..그래서 음악은 추억이고 기억이고, 청춘의 박제같아서 오히려 애틋해지고 애잔해지고 아련해지는..
저는 특히 Until it's gone, Final Masquerade가 좋았습니다. 다 동의해요. 올드패션이고
음악적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지도 않고 어정쩡하고..그래도 다른 의미로 좋아요. 한켠으로는
슬며시 피식 웃음도 나고 "진짜 올드하네" 한켠에 "아, 옛날 생각나네, 나도 한창일 때가 있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