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에게 베이킹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 파란달 정영선이 영화에 관해 쓴 책으로 돌아왔다. 『파란달의 작은 홈 카페』, 『파란달의 카페 브런치』, 『파란달의 빵타지아』 등 베이킹, 디저트, 카페요리에 관한 책 다수를 낸 파란달이 영화라니, 의의해할 수 있지만 방송작가 시절부터 그녀는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영화에 관심을 뒀던 시절에 요리를 향한 애정도 함께했다. 그래서 ‘맛있는 영화 이야기’라는 주제로 연재를 한 적도 있다고.
이번에 나온 신간,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는 그래서 일반적인 영화 책은 아니다. 영화를 소개하되, 영화에 등장하는 요리 레시피를 함께 실었다. 책에 실린 영화 목록을 살펴보면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하다. 요리 레시피도 마찬가지. 지금까지는 주로 베이킹에 관한 책을 썼지만, 이번 책에는 순두부라면, 새싹비빔밥, 조개탕 등 집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다수 소개한다.
베이킹 전문가가 영화 책을 낸 사연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가 벌써 6번째 책이네요. 기존에 냈던 요리 실용서가 아니라 영화ㆍ요리 에세이인데요.
이전에 냈던 5권은 요리 실용서였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책을 내고 싶었어요. 특히 에세이를 쓰고 싶었죠.
주제가 영화였던 이유는?
방송작가 시절, 그때 주로 교양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프로그램을 했죠. 그때도 요리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영화 ‘맛있는 영화 이야기’라는 주제로 기고한 적도 있었고요. 그게 10여 년 전인데, 그때부터 영화와 요리라는 주제로 책을 내고 싶었는데요. 만약에 책이 그때 나왔다면, 요리가 아니라 영화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갔겠죠.
영화를 3가지 관별로 분류했습니다. 분류 기준이 궁금하네요.
책을 만들면서 목차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어려웠어요. 영화 위주로 나눌 것인지, 요리 위주로 나눌 것인지부터가 문제였죠. 요리 실용서에 무게를 둘지, 에세이 느낌이 강하게 만들지도 고민이었어요. 저는 독자들이 영화 속 요리를 따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면 요리별로 목차를 짜는 게 맞았겠죠. 하지만 요리로 목차를 짤 경우에는, 문제가 영화 속 요리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한국영화에는 요리가 자주 등장하지 않고, 외국영화에도 디저트나 음료 정도가 나오는 정도니까요. 그리고 요리영화를 위주로 하면 대개 장르가 로맨스 아니면 드라마니까, 영화도 다양해지지 않았고요. 고민 끝에, 1관에는 제가 예전부터 굉장히 좋아한 영화를, 2관에는 최근에 유행한 영화, 3관에는 요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넣었어요.
음식 하면, 아무래도 <카모메 식당>을 많이 생각할 텐데, 정작 책에는 없었는데요. 책에 넣은 영화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요?
우선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선택했고요. <카모메 식당>같이 많이 소개된 작품은 일부러 뺐습니다. 사실, 요리 영화 하면 요즘은 대부분 일본 영화잖아요. <카모메 식당> 이전의 영화에서 음식은 대부분 욕망, 식욕, 탐욕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모메 식당> 이후로 음식이 가족과의 화해, 위안, 따뜻하고 위로해주는 장치가 됩니다. 최근 이런 일본 요리영화들이 큰 흐름이 되긴 했지만 전부라고 할 수는 없기에 3관으로 안배를 했습니다. 책을 봤을 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영화와 요리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했어요.
좋아하는 영화는 주로 어떤 작품인가요?
이전까지는 장르에 관계 없이 잘 만든 영화라고 답했는데, 최근에 결론 내렸어요. SF를 좋아해요. SF라고 너무 공상과학에 치우친 작품은 아니고요. 상처받은 인물이나 문제가 있는 인물이 등장해서 그걸 치유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터널 선샤인>을 보면 관계에서 상처받는 사람이 등장하죠. 결핍이 등장하고, 여기에 SF 요소가 가미되면 더 좋아요. 최근 본 작품 중에서는 <그녀Her>가 정말 좋았습니다.
왜 파란달이냐고요?
주로 베이킹, 디저트, 카페 요리로 책을 냈잖아요. 이번 책에는 삼계탕, 파스타, 라면, 우동, 커리등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던데요.
베이킹을 좋아하지만, 요리가 한 분야에서 끝나지 않아요. 다른 요리를 알아야 새로운 메뉴가 나오고, 식재료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가 없으면 만들 수 있는 게 한정되거든요. 그래서 요리를 공부하는 일은 재밌고 다방면에 관심이 필요해요.
영화 보면서는 주로 어떤 요리를 드시나요.
음식을 만들어 놓고 먹으면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영화가 끝난 뒤에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가 있거나 맛이 궁금한 요리가 있으면 만들어 봐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아이엠러브>가 있는데, 영화에서 여러 가지 상징으로 등장하는 러시아식 수프가 있어요. ‘우하 수프’인데요. 러시아에서 이탈리아의 상류층으로 시집 온 주인공이 내적 갈등을 겪는데, 이 수프가 여주인공의 정체성을 상징하죠. 궁금하니까 찾아보고 따라 만들어 봤어요.
‘문학 속 요리’ 이런 내용의 책도 나중에 나올 수 있겠네요.
요즘에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보고 싶어요.
여러 자료를 찾아봤지만, 파란달이라는 닉네임에 관한 사연을 못 찾았습니다. ‘파란달’이라는 닉네임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마 못 찾은 이유가 딱히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 파란달이라는 닉네임을 쓴 건 오래됐죠. 제 홈페이지가 파란달닷컴이잖아요. 좋아하는 단어끼리 결합한 조어에요. 파랗다는 이미지와 달을 좋아해요. 처음에는 홈페이지 도메인 정하면서 썼는데 지금은 이 이름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쓰게 될 것 같네요.
<카모메 식당>을 기점으로 요리 영화가 많이 나왔듯, 파란달의 책을 기점으로 블로거가 요리책 내는 사례가 많아진 듯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요리에 관심은 있었으나, 요리 블로거는 아니었어요. 밤새가면서 만들고, 망쳐도또 만들고, 이런 걸 블로그에 올렸는데 출판사 편집자가 재밌게 보고 책을 내자고 제안했어요. 그때만 해도 책은 전문가가 내야 한다는 분위기였는데요. 베이킹 쪽 책은 김영모 선생님이 낸 책만 있었고요. 과연 내가 책을 내도 될까, 했는데 전문가 책은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우니 저같이 일반 독자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쉽게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책이 나왔죠. 그 뒤로 이런 책이 많이 나와서 신기하면서도 뿌듯해요.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했는데요.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블로그 시작한 계기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에는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싸이월드식의 의사소통은 별로라 블로그를 했는데, 파워블로거를 염두에 두고 시작을 한 건 아니었어요. 블로그 서비스 자체에 부침이 있었잖아요. 일부 블로거가 문제가 됐던 적도 있었고. 블로그 서비스가 너무 상업적이 되어 간다는 비난도 있었는데, 거기서 좀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블로거끼리 모여서 모임을 만든다거나, 공동구매를 한다든가, 블로그 서비스 안에서 일어났던 일이 많았는데 제가 참여한 건 없었어요. 가장 기억나는 건 역시 책을 냈다는 정도?
파란달의 요리책, 하면 진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강점인데요. 방송작가 시절 경험이 요리책에도 투영된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을 좋아하나요?
모르는 이야기는, 쓰려고 안 해요. 그리고 조금 아는 것도 안 쓰죠. 내가 아는 것만 쓰려고 합니다. 이점을 글 쓸 때 항상 염두에 둬요. 내가 생각할 때 좋은 글은, 어렵지 않은 글이에요. 어떻게 보면 좋은 영화와 비슷하죠. 너무 어렵다거나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는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잖아요. 이런 이야기는 전문서적이 역할을 해 줘야 할 테고, 저는 아는 말을 알기 쉽게 정확하게 쓰려고 합니다.
방송작가에서 요리전문가로 전직을 성공적으로 했는데, 파란달을 롤모델로 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 인턴을 한 명 뽑으려고 모집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느꼈어요. 전업을 꿈꾸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걸요. 흔히 말하는 스펙 좋은 사람이 많았어요.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참 불안하구나, 하는 생각도 했죠. 요리도 다른 일처럼 비슷한데 왜 요리를 배우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지금 다니는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없다.”는 대답을 많이 하더라고요.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저를 롤모델로 삼고 전업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우니까요.
요리로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 보는 눈이 긍정적으로 변해
지금 꿈꾸는 것이 있나요? 카페 창업도 잘 어울릴 것같은데.
카페는 언젠가는 해 보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카페는, 여전히 이상적인 편이에요. 북카페이면서, 쿠킹클래스도 진행할 수 있고, 카페이기도 하고. 이렇듯 복합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오면 해보고 싶죠. 하지만 카페 창업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외식업인데요. 현실적인 문제가 많죠. 아직은 시도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하게 되지 않을까요. 당분간은 직업을 또 바꿀 생각은 없고요.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여행도 좋아하지 않나요. 선생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
여행만큼 많은 걸 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돈으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저금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경험을 살 수는 없잖아요. 여행은 경험을 줘요. 기억도 주고요. 지금도 기회가 되면 여행 많이 가고 싶은데 이번 여름은 아직 계획이 없네요. 가고 싶은 나라는 쿠바인데, 갈 수 있을까요? (웃음)
파란달에게 요리란?
요리하고, 성격이 좀 변했어요. 예전보다 더 부드러워졌는데요. 왜 그럴까 생각을 했는데, 방송작가를 할 때는 긴장을 많이 하고, 돌발상황도 많고, 내 의견을 갖춰야 할 때가 있으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었죠. 물론 그만큼의 보람도 있었지만요. 방송작가라는 일에는 여전히 애정이 많지만, 늘 긴장되고 힘든 직업인 건 맞아요. 요리는 나누는 직업이에요. 뭔가를 만들어서 혼자 먹지 않잖아요. 선물하든 누구랑 나눠 먹죠. 그래서 요리를 하면서 마음이 더 편해졌고. 세상 보는 눈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한 쿠킹클래스에서 요리를 구성하는 게 ‘식재료 50, 도구가 35, 사람의 기술이 15’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각각 비중을 어떻게 두는 편인가요?
도구는 잘 모르겠고요. 재료는 맞아요. 재료가 좋으면 기본적으로 맛은 보장됩니다. 한식 양식 분야에 상관없이 다 재료가 중요하죠. 도구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글쎄요.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하는 게 아닐까요. (웃음)
굉장히 많이 받는 질문일 텐데, 요리를 직업으로 하면 정작 집에서는 요리하기가 싫어지지 않나요?
아니에요. 집에서 만드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만들어보고 싶은 메뉴를 집에서 안 만들면 어디서 만들겠어요. 메뉴 테스트도 여러 번 해야 하잖아요.
다음은 어떤 책을 준비 중인가요.
다음 책은 다시 실용서를 내고 싶어요. 제가 만든 책이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어요. 이번 책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거나, 능동적으로 요리를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는데요. 실용서는 그런 면에서 보람이 많아요. 다음 책이 어떤 책이 될지는 구체적으로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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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정영선 저 | 미호
영화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수년 간 활동했던, 지금은 방송이 아닌 요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파워블로거 파란달은 영화를 볼 때 그 어떤 요소보다 음식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소재의 비중이 크던 작던 그 음식이 지니는 의미를 분석하고 직접 따라 만들어보는 과정은 언제나 그녀를 즐겁게 한다. 이와 같은 취미가 차곡차곡 쌓여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에는 영화 속 요리를 대하는 그녀의 시선과 그에 따른 레시피가 가득 담겨있다. 오래 된 영화부터 비교적 최신작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레시피 외에도 영화 속 음악과 장소, 소품 등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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