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보는 영화만큼이나 이해하기 쉬운 장르는 없겠죠? 앞서 갤러리스트가 추천하는 #ART MOVIE 1에서 소개한 영화 <빅 아이즈>, <작가 미상>에 이어 이번에는 또다른 즐거움을 전할 수 있는 영화 2가지를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예술과 상업성에 얽힌 미술계의 현실을 만나볼 수 있는 <벨벳 버즈소>, 매력넘치는 화풍으로 이름을 떨친 천재 예술가의 이야기 <에곤 실레 : 욕망이 그린 그림> 2가지의 영화를 함께 만나볼까요?
〈벨벳 버즈소(Velvet Buzzsaw)〉
예술과 스릴러 장르의 만남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욕망과 성공을 향한 광기,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계의 속도감은 어떤 소재보다도 스릴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야기는 냉철한 갤러리 디렉터와 야심에 찬 갤러리스트, 그리고 악명 높은 미술 비평가가 무명 예술가의 유작을 손에 넣으며 시작됩니다. 죽은 예술가의 혼이 실린 작품이 그릇된 욕망을 지닌 자에게 복수한다는 다소 황당한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예술성과 상업성의 불편한 관계를 풀어내죠.
영화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LA를 배경으로 예술 세계의 상업적 측면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며, 예술과 평론계의 허상과 아이러니를 풍자합니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예술가가 발굴되어 시장에 소개되고 인기를 얻는 과정은 현실의 예술계와 닮아 있어, 화려한 갤러리의 뒷모습과 전시회 시작 전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로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새롭고 놀라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 예술가의 고뇌, 감각적인 갤러리 공간, 그리고 숨 돌릴 틈 없이 바쁘더라도 미감과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 미술계 사람들 또한 영화의 재미 요소이죠. 미술시장의 이야기를 현장감 넘치게 보여주는 초반 30분과 긴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에곤 실레 : 욕망이 그린 그림 (Egon Schiele: Tod und Mädchen)〉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의 유행으로 피폐해진 20세기 초 유럽에서 특출한 재능으로 미술계를 놀라게 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천재 예술가인 에곤 실레(Egon Schiele, b.1890-1918)는 3백여 점의 유화와 2천여 점의 드로잉을 남기고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죠.
실레는 클림트와 고흐, 코코슈카, 뭉크에 강렬한 영감을 받았으며, 과감하고 에로틱한 인체 묘사, 뒤틀리고 자폐적인 자화상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는데요. 자유분방한 선을 통해 '비틀림의 미학'을 담은 그의 작품은 현대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영화는 에곤 실레의 전체 일대기 중에서도 그의 ‘영감과 사랑’에 집중해, 그의 4명의 뮤즈들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비극적이게도 실레는 당시 유럽 전역에 퍼진 악명 높았던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임신한 아내를 잃었고, 그 후 3일 동안 아내 얼굴을 드로잉 하며 그리워하다 자신 또한 독감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에곤 실레의 삶을 따라가며 모더니즘이 격동했던 시대에 젊은 예술가들(신예술가 그룹)의 고뇌와 방황,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감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 속 색감 대비와 대칭 구도, 아름다운 유럽의 목가적인 풍경이 우리에게 충분한 미적 감동을 전달하니, 영화 속 등장하는 작품의 원작과 비교하며 즐거운 감상을 해보세요!
임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