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한 특성은 레트로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있다. 이제 막 첫 앨범을 낸 브루클린 출신의 3인조 밴드 선플라워 빈의 스타일은 1960년대 사이키델릭 팝과 큰 접촉면을 형성한다. 잔향을 머금고 한껏 찰랑거리는 기타와 두 보컬이 쌓아 올린 코러스, 사운드 전반을 몽환적으로 감싸는 공간감에 빈티지한 톤과 질감 등, 증거는 도처에 깔렸다. 중반부에서 잦게 보이는 퍼즈 톤의 개러지 록 기타 리프들까지 고려해보면 이들이 모티브로 잡은 과거 연대는 더욱 명확히 노출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꼭 1960년대에 완전히 몰두해있는 것만은 아니다. 「I was home」과 같은 곡에서는 개러지 록의 맥을 타고 내려온 펑크가 보이며 이들 사운드의 주축이 되는 징글쟁글 기타에서는 알이엠 식의 쟁글 팝이, 위 요소들이 리드미컬하고 로킹하게 만나는 지점에서는 페이즐리 언더그라운드 풍의 사운드가 잡히기도 한다.
사운드를 훌륭하게 섞어냈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는 제법 괜찮은 균형감을 바탕으로 이룬 성분들의 분배가 관건으로 작용한다. 작품 전체에 걸친 외피에는 로 파이의 질감과 만화경 같은 컬러링으로 조직한 반세기의 전의 모양새를 씌워놓았고, 세부 지점들로 짜 맞추는 내부에는 1980년대 중후반 이후들의 장치들을 거쳐 나오는,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시대감각을 이식시켰다. 다음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이들 음악의 특성은 여기서 온다. 고풍스러운 1960년대의 사이키델리아가 작품을 지배하는 것 같으면서도, 「Easier said」와 「2013」에서의 쟁글 팝 사운드나 「Human ceremony」에서의 드림 팝의 텍스처, 「I was home」, 「Come on」에서의 그런지 리프와 같은 얼터너티브 록 식 장치들이 각각의 트랙에서 자신들의 특성을 아낌없이 발산한다. 그 결과, 제 존재 영역을 분명히 드러내는 상이한 시대상들이 공존하며 묘한 이미지를 낳는다. 선플라워 빈의 사운드 블렌딩은 여기에 그 매력을 두고 있다. 실로 근사한 접근이다.
좋은 균형감은 스타일 직조뿐 아니라 작곡, 편곡이라는 단계들에까지 적용돼있다. 널찍하게 조성한 사운드스케이프와 작품을 몽롱하게 감싸는 분위기, 이리저리 일렁이는 음향으로 구축한 외양이 작품을 종잡을 수 없이 뒤흔들며, 동시에 각각의 파트에 담긴 간편하고 때로는 단순하기까지 한 멜로디들이 내면에서 강한 추진력을 품고 앨범을 꾸준하게 이끌어나간다. 대척점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 두 인상의 비율 좋은 배합이 선플라워 빈의 사운드를 난해함의 일변도 혹은 평이함의 일변도로 만들지 않는다. 개별 파트들끼리의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 보컬과 기타에 주된 선율을, 베이스와 드럼에 리듬을 맡기는 역할의 배분이 분명하게 이뤄져 있고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두 보컬 줄리아 커밍과 닉 키블렌의 등장 지점이 잘 나뉘어져 있다. 구성에서의 깔끔함도 적잖이 드러난다.
물론 각양의 형태가 존재하는 네오 사이키델리아 신과 레트로 사운드를 즐겨 쓰는 근래의 트렌드를 같이 조망해 보자면, 선플라워 빈의 작법과 스타일을 마냥 희소하다거나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음반의 단점을 얘기해야 한다면 이 부분을 짚어야겠다. 허나 크게 고려할만한 문제는 아니다. 트랙 리스트의 결들 사이사이마다 자리한 매력적인 사운드와 선율이
2016/04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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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