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제발 조심하십시오. 기계가 여러분의 인간미를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더 빠르고 더 쉬운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특별한 것을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글ㆍ사진 미치앨봄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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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온전화-미치앨봄

 

저는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는 전화가 놓여 있습니다. 때때로 저는 전화를 바라보면서 언제 벨이 울릴지, 누가 전화할지 생각해봅니다. 신비한 물건인 전화는 우리 손바닥에 딱 맞는, 세계를 향한 신호등입니다. 처음 알렉산더 벨의 발명품을 목격한 사람은 진짜인지 의심했습니다. 당시 누가 바다 건너에 있는 사람과 선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상상했겠습니까?


전화와 함께 도래한 모든 마법적인 순간에도 불구하고 전화는 새로운 슬픔도 가져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전화로 듣지 못하는 목소리들을 그리워합니다. 우리는 전화기를 귀에 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소통에 굶주려 합니다. 우리는 “안녕, 나야”라는 문장을 갈망합니다. 그런 열망이 이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의 연로하신 어머니는 대단한 이야기꾼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뇌졸중으로 심신이 쇠약해지셨습니다. 뇌졸중은 어머니에게서 이야기를 빼앗아갔습니다. 매일 내 삶의 일부가 되어주던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는 사라졌습니다. 제 어머니는 아직 휠체어를 타고 이 세상에 계십니다. 덕분에 어머니를 안고 어루만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는 영원히 침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관계에서 커다란 부분이 떨어져나갔습니다.

 

멋진 대화만큼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작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는 위대한 책들의 미덕을, 책을 읽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더 크게 칭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혼자만의 독서 시간을 즐깁니다. 오직 저와 책뿐이죠. 하지만 일단 위대한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나요? 생각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합니다. 어머니와의 새로운 관계에서 제가 가장 그리운 것도 바로 생각을 나누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칭찬, 회고담, 다정한 잔소리, 그리고 어머니의 웃음소리.

 

이 책은 콜드워터라는 허구의 장소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천국의 전화를 받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들이 가장 감동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듣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소리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를 잊습니다. 우리는 그 소리 없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잊습니다.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가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감동을 받은 수많은 독자들은 단 한 번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함께 웃으며 그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반응이 정말 기뻤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경고를 덧붙여야겠군요.


우리는 전보다 더 연결이 잘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전화 가입자는 70억 명에 이릅니다. 사실상 모든 인류가 휴대전화를 한 대씩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지고 가난한 곳에서도 사람들이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알렉산더 벨의 전화선은 이제 문자로 서로를 연결해주는 데까지 발전했지요. 그러나 우리는 여러 면에서 이전보다 더 연결이 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갑니다. 우리는 직접 찾아가는 대신 컴퓨터를 이용합니다. 전화 대신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메일 대신 문자를 날립니다. 말이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말보다 다른 수단을 선택하죠. 말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기술 덕분에 할 일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인간의 유대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 책과, 이 책에서 벌어지는 기적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귀를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전통과 아이디어와 활력과 성취가 가득한 나라더군요. 젊은 사람들이 학업에 몰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그리고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내 조국인 미국을 능가하는, 적어도 미국에 필적하는 기술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제발 조심하십시오. 기계가 여러분의 인간미를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더 빠르고 더 쉬운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특별한 것을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운전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지름길이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어 매일 어디서나 벌어지는 작은 기적에 마음을 열기 바랍니다. 그런 기적들은 때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죠. 이 책의 독자들에게 저는 종종 질문을 받습니다. 진짜일 수도 있을까요? 음. 모르겠군요. 하지만 최초의 전화가 모두에게 불신을 받던 시대를 생각해보세요. 한국 독자 여러분, 오랫동안 엄청난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다시 방문하고 싶군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미치 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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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저/윤정숙 역 | arte(아르테)
어느 날 아침 미시간 주의 콜드워터라는 작은 마을의 한 여자에게 심상치 않은 전화벨이 울리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죽은 언니.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다. 그 뒤로 콜드워터의 더 많은 사람들이 천국에서 전화를 받는다. 전화 속 목소리들은 자신이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지상 최대의 기적일까? 아니면 잔인한 장난일까? 믿을 수 없는 이 기이한 소식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콜드워터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천국에서 온 전화의 미스터리는 밝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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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 #미치앨봄 #eBook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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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우산

2014.07.24

천국에서 온 미스테리 전화라니, 갑자기 일본 소설이 생각나네요. 과거의 전보였지만
시간을 초월하는 가운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고 반성을 하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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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