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봤자’라고 생각했다. 그 지역 토박이가 보기에는 왜 그렇게 주말마다 줄을 서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 밥집이나 유명한 맛집이 꼭 있지 않은가. 그러니 안동을 간다면 꼭 들러야 할 최우선 순위가 된다는 그 빵집을 나는 ‘그래 봤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안동은 그 이름 익숙하지만 어딘지 아련한 경상도의 끝이다. 강원도와 맞닿아 있다 할 정도로 부산에서 가기에는 제법 거리가 있다. 안동에서라면 간장 맛의 짭조름한 찜닭도 먹고, 헛제삿밥도 먹어야지 하는 여행자의 기대감으로 그 도시에 닿았다.
<맘모스 제과 MOMMOTH>는 무려, ‘전국 3대 빵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명 빵집이다. 〈성심당〉에서라면 소보로빵에 팥소를 넣고 튀긴 ‘튀김 소보로’가 유명하고 초콜릿을 샌드해 풍부한 맛의 ‘초코 파이’가 유명한 전주의 〈풍년제과〉, 그곳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 그러니 경상도에서 빵집을 이야기하자면 〈맘모스 제과〉를 빼놓고는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입구에서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이곳이 정평 난 곳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얀색 석벽 위로 〈맘모스 제과〉의 로고가 묵직함을 더한다. 빵집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가 빵집인지, 버스터미널인지 안동 여행 온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있는 듯 느껴졌다. 그 안에서도 〈맘모스 제과〉는 서두르지 않는 평온함을 숨기지 않았다. 계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대충 한곳에 담아줄 법도 한데, 빵 하나하나 따로 나눠 포장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다. 붐비지만 번잡하지 않은 그 빵집이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나 〈풍년제과〉의 ‘초코 파이’처럼 여행 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꼭 사가는 필수 아이템은 ‘크림치즈빵’이다. 아기 엉덩이처럼 희고 몽글몽글한 모양에 파슬리를 솔솔 뿌린 것이 귀여운 ‘크림치즈빵’은 살짝 집어드는 순간부터 부드러움이 여실하다. 사르르거리며 부드러운 빵 안에서 참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크림치즈에 묵직한 듯 새큼한 맛이 숨어 상큼하다. 겉은 쫀득하고 속은 말랑한 그 ‘크림치즈빵’에, “유명해봤자”라는 말이 쏙 들어간다. 찜닭도, 헛제삿밥도 잊었다. 안동에서라면 〈맘모스 제과〉만으로 충분할 일이었다.
특별하지 않으니 유난히 맛있다 느낄 수 없는 ‘소보로빵’조차 최고다.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세련된 듯 오랜 맛을 지키는 그 빵집의 ‘소보로빵’에 엄지가 절로 올라간다. 호두와 바나나, 우유를 넣어 그 이름도 유쾌한 ‘호나우두’나 땅콩을 섞어 고소하기 그지없는 밀크 셰이크와 함께라면 그 맛에 안동의 하늘을 난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응당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성과 맛,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맘모스 제과〉는 이름대로 경상도에서 맘모스급 빵집이다.
A 경상북도 안동시 문화광장길 34
T 054-857-6000 H 08:00-22:00 C 명절 당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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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10년의 부산, 스무 살에 내려와 돌아서니 30대의 경상도 여자. 여전히 빵집과 카페, 디저트를 사랑하는 얼리 비지터. 2010~2012년 ‘차, 커피, 디저트’ 부분 네이버 파워 블로거. 『카페 부산』 저자. kisli.co.kr
감귤
201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