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이 무의미한 블링크-182(blink-182)
어린 시절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던 「뉴펑크 영웅」은 이제 없다.
글ㆍ사진 이즘
20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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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화는 멤버와 프로듀서의 교체가 아닐까. 원년 멤버였던 톰 델론지(Tom DeLonge)가 밴드를 떠나고 새로이 합류한 알라카인 트리오(Alkaline Trio)의 맷 스키바(Matt Skiba), 그리고 오랜 시간 블링크-182와 함께한 제리 핀(Jerry Finn)의 죽음 이후 외부 프로듀서 존 펠드맨(John Feldmann)의 영입. 당연히 음악의 성질이 바뀔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성질의 것이 기존의 밴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작용으로 이루어지면 참 좋으련만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우선 존 펠드맨은 이스케이프 더 페이트(Escape the Fate), 올 타임로우(All Time Low), 굿 샬롯(Good Charlotte)과 같은 이모코어, 팝펑크 밴드들과 작업해 온 프로듀서인데 문제는 〈California〉에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며 블링크-182의 색을 지워버렸단 것이다.

 

앨범의 리드 싱글 「Bored to death」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단조 위주의 멜로딕한 전개 이후 후반부에 터뜨리는 이모코어의 외적 문법은 「Los Angeles」와 「San Diego」까지 이어진다. 브릿지에서 클라이막스로 이어지는 연출과 멜로디 메이킹은 굿 샬롯 4집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Sober」와 「California」는 더할 나위 없는 ‘팝’펑크. 깔끔하게 다듬어진 전자기타와 선동적인 코러스, 팝 멜로디까지! 퓨어볼륨에 접속해 아무 밴드나 클릭하면 나올 법한 노래들이다.

 

보컬부분에 가해진 많은 이펙트와 ‘상품’이 되기 위해 과하게 매끄러워진 사운드의 질감은 펑크가 가진 생동감, 날 것의 느낌마저 상쇄했다. 그렇다고 곡에 가해진 수많은 효과들이 이들의 음악을 돋보이게 해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장르적 발전이 아닌 다른 서브장르로의 수평이동일 뿐이며 네오펑크를 이끈 ‘악동’들은 미국의 흔한 펑크 밴드중 하나로 전락했다. 중심을 잃은 음반엔 〈Neighborhoods〉〈Blink-182〉의 탐구적 자세, 〈Take Off Your Pants And Jacket〉의 생경함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과거의 블링크-182를 상기시키는 요소가 없지는 않다. 「Left alone」 (그 마저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나 잠깐의 향수에 젖을 뿐), 「The only thing that matters」의 쓰리코드와 질주하는 트래비스의 드럼소리, 밴드의 조크송인 「Built this pool」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비중은 적다. 재결합이 무의미해졌다. 16곡이라는 다소 과한 부피의 트랙 수임에도 빈약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명의 팬으로서 안타까울 뿐. 어린 시절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던 ‘뉴펑크 영웅’은 이제 없다.

 

2016/07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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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182 #blink 182 #California #뉴펑크 #이주의 앨범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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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존서저리

2017.06.15


물론 과거의 '뉴펑크 영웅' 은 더이상 없다는 말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락이라는 장르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하향세인 시점이고, 폴 아웃 보이나 마룬파이브, 콜드플레이 정도만 메이저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정도죠. 아마 하드록이나 메탈 팬 중에선 이들을 '락밴드' 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시점에서 이미 마흔을 넘겨버린 멤버들이 과거의 색깔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2000년대 초반 Blink182는 정말 센세이션이었죠. 그때의 신선함을 그리워하는건 팬이라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이상 지나가버린 시점에 미련을 가질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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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존서저리

2017.06.15

저도 이 칼럼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대략 알겠습니다만, '재결합이 무의미하다' 는
표현은 상당히 거부감이 드네요. 같은 Blink182의 팬으로써 말입니다. 앞으로 칼럼을 기재할 때에 이런 극단적인 표현은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팬들은 Blink182의 재결합을 원해왔고, 저 또한 10대 시절부터 Blink182의 앨범을 구매하고 매일 들으며 잠들 정도로 그들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만큼 밴드의 재결합을 간절히 바래왔습니다.

물론 이전만큼 소년스럽고 풋풋한, 악동밴드로서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스타일이 좀 많이 진부해지고 Blink182고유의 색깔이 많이 상쇄된 것도 사실이지요. 그러나 이번 앨범에도 꽤나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전 Bored to death 같은 경우는 꽤 수작이라고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이 앨범을 내고 이전처럼 라이브를 하며 활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 자체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Blink182는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밴드는 결코 아닙니다. 톰 델론지가 스캇 헨더슨처럼 기타연주를 하고, 마크 호퍼스가 마커스 밀러처럼 베이스 연주를 했다면 아마도 Blink182는 펑크락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애초에 펑크락 자체가 음악적 완성도를 지향하는 장르가 아니니까요. 그러할진데 Blink182의 신작 California를 '팝' 스러운 펑크라고 굳이 비난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애초에 음악성을 논하고 싶다면 펑크락을 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팝' 적인 펑크가 비난받는다 치면, 우리는 섹스 피스톨즈나 더 클래시의 펑크락만 들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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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mickey

2016.07.23

진짜 blink182의 17년 팬으로서 이글을 쓴 사람이 진짜 blink182의 팬인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blink182의 앨범을 제대로 들어봤는지 의심스럽다. 해체이후 재결합 뒤 나온 앨범 neighboorhhod는 탐의 aingels and airwaves 의 후속작이라해도 과언이아닌 앨범이라서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게현실이다. 위의 글에서는 네이버후드 앨범이 실험적이라고했는데 전혀 실험적이지도 않으며 톰 델론지의 AIA때의 색이강한 블링크182의 컴백앨범일뿐이다.
이번주 이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달성할수 있었던것, 그리고 bored to death의 모더락 차트 1위 달성이 가능했던 것은 이번 캘리포니아 앨범이 블링크182의 예전앨범들의 색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나와같은 예전 블링크팬들을 열광케했기때문에..
실제 이번 첫싱글 bored to death는 feeling this의 인트로와 adam's song의 기타리프를 차용했으며, she is out of her mind 는 rock show와 first date를 섞은 느낌이다. Adam's song 의 기타리프는 이번앨범 san diego 라는 곡에도 쓰였다. 실제 이런느낌은 나개인만의 느낌이 아니라 utube 댓글에도 적혀있는 블링크팬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것들말고도 시간만 들인다면 이전 앨범들과 이번앨범의 유사점을 더 기술할수있다. 마크 호퍼스가 이번 앨범은 예전 블링크 스타일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서 새로운 스타일을 버리고 예전 블링크로 돌아간것이다.
블링크 해체이후 시행착오를 여러번 거치며, 이제서야 겨우 제대로된 컴백을 한것이다. 새로운 시도와 음악은 제발 blink182 라는 이름을 걸고는 안했으면 좋겠다. 난 지금 bored to death를 들으며 2000년 초반 20대초반때의 젊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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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