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인데, 캘리그라피 잘할 수 있을까?
글씨를 잘 못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씨체에서 과감히 벗어나려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빨리 배우고, 재미있는 캘리그라피를 탄생시킬 때가 많습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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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글씨도 잘 못 쓰는데, 캘리그라피를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 그 생각은 그만하자. 오랫동안 써온 손글씨를 한 순간에 잘 쓰는 손글씨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못 쓰는 손글씨를 매력적인 캘리그라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내 손글씨로 완성하는 캘리그라피』 의 저자 정윤선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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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를 공부하고 싶은데요. 학원을 가야 할지 독학으로 공부할지 고민됩니다.

 

학원보다는 독학을 추천합니다. 전문 학원에서 전문가를 통해 배우는 캘리그라피는 단기간에 실력이 향상될 수 있으나, 대부분이 강사의 글씨체를 따라 배우는 정도에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캘리그라피를 잘 하려면 나만의 서체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붓과 먹을 구입하여 수시로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매일 화선지 100장을 넘게 버릴 정도로 연습했습니다.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처음에는 여러 캘리그라퍼들의 작품을 따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작품 전체를 따라 하는 것보다 각 캘리그라퍼의 특징적인 한 글자만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첫 번째 캘리그라퍼의 글자에서는 ‘ㅎ’만, 다른 캘리그라퍼의 글자에서는 ‘ㅏ’만 따라서 쓰는 거예요. 어느 정도 연습이 되었다 싶으면 그 글씨체를 여러분의 손글씨에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분명 여러분만의 특징적인 캘리그라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손글씨는 못생겼는데, 캘리그라피 잘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요즘에는 오히려 글씨를 못 쓰는 분들이 더 인기를 얻고 있어요. 이유는 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 캘리그라피는 많이 흔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은 그 글씨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반면, 글씨를 잘 못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씨체에서 과감히 벗어나려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빨리 배우고, 재미있는 캘리그라피를 탄생시킬 때가 많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어떤 캘리그라피 도구가 좋을까요?

 

대체로 초보자의 경우 처음에 붓과 먹이 아닌 붓펜을 사용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저는 초보자일수록 붓과 먹을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붓펜은 표현할 수 있는 선의 두께가 얇고 일정하기 때문에 연습하기에는 좋지 않아요. 반면, 붓은 표현할 수 있는 선의 두께가 다양하여 여러 가지 표현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캘리그라피를 처음 시작할 때 ㄱ,ㄴ,ㄷ,ㄹ 초성부터 연습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문장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을까요?

 

초성부터 하나하나 써가며 연습하는 것보다 단어쓰기, 또는 문장쓰기로 연습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캘리그라피는 균형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을 따로 연 습하는 것보다는 함께 구성되어 있는 것을 써 가며 그 균형을 익히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나만의 캘리그라피 서체를 만드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먼저 내 글씨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5개를 고른 다음 그 부분은 과감히 다른 사람의 작품에서 골라오세요. 그리고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때 다른 사람의 작품을 똑같이 연습하지 말고, 내 글씨체를 보완해 줄 부분만 가져와 연습하는 거죠. 어느 정도 연습이 된 후에는 가지고 온 글씨체를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내 글씨체를 만들어 가면 됩니다.


자신만의 글씨와 감성을 가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작을 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글씨를 쓰는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씨의 문구를 만들어 내는 연습을 하는 거죠. 캘리그라피는 무미건조한 예술영역이 아니에요. 굉장히 감수성 풍부한 영역이랍니다. 내가 직접 자작한 글귀를 써 보는 연습을 한 사람과 어디서 본 글귀를 그대로 옮겨 적는 연습을 한 사람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쓰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러한 자작하기 연습을 한다면 여러분의 캘리그라피는 감성이라는 날개를 달 수 있을 거예요.


정형화되어 버린 나의 기본 글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 좀 알려주세요. 

 

과감한 연습을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습관과는 조금 다른 환경을 만들어 보세요. 캘리그라피를 일어서서 썼다면 이젠 누워서 써 보세요. 그리고 지금까지 세필붓으로만 썼다면 오늘은 손가락으로 써 보세요. 그리고 글씨를 과감히 눕혀서 써 보세요. 아니면 납작하게 써 보세요.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만약, 도저히 벗어나기 어렵다면 그 서체를 더 발전시키세요. 굳이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서체에 내 이름을 붙여주세요. 윤선체, 진희체, 성수체처럼요. 그렇게 내 서체를 더 예쁘게 보이는 방법을 연구하세요. 오히려 그 방법이 더 현명하고 지혜로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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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글씨로 완성하는 캘리그라피 정윤선 저 | 길벗
‘나는 손글씨도 잘 못 쓰는데... 캘리그라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 그 생각은 접어두세요. 오랫동안 써 오던 나의 손글씨를 한순간에 잘 쓰는 손글씨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못 쓰는 손글씨를 매력적인 캘리그라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글씨의 각도 조절, 글씨 사이의 간격 조절, 글씨와 글씨의 연결선 처리를 잘 하면 됩니다. 이 책에서는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정윤선 캘리그라퍼만의 스타일로 해결하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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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정윤선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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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5.10.02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있었지만 워낙에 악필이어서 안되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글씨를 못쓰는 점에 장점이 될 수도 있다니 조금은 다행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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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선

네이버 블로그 [윤선디자인]을 운영하는 정윤선 작가는 캘리그라퍼이자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캘리그라피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캘리그라퍼라는 호칭이 조심스럽다고 말하는 그녀이지만, 다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구하는 데에 열정을 쏟았고 결국 성공해냈다. 이만하면 꼭꼭 숨겨놓고 내 것이라며 욕심 부릴 만도 한데, ‘디자인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며 많은 사람에게 나눔의 디자인까지 실천하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아 각자의 감정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정윤선 작가의 캘리그라피에서는 유독 따뜻함이 많이 느껴진다. 이처럼 캘리그라피에 마음을 담을 줄 아는 캘리그라퍼 정윤선. 결코, 호칭이 조심스럽지 않아도 될 만큼 열정적인 캘리그라퍼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는 이 시대의 가장 멋진 엄마이자, 아내이자, 캘리그라퍼이다. [저서] -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 내 손글씨로 완성하는 캘리그라피 -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작업의 기술 Vol.2 -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작업의 기술 홈페이지- http:/www.ysdesign.kr 블로그- http://blog.naver.com/nemomangchi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nemomangchi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yoonsun.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