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페트라 하르틀리프 저/류동수 역 | 솔빛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점 주인이 쓴 에세이 입니다. 저자는 페트라 하르틀리프 인데요, 서점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문학평론가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런 일을 하는 중에 여행차 오스트리아에 갔는데 그곳에서 한 서점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전통이 있는 고서점인데 안타깝게 문을 닫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죠. 호기심이 생겨 문을 닫은 서점을 둘러 본 저자는 그 서점에 꽂혀 가지고 있는 기반을 모두 정리해 서점을 인수하고 심지어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주거지도 옮기게 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저자의 서점 운영기를 담은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입담이 굉장히 좋은 편이고, 문장의 재기가 넘쳐서 읽히는 맛이 좋기도 합니다. 요즘 한국도 그렇고 세게적으로도 출판계가 불황을 겪고 있죠. 게다가 동네서점은 말할 것도 없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요. 이런 현실에서 작은 서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직접 체험하고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한국의 동네 서점에게도 어떤 힌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여행 관광 방랑
채승우,명유미 공저 | 북클라우드
이 책은 채승우, 명유미 부부가 함께 쓴 여행 에세이 입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우리, 왜 1년이나 세계 여행을 가는 거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부제는 실제로 여행 준비를 마치고 공항에 도착해서 나눈 대화라고 합니다. 여행 준비 전에 생각해야 하는 것을 공항에 와서 생각한 것이죠.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 책 자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부부는 이런 질문을 안고 여행을 떠나 31개국을 1년 동안 누비게 되는데요, 책을 읽다보면 부부가 참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사실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두 사람의 경우에는 19년간 사진기자로서 직장을 다니다 인생의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고민과 질문,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글과 사진을 볼때마다 두 저자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래리 플린트,데이비드 아이젠바흐 공저/안병억 역 | 메디치미디어
이 책의 저자는 래리 플린트 입니다. 래리 플린트는 미국의 성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이자 표현의 자유를 위해 운동을 해온 활동가이기도 하죠. 그런 래리 플린트가 정치 학자인 데이비드 아이젠바흐와 함께 연구하여 펴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인데 대통령의 사생활을 통해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대통령 뿐만 아니라 큰 영향력이 있던 정치인들, FBI의 후버 국장같은 권력을 쥐고 있던 인물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조의 책이라면 권력자들의 부도덕을 밝히고 꾸짖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입장은 섹스 스캔들보다 섹스 스캔들을 부풀리는 이들이 더 문제다. 라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최고 권력자의 빗나간 사생활보다 그것을 흠집내고 스캔들로 재확대 시켜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는 경쟁자들과 언론사들이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이죠. 이 책은 이러한 입장과 더불어 풍부한 사례와 구체적인 서술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Closing Poem
139회 - 속삭임 by 배용제 / 140회 - 설명해줘요 내게, 사랑 by 잉게보르크 바흐만
BGMs
오프닝 : Carcass (by NarcissCreativeLab)
내가 산 책 : 아침 공원에서 (by 심동현)
책, 임자를 만나다 : 우리가 함께라면 (by 좋은친구)
에디터스 통신 BGM : 나의 목소리 너의 메아리 (by 스프링 필드)
로고송 : 요조(YOZOH) / 캐스커(융진)
소리나는 책 : 일곱 번째 여름 (by 스프링 필드)
세리가 만난 사람 : 벚꽃의 거리 (by 심태한)
클로징 BGM : first kiss in the rain (by 스프링 필드)
이달의 Book Trailer
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것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