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언젠가부터 천편일률적인 뻔한 여행서보다 나만의 개성을 담은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몇 해 지나지 않아 제법 자리를 잡았다. 한겨레 교육문화센터에서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라는 주제로 독립출판 과정을 강의한 지도 벌써 2년째다.
“유럽여행을 다녀와서 포토북을 만들었어요. 한 권에 5만 원이나 주고 만들었는데 정해진 틀에 사진만 골라 넣은 거라 보면 볼수록 아쉬워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여행 사진이랑 글들이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까워서요.”
“여행에세이 좋아하는데, 그 정도면 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나만의 여행책 출간해보는 게 올해의 버킷리스트예요.”
강의하다 보면 꽤 많은 사람이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가 오래전부터 버킷리스트bucket list, 그러니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일상을 글로 기록하는 블로거,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SNS 작가, 엄마와의 여행을 기록하고 싶은 선생님, 서먹해진 아빠와 정서를 나누고 싶은 그림 작가, 카메라로 틈틈이 일상을 담는 회사원, 여행이 취미인 책방주인 등….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친다. 누군가는 나만의 이야기를 모아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마음속에 담아둔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자의든 타의든 일단 뒤로 밀어놓곤 한다.
그러나 사실 나만의 책을 만드는 건 굳이 ‘나중에’, ‘언젠가는’ 하고 유보해야 할 만큼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실제로 내 강의를 들었던 많은 수강생이 외장 하드에 잠자고 있던 사진이나 노트에 끼적여 둔 메모를 가져와 직접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여행책 한 권이 완성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고 말았을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그 거리의 냄새, 소음, 감정까지….
이렇게 만들어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책은 개인 소장용으로 보관할 수도 있고, 집 앞 작은 동네 서점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직접 만든 책을 누군가 사 가는 모습을 보면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된 듯 뿌듯해진다. 한 번의 경험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후속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은 이유다. 이 경험을 토대로 실제로 출판사와 계약해 인세를 받거나 잡지 등에 여행기를 기고해 원고료를 받는 등 본격적인 여행작가로 살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책은 ‘나 홀로 책 만들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그간의 여행작가 수업과 독립출판 강의를 통해 얻은 다양한 사례와 경험으로, 혼자서도 쉽게 여행책을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우선 수강생들의 피드백이 가장 좋았던 ‘테마가 있는’ 여행 글쓰기와 ‘있어 보이는’ 여행 사진 찍기 노하우를 제시했다. 여행을 떠나고 기록을 남기는 방법부터 돌아와 여행 사진을 정리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이해를 도왔고, 본격 나만의 여행 책을 만들기 위해 출간 기획부터 인쇄 및 제작 방법까지 알기 쉽게 정리했다.
부록으로 직접 만든 책을 서점으로 유통하는 ‘깨알 팁’도 제공한다. 또한 직접 만든 여행 책으로 작가가 된 저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나만의 개성을 담은 책을 만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알찬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좀 전에 작업실로 배송된 택배 상자를 열었다. 거기에는 예쁘게 포장된 책과 함께 손으로 꾹꾹 눌러쓴 엽서가 담겨 있었다.
“덕분에 내 안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에게도 버킷리스트 하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여러분의 일상에 소소하고 즐거운 바람이 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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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여행책 만들기홍유진 저 | 생각정거장
소중한 여행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당신에게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나만의 시선’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여행의 주제나 미션으로 더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는 ‘일상에서 여행을 계획하는 방법’부터 소개한다.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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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
2016.08.12