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3월 13일 서울 마포구 카페 콤마 2호점에서 소설 『익사』(원제 : 水死) 발간 기념 오에 겐자부로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통역을 위해 『익사』를 비롯해 오에 겐자부로의 여러 작품을 번역한 박유하 교수가 함께 참석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 근현대 문학의 거장이다. 이번에 한국에 소개되는 『익사』는 홍수로 불어난 강에 아버지를 잃어버린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반영된 이야기다. 소설은 아버지와의 화해와 함께 아들과의 화해를 다뤘다.
간담회에 등장한 오에 겐자부로는 본격적으로 작품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12일 연세대에서 있었던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에 참석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데서 희망을 봤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최근 아베 내각의 행보에는 유감을 표했다.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역할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특히 패전 이후 70년 동안 평화주의를 지키려 노력해온 헌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동아시아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 일본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사』 번역가 박유하 교수
이어서 겐자부로는 변천해온 자신의 문학 세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문학이 크게 3가지 시기를 거쳐왔다고 말한다. 제1기에는 전쟁을 겪은 유년시절의 경험이 깊게 베인 작품을 썼다. 1935년생인 겐자부로는 10년을 전쟁과 함께 성장했다. 자연스레 전쟁을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글로 써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 작품에는 전쟁 중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함께 전쟁이 끝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가와 같은 사회적 담론도 강하게 반영되었다.
제2기는 1963년 장남 히카리가 태어나면서 시작한다. 히카리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의사들은 청력과 시력을 못 갖출 것이며 언어 행위도 불가능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겐자부로는 여기에 절망하지 않고 히카리(빛)라는 이름에 시력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는데 실제로 아들은 크면서 눈이 보이기 시작했고,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인식하게 됐다. 이런 경험이 제2기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이 시기에 겐자부로는 사소설 경향이 짙은 글을 쓴다. 평단에서는 일반소설에서 사소설로의 전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사소설에서 벗어나 일반소설로 돌아간 게 제3기다. 40대부터 시작된 이 시기는 30년 정도 이어졌고, 3기는 『만년양식집』에서 끝을 맺는다. 겐자부로는 “가장 중요한 작품은 3기이며, 소설 쓰기는 작년에 끝났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그는 소설이 아닌 글을 계속 써내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쓸 글은 문학적 글쓰기보다는 명료한 에세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 번역된 『익사』는 기본적으로는 부자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지만 일본의 근현대를 성찰하는 소설이다. 아버지가 천황궁으로 돌진해 자폭하려다 실패하는 장면은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군국주의, 국가주의, 전제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으로 읽힐 수 있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우나이코라는 여성을 통해 일본이라는 국가의 남성 중심주의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여성을 부드럽게 그리는 것도 필요했겠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한 건 전쟁에서 나타난 폭력성이 여성 차별에 근거하고 있고, 근대 이후 지금도 이어져서 많은 여성이 폭력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종군위안부와 관련한 해석은 바라던 바라고 말했다. 아직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일본은 전쟁 도중 벌어졌던 후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한국 작가 중 황석영 소설가의 작품을 애독한다고 공개하며 “황석영은 개인 내면을 사회적으로 연결해서 쓰는 작가로, 문학사에서 크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오에 겐자부로를 이해하려면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은가에 대해서는 3권을 꼽았는데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그리고 『만년양식집』이다. 『만년양식집』은 그가 쓴 마지막 소설로, 문학동네에서 번역되어 나올 예정이다.
-
익사오에 겐자부로 저 | 문학동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 만년의 걸작 『익사』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번으로 출간됐다. 『익사』는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익사』에서 자신의 페르소나인 조코 코기토의 입을 빌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서유당
201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