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앨범이라기보단 팝 앨범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컨트리와 포크, 리얼 세션의 대거 사용으로 EDM 계에 지각 변동을 불러온 아비치지만 이 작법도 익숙해진 탓이다. 「You make me」의 피아노 인트로와 멜로디 드랍 구조를 가져온 「Waiting for love」나 「For a better day」, 어쿠스틱 기타로부터 BPM을 낮춰 R&B적 그루브를 추구한 「Ten more days」 등은 전작과 비교해 세밀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새로움을 가져다주진 못한다. 등장할때만 해도 신선했는데 이젠 주류가 되었다.
< True >의 짙은 잔향과 현대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도 사이의 딜레마 때문이다. 「Wake me up」과 「Hey brother」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독적인 드랍 리프 덕이기도 했지만 핵심은 어쿠스틱 기타로 빚은 컨트리 스타일 빌드업이 자아내는 복고의 아우라였다. 물론 푸지스의 와이클레프 장과 함께한 레게 톤의 「Can't catch me」, 영화 투모로우랜드에서 공개된 「Trouble」처럼 그 기조를 이어가는 트랙도 있지만, 깔끔한 기타 록 「Sunset jesus」나 잭 브라운 밴드와 함께 컨트리 스타 케니 로저스의 1978년 히트곡 「The gambler」를 오마주한 「Broken arrows」는 자리를 지키는 정도다.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공개된 싱글 「City lights」는 자잘한 샘플을치밀하게 구성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이며, 스트링 세션을 활용하여 뿌연 사운드의 안개를 친 「Somewhere in stockholm」도 독특한 분위기를 담았다. 2014년 카이고(Kygo)의 대성공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하우스의 분파 트로피컬 하우스 활용도 도드라져, 「Talk to myself」는 1980년대 신스팝 루프를 삽입하였고 「True believer」는 파워풀한 드랍과 더불어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맡은 프린스(Prince) 코러스가 호각을 이룬다.
이렇듯 한 앨범에 두 개의 지향점이 있는 셈인데 그 각각이 모두 결함을 안고 있어서 문제다. 전자를 따라가자니 < True >의 강한 존재감으로 인해 예측 가능한 지점에 놓이게 되고, 후자를 선택하자니 이미 시장 상황이 레드 오션이다. 그러다 보니 14트랙의 일관성은 사실상 R&B 스타일의 보컬뿐이며, 앨범은 팝 싱글 모음집과 같이 되어버린다.
UK 앨범 차트 9위 턱걸이를 제외하고 메인 차트에서 자취를 감춘 < Stories >의 부진은 슈퍼스타 DJ라도 선택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EDM의 팝 화(化)가 가속되는 가운데, 어쩌면 아비치에게 정체성과 상업성의 콜라보레이션은 전작의 장르 혼합만큼 어려운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2015/10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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