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와 Black Society
돈, 여자 그리고 마약을 쫓는 무의미한 가사를 남발하는 다른 래퍼들과는 다르게 켄드릭 라마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힘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는 래퍼이다.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저 랩을 잘하는 래퍼이기 이전에, 자신의 고향인 빈민촌 컴튼 구역의 처절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깨어있는'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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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ope you come back, and learn from your mistakes.
꼭 돌아와서, 네가 저지를 실수로부터 배웠으면 한다.
Come back a man, tell your story to these black and brown kids in Compton.
남자가 되어 돌아와서, 컴튼의 흑인 아이들에게 네 이야기를 해주렴.
Let 'em know you was just like them, but you still rose from that dark place of violence, becoming a positive person.
너도 그들과 똑같았지만, 이 폭력의 도시에서 자라나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But when you do make it, give back, with your words of encouragement, and that's the best way to give back, to your city.
네가 정말 성공했을 때, 격려의 말들과 함께 이곳에 돌아와. 이것이 네가 이 도시에게 보답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야.
「Real (Feat. Anna Wise)」


돈, 여자 그리고 마약을 쫓는 무의미한 가사를 남발하는 다른 래퍼들과는 다르게 켄드릭 라마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힘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는 래퍼이다. 그는 아직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은 흑인에 대한 억압과 편견을 고발하고자 하는 소신이 있으며 이를 곡으로 구현해내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저 랩을 잘하는 래퍼이기 이전에, 자신의 고향인 빈민촌 컴튼 구역의 처절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깨어있는'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시된 메이저 2집 < To Pimp A Butterfly >의 핵심은 가사에 있다. 물론 높은 수준에 도달한 프로듀싱과 랩 퍼포먼스가 당연히 빛을 발하지만, 그가 정성스레 빚어낸 가사야 말로 앨범의 뛰어난 성취이다. 흑인에 대한 역사적 사건과 여러 문학들을 근거로 한 서사와 성찰의 텍스트는 그저 안이하게 그러나 주눅 들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날리는 뼈아픈 일침이다.


- 1 -

Sneak me through the back window, I'm a good field nigga.
날 뒤 창문으로 몰래 들여보내줘, 나는 좋은 노예야.
I made a flower for you outta cotton just to chill with you
너랑 놀러 목화로 꽃을 만들어 왔잖아.
Brown skinned, but your blue eyes tell me your mama can't run
검은 피부에 파란색 눈을 가졌다는 것은 너의 엄마가 도망치지 못했단 뜻이겠지.
「Complexion(A Zulu love) (Feat. Rapsody)」

 

What you want you? A house or a car?
원하는 게 뭐야? 집? 차?
Forty acres and a mule, a piano, a guitar?
40 에이커의 땅과 노새, 피아노, 기타?
「Wesley's Theory (Feat. George Cli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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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노예들의 험난한 일상을 담은 영화 < 노예 12년 >의 장면들

 

신대륙 아메리카의 발견과 함께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유럽의 국가들은 16세기부터 그 곳을 식민지를 만들었다. 팽창하는 자본주의의 성질에 의해 아메리카의 원주민(인디언)들로는 일손을 채우지 못했고, 수많은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노예로서 끌려왔다. 주로 사탕수수나 목화 재배의 목적으로 이용된 흑인들은 백인들의 수하에 억압받고 겁탈당했으며, 고통당했다.

 

흑인들의 고단한 생활은 1863년 16대 대통령 링컨의 < 노예 해방 선언 >으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1865년 윌리암 셔먼 장군은 < 특별 야전 명령 15호 >에서 흑인들에게 40에이커 넓이의 경작 가능한 땅과 노새를 주겠다고 발표했고, 여기에 많은 흑인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이 약속은 새 대통령 앤드류 존슨과 다수의 정치인들로 인해 취소되고 만다. 이로써 흑인의 꿈은 무너지고, 그들은 다시 소작농의 생활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의 탈출구는 바로 피아노, 기타가 대표하는 음악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후에 탄생한 재즈와 블루스의 기원이 된다.


- 2 -

So why did I weep when Trayvon Martin was in the street?
그래서 나는 왜 트레이번 마틴이 거리에 있었을 때 울었을까?
When gang banging make me kill a nigga blacker than me?
내가 한 것들이 나보다 더 검은 흑인들을 죽이는데
「The blacker than ber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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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트레이번 마틴(Trayvon Martin)    2014년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

 

자경단원 조지 짐머만(George Zimmerman)이 동네를 순찰하던 도중, 후드티를 입고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그는 그 소년을 아무 근거 없이 마약에 관련되었다고 판단하고 소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소년은 도망가기 시작했고, 결국 짐머만은 권총을 꺼내 발사했고, 그렇게, 17살 트레이번 마틴은 그저 편의점에서 스키틀즈 한 봉지와 아이스티를 사고 집으로 귀가하던 길 위에서 사망했다. 대학생 마이클 브라운은 백인 경찰과 몸싸움 도중 6발의 총알을 맞아 사망했다. 그의 유가족은 총격사유와 당시 경찰의 신원공개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침묵했다.

 

이 두 소년은 모두 흑인이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트레이번 마틴이 범죄자로 의심 받았던 이유엔 드러나지 않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편견에 많은 흑인들이 분노했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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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제보한 월터 스콧(Walter Scott) 총격 장면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은 2015년 4월 8일, 또 한 차례의 비극이 발생한다. 바로 백인 경관 마이클 슬레이저가 비무장한 흑인 월터 스콧에게 8발의 총격을 가한 것. 마이클은 스콧과 실랑이 중 빼앗긴 전기충격기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에 의해 모두 거짓임이 밝혀졌다.

 

- 3 -

But remember, anybody can get it. The hard part is keeping it.
기억해둬, 누구나 여기까지 올 순 있어.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그걸 계속 유지하는 거야.
My name is Uncle Sam on your dollar.
나는 너의 지폐 위에 그려진 엉클 샘이야.

Pay me later, wear those gators
돈은 나중에 내고, 이 악어 가죽을 입어봐.
Two coupes, two chains, two c-notes.
두 대의 자동차, 두 개의 목걸이, 100달러 두 장.
And everything you buy, taxes with deny.
그리고 네가 그 모든 것을 산 댓가인 세금을 내기 거부한다면,
I'll Wesley Snipe your ass before thirty-five.
난 네가 35살이 되기 전에 널 웨슬리 스나이프로 쏴버릴 테니까.
「Wesley's theory (Feat. George Cl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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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화배우 웨슬리 스나입스는 플로리다 법원으로부터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의 소득 3억 8천만 달러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세와 소득신고 누락 등의 혐의로 유죄를 판결 받고 징역 3년형을 선고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국가의 부당한 조세법에 대해 불만을 가지며 탈세를 저지르는 '납세 거부 운동'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켄드릭 라마는 「Whesley's theory」란 곡을 통해 힘겹게 부와 사회적 지위를 얻은 흑인들을 몰락시키는 국가를 엉클 샘(Uncle Sam)에 비유하며 부당 한 사회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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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링컨이 < 노예 해방 선언 >을 선포한지 약 15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이 세상이 피부색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도 편견은 존재하며 차별은 현재진행중이다.

 

So I'mma say somethin' that's vital and critical for survival Of mankind,
그러니 내가 한마디 할게, 인류의 생존를 위한 중요하고 필수적인 한마디.
if he lyin', color should never rival
피부색으로 적이 될 수 없어.
「Complexion(A Zulu love) (Feat. Rapsody)」

 

2015/04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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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라마 #흑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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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