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지면 정말 재밌는 춤
발레가 어렵고 지루하다고?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봤다면 절대 그런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춤이야말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즐길 수 있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원조 아니겠는가!
글ㆍ사진 윤하정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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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공연은 무엇일까? 아마도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폴 매카트니의 콘서트가 아닐까 한다. 팝의 제왕인 비틀즈의 멤버인 데다, 지난해 불발돼 더 애를 태운 첫 내한공연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난 주 단 6회 공연 동안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를 웃음으로 가득 채우며 관객들을 대만족시킨 또 다른 무대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다.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발레단이 웃음으로 무대를 채웠다니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연이 이어지는 2시간 30분 동안 객석에서는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생각해 보니,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객석에서 이렇게 웃어보기도 처음인 것 같다. 발레가 어렵고 지루하다고?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봤다면 절대 그런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춤이야말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즐길 수 있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원조 아니겠는가! 한 번 빠져들면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바로 무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용 공연 몇 편 살펴보자. 

 

 

코미디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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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종료됐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코미디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예술 분야에서 우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발레 공연 앞에 ‘코믹’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관객 모두가 깔깔대고 웃었기에 더 나은 수식어를 못 찾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국내에서는 <오네긴>으로 알려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설립자이면서 안무가인 존 크랑코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드라마 발레 안무의 일인자답게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인물들의 캐릭터와 심리묘사를 잘 살렸다. 음악은 우리에게는 낯선 이탈리아 출신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작품인데,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선율은 관객들을 친숙하게 무대로 이끈다.

 

스토리 라인은 심플하다. 왈가닥 카테리나와 그녀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려는 페트루키오, 그리고 카테리나와 달리 요조숙녀인 여동생 비앙카와 그녀에게 구애하는 3남자, 그레미오, 호르텐시오, 루첸시오가 중심인물이다. 발레 무대에서 왈가닥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될까? 일단 ‘우아한 라인’으로 말하는 발레리나들이 거침없이 망가진다. 구부정한 어깨에 팔자걸음, 주먹질과 발길질은 예사요, 소리를 내뱉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으로 보아하니 걸출한 말들도 쏟아진다. 비앙카에게 구애하는 세 남자는 어떨까? 이른바 말 근육을 장착하고 도도함으로 승부하던 발레리노들이 코미디언 뺨치는 몸 개그를 선사한다. 무용수들도 이런 종류의 표정과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국립발레단의 춤 실력은 물론 연기력에 새삼 놀랐다. 물론 이야기가 재밌기만 하다면 발레 공연이라 할 수 있겠는가. 코믹함 속에 깃든 고난위도 동작들과 특히 남녀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이중무(파드되)는 발레 본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발레 <교향곡 7번>&<봄의 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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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발레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두 작품 <백조의 호수>와 <지젤>이 각각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지젤>은 유니버설발레단이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에게 의뢰해 만든 세계 초연작. 스토리는 기존 작품과 같지만 새롭게 선보이는 음악과 안무, 의상은 신선한 충격이 되지 않을까.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나고 싶다면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를 발레 <교향곡 7번>&<봄의 제전>을 기대할 수 있겠다. 먼저 <교향곡 7번>은 독일 출신 안무가 우베 숄츠가 베토벤의 ‘교향곡 7번 A장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199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초연됐다. 우베 숄츠는 음악과 발레라는 두 장르의 완벽한 이해를 통해 20세기 ‘교향곡 발레’를 발전시킨 안무가로 평가받고 있다. 음악의 모티브와 멜로디의 반복, 다양한 변주를 무용수의 배치와 발레기술로 무대에서 시각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셈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감상하듯 어느 무용수가 어떤 악기를 표현하지는 살펴보면 재밌겠다.     

 

2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봄의 제전>은 클래식 발레와 현대 무용이 융합된 컨템포러리 작품이다. 1913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는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됐다. 기존 발레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스트라빈스키의 리듬과 니진스키의 안무는 당시 관객들에게 큰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이후 <봄의 제전>은 수많은 안무가들의 도전 과제였다. 미국 출신 안무가 글렌 테틀리도 1974년 독일 뮌헨발레단과 함께 그만의 <봄의 제전>을 선보였다. 원시적이고 다이내믹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만큼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표현될 것이다.  

 

 

얼음 위의 춤 <볼쇼이 온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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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이 재미있다는 건 김연아 선수의 무대를 좋아하는 대다수가 스스로 입증하지 않았을까? 피겨 스케이팅은 스포츠라서 무용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세계 최정상 피겨 선수들이 꾸미는 무대로 안내하겠다. 지난 1993년 첫 내한공연 이후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이스 쇼, <볼쇼이 온 아이스>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볼쇼이 아이스 쇼>로 첫 내한 무대를 펼친 일본 피겨 스케이팅 선수 안도 미키(Ando Miki), 올해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선수권대회 피겨스케이트 여자 싱글에서 1위를 차지한 러시아 출신의 엘레나 라디오노바(Elena Radionova), 2014-2015 유럽선수권대회 피겨스케이트 페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가와구치 유코 & 알렉산터 스미르노브(Kawaguchi Youko& Alexander Smirnov), 이밖에 드미트리 드미트렌코(Dmitri Dmitrenko),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Evgenia Medvedeva) 등 세계 최정상급 피겨 스타들이 총 출동했다.

 

<볼쇼이 아이스 쇼> 역시 레퍼토리는 친숙하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원작인 ‘눈의 여왕’과 ‘백설공주’, ‘로미오와 줄리엣’, ‘메리포핀스’, ‘백조의 호수’ 내용을 엮어 화려한 의상과 음악, 발레와 피겨 스케이팅을 접목한 고난도 테크닉으로 버무렸다. 아이에서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볼쇼이 아이스 쇼>는 5월 25일까지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공연된다.

 

 

또 다른 춤, 춤,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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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LG아트센터에서는 벨기에 로사스 무용단이 선보이는 현대무용 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5월 7일에는 4명의 여성 무용수가 미니멀리즘 양식으로 여성성을 표현하는 <로사스 댄스 로사스>, 9일과 10일에는 스티브 라이히의 동명의 곡에 안무를 입힌 <드러밍>이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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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5월 21일과 22일,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춤극 <신시-태양의 축제>가 공연된다. 서울시무용단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 개막식 총괄안무를 맡았던 국수호 씨가 안무와 각색을 맡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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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부터 28일까지는 <제5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예술의 전당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국적인 공모를 통해 선발된 12개 발레단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축제기간 주말에는 서울발레시어터의 <브라보! 모던갈라>, 국립발레단의 <국립발레단 발레갈라>,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갈라> 무대를 야외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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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공연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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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